메뉴 건너뛰기

close

지친 몸에 쉬고싶단 생각만 하던 나의 눈을 자극했던 풍경.
▲ 로즈밸리투어하러 가는 길 지친 몸에 쉬고싶단 생각만 하던 나의 눈을 자극했던 풍경.
ⓒ 우현미

관련사진보기


9일 새벽에 이스탄불공항에 도착한 뒤 잘못된 비행 환승일정 때문에 잃어버렸던 짐도 다시 찾고 놓쳤던 비행기도 다시 표를 끊어 어렵게 카파도키아 숙소에 도착했다.

참 길었던 하루였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새벽부터 오후 3시 반까지 굶주렸던 배를 움켜쥔 채 영업을 하는 식당에 들어가 터키식 볶음밥과 케밥을 주문했다. 케밥이라고 하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밀가루 반죽에 돌돌 말아먹는 타입만 있는것이 아니라 우리가 덮밥이라고 보는 스타일의 음식도 케밥이라고 한다.

먼저 식전 빵이 나오고 케밥이 나오는데 그렇게 허기가 진채 먹은 음식이니 맛있어야 정상이겠지만. 난 전~혀 맛있지가 않았다. 일단 순수 토종 입맛인 내가 허기진 상태에서 빵을 먹는 것은 속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주 메뉴를 먹을 때 오히려 식욕을 감퇴 시키는 경향이 있어 간식이라면 모를까 식사로는 빵을 잘 먹지 않기 때문이다.

버섯같기도 하고 만화같은 모습이 현실감 제로다.
▲ 스타워즈의 배경이 된 풍경 버섯같기도 하고 만화같은 모습이 현실감 제로다.
ⓒ 우현미

관련사진보기


붉은 빛을 내며 병풍처럼 서있던 기암괴석은 노을 빛을 받으면 더욱 황홀한 모습으로 변한다.
▲ 괴레메의 기암괴석 붉은 빛을 내며 병풍처럼 서있던 기암괴석은 노을 빛을 받으면 더욱 황홀한 모습으로 변한다.
ⓒ 우현미

관련사진보기


게다가 치킨케밥은 우리나라 치킨볶음밥의 양념정도로 보여지는데, 기름기가 어찌나 많은지 먹는 내내 느끼해서 청량음료를 얼마나 들이켰는지 모르겠다.

'누가 터키음식을 '세계3대음식'으로 정했단 말이냐!'

그렇게 허기진 배만 간신히 채웠다. 5시부터 있을 투어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동네를 둘러보기로 하고 걷고 있는데 저쪽에서 히잡을 쓴 여자들이 웅성웅성 거리고 있다. 우리 쪽을 보면서 얘기를 하는 거 같긴 한데 별 신경 쓰지 않고 있으려니 동행 '반짝이'가 자꾸 '내 옷이 그렇게 이상한가?'라며 둘러본다.

"머가 이상해~ 신경쓰지마.."
"바지가 너무 달라붙어요? 자꾸 우리 보면서 얘기하는거 같은데.."
"아 신경쓰지마~"

그러면서 걷고 있는데 갑자기 그 무리들 중 두 명이 우리를 뚫어져라 보면서 다가온다.

"야.. 얘네 왜 이러냐?"
"몰라요.. 왜 그러지?"
"관광지인데 동양애들 처음보는 것도 아닐테고.. 우리가 신기하게 생겼나?"

우리도 이상해서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한명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들뜬 표정으로 '오마이 갓'을 외치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다른 한명은 자신의 카메라를 가리키며 '픽쳐~ 픽쳐' 한다.

"머야~ 지들 찍어달란 거야 우리랑 같이 찍자는거야?"

의아해 하며 "위드 미?"하고 되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단다.

그래서 '그러마'하고 함께 사진을 찍고 나니 완전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한다.

"엥? 우리가 한국 사람인거 어떻게 알았지?"
"그러게요? 멀리서 봐서 우리가 말하는 거 듣지도 못했을텐데?"
"우리 진짜 한국 사람처럼 생겼나봐~ 크큭"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채 '아이러니'한 상황을 가볍게 넘기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투어를 하러가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이틀 후 이스탄불에서 답을 알아냈다).

5시에 우릴 픽업하러 오기로 한 차가 10분이 지나도 오질 않는다. 아까 점심 사건도 있고 이것들이 우릴 '물'로 보나 싶어서 숙소 직원에게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로 '10분이나 지났는데 왜 안와!' 하고 물으니 터키 타임은 원래 5~10분 전후로 생각하란다.

'시간 개념은 터키나 우리나라나 비슷하군..'

직원 말이 끝나자 골목에서 픽업차량이 온다. 그러고 보니 터키에선 벤츠를 참 많이 탄다.
승용차도 벤츠, 봉고차도 벤츠, 버스도 벤츠, 트럭도 벤츠다. 폐차장으로 바로 가야 할 거 같은 차도 가서 보면 벤츠.

'벤츠가 또 이렇게 헤퍼 보이긴 첨일세...'

같은 유럽권이라 그런가... 우리나라에서 현대차를 타는 비율보다 더 많이 타는 거 같다. 차에 타니 우리말고도 10명 정도가 더 있는데 한국인도 그 중에 반쯤은 된다. 터키에서의 첫 일정으로 지금 우리가 할 '로즈밸리투어'는 터키 현지 가이드를 따라 괴레메의 암석 구석구석을 살펴 볼 수 있는 일정이다.

터키에서의 첫 일정이고 그렇게 힘들게 왔으니 엄청난 기대와 부푼 마음을 가지고 가야 할텐데.. 아...너무 힘들게 왔나보다. 잠도 부족하고 기운이 빠져서 그다지 가고 싶지도 않고 그냥 숙소에서 늘어지게 자고 싶단 생각밖엔 안 든다.

어느 덧 투어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내리란다. 울상을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을 질질 끌며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드니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입이 '떡' 벌어진다.

저 곳만 비가 오고 있다.
▲ 독특한 날씨 저 곳만 비가 오고 있다.
ⓒ 우현미

관련사진보기


투어중 만나 내 사진의 모델이 되어준 슬기.
내 인생 가장 아름다웠던 석양이었다.
▲ 카파도키아 석양 투어중 만나 내 사진의 모델이 되어준 슬기. 내 인생 가장 아름다웠던 석양이었다.
ⓒ 우현미

관련사진보기


'와... 다른 세계다'

겉에서 봐도 멋진 카파도키아지만, 그 속에 들어와서 보니 더 신비롭고 아름답다. 눈의 즐거움으로 심신의 피곤함은 잊은 채 현지 가이드의 간단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암석의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 '괴레메'의 암석을 파내어 살았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부 공간은 대부분 주택과 예배당으로 구성 되어 있다. 기독교인인 나에겐 성지순례와도 같은 느낌으로 와 닿았다.

'난 시대와 배경을 잘 타고 나서 어려움 없이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구나.'

육중한 체구의 별 매력이 없던 투어 가이드는 '센스'는 꽤 있는 듯하다. 중간 중간 설명이 끝나고 짧게 둘러볼 수 있는 자유시간엔 'mp3'로 로맨틱한 음악을 틀어주어 감동을 두 배로 느끼게 한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없이 구석구석 돌아보다 얼마간을 또 걸어 올라가니 '괴레메'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명당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바로 오늘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서다. 얕은 산자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노을을 보며 이곳으로 오던 힘들었던 여정과 이번 여행을 기대와 설렘으로 준비했던 한국에서의 시간이 떠오르니 감회가 새롭다.

가이드가 틀어준 '뉴에이지' 음악을 들으며 괴레메의 온갖 암석을 붉게 물들인 석양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끼고 있자니 어디선가 '우르릉 쾅!'하며 벼락 치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우리 있는 곳의 하늘은 맑은데 신기하게도 멀지 않은 곳의 하늘에 우주선같은 모양의 먹구름이 있어 그곳에만 비가 오고 있었다.

'참 신기하네...'

신비로움을 다 느끼기도 전에 가이드가 빨리 내려가야 한다며 재촉하니 다들 산 아래로 뛰기 시작한다.

'영원히 잊지 못할 카파도키아의 저녁노을아 안녕~'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씻은 다음 10시가 되기도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새벽엔 나를 이곳에 오게했던 '벌룬투어'를 해야하므로. 그런데 숙소 사무실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린다. 내일 날씨가 아주 안 좋다는 말이다.

'아... 제발 내일 맑은 하늘 볼 수 있기를...'


태그:#카파도키아, #괴레메, #기암괴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