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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일 낙동강 자전거길 함안보 - 합천보 구간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우포늪을 거쳐서 지방도를 따라 함안보까지 구간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대중교통으로 돌아오는 것이 여의치 않기도 하였고,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 함안보 - 합천보 구간을 왕복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함안보 근처에서 출발하여 합천보까지 가는 낙동강 자전거길은 총 62km였습니다. 자전거길만 달리면 54km 정도 되는데, 아침을 먹으러 낙서면 사무소에 갔다 오고, 박진전쟁기념관을 들렀다가 갔더니 거리가 길어졌습니다.

합천보까지 갔던 낙동강 자전거길을 되돌아서 내려오면 120km 정도 자전거를 타야하는 부담도 있고, 여름에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자전거 국토순례 답사를 겸해 우포늪과 우포생태교육원을 들렀다가 함안보로 돌아오는 지방도로를 선택하였습니다.

합천보에서 우포늪으로 가기 위해 1034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가 '옥야'에서 67번 지방도로를 타고 이방면까지 달렸습니다. 이방면에서는 다시 길을 바꾸어 1080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가 '우포생태교육원' 방향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낙동강 자전거길 벗어나 국도, 지방도, 마을 길 따라 남지까지

우포늪을 지나서 대대리에 있는 '우포생태교육원'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는데, 장재마을을 지나 '푸른우포사람들' 사무실이 있는 '목포길'을 따라 가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좋습니다.

다만, 이 구간을 지나는 경우 소목마을을 지나면 주매길로 연결되는 도로가 없기 때문에 얕은 산 길을 지나가야 합니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분들은 가뿐하겠지만 초보자들이 지나기는 쉽지 않은 길이더군요. 그래도 이 구간이 정말 아름답기는 합니다.

좀 더 쉬운 코스를 선택하려면 1080번 지방도로를 따라 주매마을까지 가서 우포늪 방향으로 우회전 한 후 우포마을을 지나 주매길을 거쳐서 토평천을 건너 대대리로 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 길이든 대대리 넓은 평야를 가로질러 우포생태교육원까지 갈 수 있습니다.

합천포에서 국도, 지방도, 마을길을 따라 함안보까지
 합천포에서 국도, 지방도, 마을길을 따라 함안보까지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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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자전거길...고속도로처럼 삭막한 길

오전에 합천보까지 가는 동안 체력이 많이 떨어진 탓인지 동행하는 두 사람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중에 기록을 살펴보니 합천보까지 갈 때는 평균속도가 14km대였는데, 합천보에서 내려올 때는 평균 속도가 13km대였더군요.

우포생태교육원 마당에는 큰 플라타나스 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과 커다란 평상이 있습니다. 이곳에 앉아서 하루 중 가장 길고 편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원래는 합천보에서 긴 휴식을 할 예정이었지만, 너무나 삭막한 합천보 물문화관에서 오래 있고 싶지 않아 곧장 길을 나섰기 때문에 '우포생태교육원'에서 긴 휴식을 하였습니다.

우포생태교육원을 출발한 후에는 20번 국도를 따라서 유어면 방향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유어면에서는 다시 79번 국도를 따라서 이동하였습니다. 동정리를 거쳐 영산으로 가는 79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장마면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지친 몸을 쉬었습니다.

원래는 강리삼거리에서 남지로 가는 지방도로를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점심을 먹을 곳을 찾다가 장마면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장마면을 지나서 관동장로교회에 조금 못 미쳐서 봉산마을 방향으로 길을 바꾸어 지방도로(영산월영로)를 따라서 남지까지 내려왔습니다.

지방도로를 따라 오는 길은 국도에 비하여 자동차의 방해를 많이 받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자동차로 우포늪에서 남지 방향으로 오는 경우에는 창녕읍에 못 미쳐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5번 국도를 이용하게 됩니다.

5번 국도는 자전거를 타고 창녕에서 남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최단거리 코스이기는 하지만, 고속도로 수준으로 만들어진 국도기 때문에 씽씽 달리는 자동차들과 함께 갓길을 달려야 하는 재미없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함안보에서 합천보까지 가는 낙동강 자전거 길은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사람도 없고 마을도 없는 길을 하염없이 자전거만 타고 달려야 하는 오래타기에는 지루한 길이기도 합니다.

우포늪
 우포늪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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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지방도, 마을 길을 따라 달리면 사람이 보인다

그런데 합천보에서 우포늪을 거쳐 국도와 지방도 마을 길을 거쳐서 함안보까지 돌아오는 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달릴 수 있었습니다. 구간 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차량 통행도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번 의성군 사고처럼 운전자가 BMD를 시청한다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전거와 사고를 일으킬 일은 없겠더군요.

국도, 지방도, 마을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길'을 새롭게 발견하였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갈 때는 다니지 않는 길을 자전거를 탔기 때문에 달려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같은 구간을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면 가장 빠른 길인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혹은 5번 국도를 이용하여 남지까지 갔을겁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니 가장 재미없지만 빠른 길이라고 할 수 있는 5번 국도를 버리고, 자동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느린 길,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 사람이 다니는 길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지방도로와 마을 길을 따라 자전거를 달릴 때는 식수 보충, 간식 구입, 화장실 이용 등을 걱정할 일이 없더군요.  사람이 사는 곳에는 먹을 것도 있고, 마실 물도 있고, 쉬어갈 곳도 다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방도로, 마을 길을 따라 달려보면서 자전거 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먼 길을 갈 때는 늘 자동차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이런 길을 따라서 서울도 갈 수 있고, 광주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해봤습니다. 서울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은 늘 KTX시간, 고속버스 시간으로만 계산하면서 살았기 때문이겠지요.

어떤 사람이 시내버스만 타고 서울서 부산까지 가는 여행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도 마을과 마을을 이어놓은 길만 따라가면 서울도 가고, 광주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것입니다.

최근에 새로 만든 5번 국도와 같은 길은 고속도로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길에는 사람도 없고 마을도 없습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속도 경쟁을 하며 함께 달리는 자동차와 마주오는 자동차 밖에 없는 삭막한 길입니다. 오직 달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만든 길이지요. 옆을 보거나 뒤 돌아볼 필요가 없는 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낙동강 자전거길은 그 길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도 자동차 처럼 속도를 내고 빨리 달리고 싶은 사람들, 시간에 쫓겨 최대한 빠른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한 후 다시 도시로 가고 싶은(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 #낙동강, #자전거, #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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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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