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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15~5.24 전남학습연구년 북유럽 연수중 분야별 워크숍
▲ 북유럽 교원연수 중간 워크숍 2012. 5. 15~5.24 전남학습연구년 북유럽 연수중 분야별 워크숍
ⓒ 정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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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강화를 위한 학습연구년제, 국가의 배려에 감사

세계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북유럽 교육의 현장을 돌아봄으로써 그동안 고착된 시각으로 보아온 우리 교육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연수기회였음에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이고, 교단 현장을 둘러보아도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은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의 성공을 향한 국가의 노력은 우수 교사 양성이라는 정책적 배려로 나타났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학습연구년제' 혜택을 받으며 참으로 행복한 연수를 수행하는 중이다.

학습연구년제는 교단 경력 10년 이상으로 교원능력평가가 우수하고 기타의 실적 등이 반영된 연구보고서가 채택된 현직교사에게 주어지는 평생에 단 한 번만 주어지는 기회다. 안식년보다는 자율연수의 성격이 더 강하다. 1년 동안 충실한 연수 활동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껏 고양된 자세로 현장에 돌아와 행복한 교사로서 더 나은 교직생활을 바라는 국가의 야심찬 배려라고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교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돌아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중간 점검을 훌륭하게 다지고, 교사로서 사랑과 열정을 충전시켜 다시 질주해 달라는 준엄한 요구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 준엄한 요구가 맞다. 봉급을 다 주고 연구주제 해결을 위한 기본 경비도 준다. 1년 동안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므로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직장인은 자기 봉급의 3배를 일해야 한다고 했던가. 나를 위해서, 학생이라는 소비자를 위해서, 채용한 국가를 위해서 일하므로 3배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뒷목이 뻣뻣해지곤 한다. 책을 읽고 온라인 강의를 듣다보면 오전 시간이 얼른 지난다. 도서관을 찾거나 오프라인 강의를 듣고 오면 오후 시간도 달아나 버린다. 수시로 연구 주제를 점검하고 중간 연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교육 관련 세미나나 워크숍은 전국적으로 찾아다니는 자율연수 활동에도 충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해서, 좋아서 수행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즐거움과 행복함이 나보다 앞장 서서 나를 이끌어간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연수였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한 시간이다. 솔직히 국가에서 아무런 금전적 보상(봉급이나 연수비 등)을 한 푼 주지 않아도 안식년의 차원에서 쉬면서 공부를 하고 싶었던 소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가르치는 아이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교실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내 스스로 너무나 소진 상태라는 걸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일이지만 언제부턴가 100 미터를 달려야 되는 상황인데90 미터 지점에서 머뭇거리고 주저 앉는 내 모습을 보았다. 교사에게 필수 품목인 사랑과 열정이라는 숯이 산소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나는 그 숯에 다시금 산소를 불어넣고 있으니 날마다 새로운 날이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

세상에 널린 배움의 현장을 찾아서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더듬이를 곧추 세워 현미경과 망원경을 같이 들고 사는 요즘이다. 때로는 자치단체의 아카데미를 찾아 스타강사의 인생론을 들으며 일상의 행복을 누린다. 어디든 배움의 기회가 있는 곳이면 기웃거리게 되었다. 전남학습연구년 회원들과 카페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나누고 모이며 소통과 나눔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기도 한다. 교실에 있어야 할 시각에 거리를 걷고 버스를 타고 오프라인 연수 장소를 찾아가며 다른 세상에 있는 것같은 착각에 빠지는 느낌은 사물들이 신기하게 다가서는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킨다.

30년 이상 부려온 내 몸을 돌아보며 고장난 곳을 돌보기 위해 병원을 들락거리기도 하고 눈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가족들을 위해 그동안 못다한 역할수행을 하며 인생을 다시 사는 느낌이다. 보고 싶은 책을 주어진 예산으로 사서 쌓아놓고 보는 행복, 도서관을 들락거리는 행복한 생쥐가 되어보며 젊은 날의 열정을 되새김하는 시간도 열정이 되살아 난 충만감을 안겨준다. 그동안 달려온 길이 직선이었다면, 1년 동안의 학습연구년의 시간은 곡선이다. 느림과 멈춤이다. 도약을 위한 한 걸음 물러선 재충전이다. 내려놓고 바라본 세상, 물러서 바라본 교실과 아이들은 그리움으로 다가선다. 비로소 내 행복이 바로 제자들의 그것과 맞닿아 있음을! 마알간 영혼의 거울로 우리 아이들을 비춰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

아침 산책길에 방방대고 조잘대며 몰려가는 아이들의 웃음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거북이 등딱지처럼 다시 무거운 가방을 매고 학원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더 안쓰럽게 보인다. 마음의 눈이 열렸는지 눈으로 보는 습관이 변했다. 시야 뒤편에 가리운 보이지 않는 저편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동안 한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선생의 눈으로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무엇이든 옳고 그름의 틀에 넣고 보는 고정된 시각으로 경직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달음을 얻은 것은 학습연구년 4개월 동안 얻은 최고의 알맹이다. 그것은 바로 북유럽 연수가 준 선물이다. 책과 지식으로만 만나던 북유럽 연수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북유럽연수 중  랄레함메르 가는 길에 호수에 비친 풍경
▲ 명경지수 북유럽연수 중 랄레함메르 가는 길에 호수에 비친 풍경
ⓒ 장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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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에 충실한 교육을 보다

교육의 목적이 한 인간의 행복한 삶이라고 규정한다면, 북유럽 교육이 보여주는 모습은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 우리나라에 비해 척박한 자연환경을 딛고 일어서면서도 그 자연을 파괴하거나 짓밟지 않으면서 그 속에서 적응하며 우리보다 더 선진국이 된 그들만의 노력은 인성교육에서 드러나 있었다. 누가 누구를 지배하는 논리가 아닌, 모두가 귀하며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는 보편적 복지를 실천하며 국민으로서 최대한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게 하는 모습에 감동하였다.

대통령과 청소 노동자의 휴가 일수가 같다던 어느 책에서 본 내용, 다른 나라에 가서 근무하는 자국 공무원은 그 자신이 그 나라를 대표한다는 신념으로 일한다는 핀란드 사람들의 자부심의 발로는 곧,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매우 정직하고 성실함을 기본으로 한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의 산물임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우리 교육에 접목시켜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절감했다.

꾸밈없이 소박한 교육, 어디를 가나 꽃과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은 가장 좋은 교육환경으로서 환경이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평소의 내 신념을 확실하게 해주었고 옛 것을 소중히 여기며 함부로 손상시키지 않으며 그대로 보존하고 가꾸는 검소한 모습은 새것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충분했다.

예술을 사랑하고 자연을 귀하게 여기며 건물 하나까지도 전체적인 조화 속에 배치하며 간판조차 함부로 달지 않는 모습을 보며 물 부족과 비싼 물가, 극지방이 주는 불편함까지도 극복해낸 모습은 사계절이 분명한 살기 좋은 나라에 사는 감사함을 너머 부끄러움까지 안겼다.

특히 우리에 비해 엄청난 담세율을 감당하면서도 국가가 자신을 위해 청렴한 자세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리라는 신뢰가 뿌리내린 점은 우리의 정치 문화 와 국민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결국 정치와 교육 문제는 신뢰가 먼저이며 그 바탕 위에 인간 존엄성과 소통, 고통을 분담하려는 공동체 의식이 선행되어야 우리 교육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교육이란? 상상력, 진실성, 책임감

앞선 교육을 한답시고 그들의 교육정책에서 팔 하나, 다리 한 쪽만 가져다가 접목시키는 교육정책이 아니라 근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까지 갖게 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교육이란? "상상력, 진실성, 책임감. 이 세 가지가 바로 교육의 정수다."고 한 루돌프 슈타이너의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그들에겐 그 세 가지가 다 있어 보였다. 상상력을 유발시키는 과정 중심의 교육, 정직과 성실을 최고의 가치로 본다는 핀란드 교육, 0세부터 대학교육까지 무상교육으로 책임지는 국가! 육아를 걱정해야 하고 교육비에 눌리고, 엄청난 등록금에 시달리며 졸업을 하고도 빚쟁이가 되는 우리의 현실이 대비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나온 대학도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웠다.

솔직히 나는 연수를 다녀와서 머리가 더 무거워진 느낌이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그들의 거울에 비춰보며 책으로 만난 북유럽 교육의 모습이 우리 교육이 따라가기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부러우면 진다고 했지만 변화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며 나누기 위해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학생이 책상 위에 다리를 얹어놓고도 태연한 교실 분위기가 주던 놀라움!
그들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그 무엇에 더 충실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실질적이었다. 겉치레와 형식보다는 타인 배려와 이해가 돋보였다.

진정한 여행이란 풍경을 보는 것은 시작이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는 오래된 격언을 가슴 깊이 새긴 대단한 연수였다. 북유럽에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보았다. 미국와 일본을 모델로 달려온 우리 교육이 언제부턴가 북유럽이 교육 모델로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본다. 우리의 정치 체제와는 다른 사회주의의와 민주주의를 혼합에서 나온 교육제도이기에 비교와 경쟁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행복지수가 비슷한 결과적 평등이 보장된 그들의 장점만은 꼭 받아들여야 할 절실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자연과 어우러진 낭만적인 북유럽 풍경
▲ 북유럽 풍경 자연과 어우러진 낭만적인 북유럽 풍경
ⓒ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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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생기면 시골로?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결혼을 한 부부에게 아기가 생기면 시골에 집을 짓고 살림을 시작한다는 현지 가이드의 실화가 마지막 방문국인 핀란드의 교육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마무리 짓는 명문장이었다. 왜냐하면 수도이건 산간 벽지 시골이건 똑같은 우대를 받으며 교육을 시킬 수 있으니 구태여 번잡한 도시로 가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선사하기 위한 거라는 뜻이다. 교육은 행복으로 가는 노정 중의 하나이므로 어린 시절 자연에서 뛰놀게 하는 행복한 추억을 선물하는 것은 부모의 의무라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참으로 타당해 보였다. 공부란 때가 되면 싹트는 씨앗이므로 기다림으로 살피고 가꾼다는 것! 정규수업도 오후 3시면 다 끝나서 체육 활동이나 취미 활동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학원에 가는 일은 아예 없단다. 그들에겐 가족이 소중한 의미였고 자연 속의 삶을 즐기는 느린 모습이 오래 전 시골 모습 같았다.

서울로 대도시로 명문고로 달리고 명문대학으로 달리고 엄청난 교육비에 가위 눌린 채 그 쳇바퀴를 멈추게 할 동력을 언제, 누가, 어떻게 끊을 것인지 답답함! 그들에게도 어려움과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있을 것이다. 무조건 북유럽 교육이 다 좋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학원이 없는 나라, 대학 등록금조차 무료인 나라, 육아비를 책임지는 나라! 그대신 50%에 가까운 담세율과 공동체, 신뢰가 전제된 소통으로 문제 해결에 힘쓰는 나라였다. 공부하는 모습도 토론이 많았다.  

8박 10일 동안 얻은 지식의 양은 새로운 자극이어서 뇌량이 늘어나 장기기억 창고를 따로 만들고도 남는다. 지금은 좌뇌와 우뇌를 다시 정리하는 중이다. 새로운 방을 들였으니. 그리고 지식이 지혜로 숙성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나부터 변화를 위해 나선 학습연구년 연수 활동에 충실하여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를 다짐하게 한 내 인생 최고의 기회, 북유럽 연수는 두고두고 꺼내 먹을 마시멜로다. 공부할 기회를 준 내 나라에 감사하고 사람을 기르는 농사에 몸담은 교직이 더욱 소중하다. 해외연수의 소중한 불씨로 숯을 달구고, 자율연수로 내공을 다져 교실로 돌아갈 설렘은 초보 시절의 그것과 닮아있다. 인생은 늘 설렘으로 달리는 기차다. 열정과 배움, 호기심이 사라진 삶을 살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왕복이 없는 외길 노선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비겔란트 조각공원에서 예술의 향기에 취하다
▲ 북유럽 연수단 노르웨이 비겔란트 조각공원에서 노르웨이 오슬로 비겔란트 조각공원에서 예술의 향기에 취하다
ⓒ 이혜영, 정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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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볼 수 있는 풍경을 느리게 볼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다. 북유럽에 비해 열악한 우리 교육의 현실이지만 좋게 보면 그들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치열한 학구열을 가진 학생들이 넘치는 대한민국이다. 역설적으로 국가가 아닌 스스로 견디고 일어서서 달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을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삼을 수 있는 저력이 우리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이미 잠재되어 있음을 북유럽을 다니며 깨달았다.

교육은 씨앗을 심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찾아내는 것이니, 결핍 속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DNA가 더 강한 자연의 섭리를 아이들 스스로 찾게 하리라. 사과 씨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땅을 갈아엎어서 수박씨를 심는 오류만은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 일주일에 한 번만 물을 주어야 할 화분인 아이에게 날마다 물을 주지 않도록 관찰과 관심으로 소통하는 교실을 가꾸고 싶다. 혜민 스님 책 제목처럼, 멈춰 서서 보니 보이는 것들이 참 많아졌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영원한 진리다. 아니, 배운 것만큼 보인다. 이 때의 보임은 육안을 너머 심안과 영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교닷컴, 전남인터넷교육소식, 베네라, 부모 2.0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습연구년, #학교, #국외연수, #보편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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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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