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20일 광주를 찾았다. 이른바 '경청 투어'의 첫 일정을 광주전남으로 잡은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3월 16일 광주경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민주당 대선 후보를 거머쥐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문 의원의 정치적 의지가 읽히는 '광주출정'이다. 과연 광주는 문재인을 '전략적 선택'의 파트너로 정할 것인가.

 

문 의원이 도착한 광주역엔 지지자 약 200여 명이 몰렸다. 문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최대한 조용하게 경청투어를 시작하려고 일부러 요란스럽게 알리지 않았는데도 많은 분들이 나오셨다"고 반색했다.

 

문 의원은 "광주전남은 민주·개혁정부를 수립하는데 있어서 중심"이라며 "광주전남으로부터 인정받고 지지받고 싶다"고 특별한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정권교체 뿐 아니라 시대교체가 필요한데 이를 실현할 사람이 감히 저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문 의원의 평소 어법과 문맥과는 전혀 다른 강한 호소다. 그만큼 광주전남에서의 지지율은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전국 대의원 여론조사 1위 문재인, 광주전남에서는 3위

 

문제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표를 줄 이들이 문재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다. 이와 관련 매우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프레시안>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13일 민주당 전국 대의원 35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고문이 26.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두관 지사는 24.3%, 손학규 고문은 23.1%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예측할 수 없는 문재인-김두관-손학규 3강 구도다.

 

주목할 것은 광주전남을 비롯한 호남지역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손학규 고문 28.6%, 김두관 지사 22.7%, 문재인 의원 19.3% 순이었다는 것이다. 문 의원이 전국적으론 아슬아슬하게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적어도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선 3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은 여러 가지 분석을 가능케 한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투표행태를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한다. 전략적 선택의 기준은 본선경쟁력과 후보가 지닌 표의 확장성으로 설정된다. 2012년 대선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광주를 비롯한 호남이 생각하는 본선경쟁력은 '누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나'다. 또 표의 확장성은 '누가 노무현보다 많이 영남 표를 흡입할 것인가'다.

 

즉 광주를 비롯한 호남지역 대의원들은 아직까지는 문 의원의 본선경쟁력과 표 확장성을 그리 크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 지지율이 5%안팎인 김두관 지사가 정식 출마선언도 하기 전에 민주당 대의원들에게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특히 김 지사가 호남대의원들에게 지지율 2위를 기록한 것은 문 의원에겐 큰 위협이다. 후보가 지닌 폭발성의 측면에서 이미 '깔 것 다 깐' 손 고문과 문 의원에 비해 김 지사는 아직 가지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무기로 김 지사가 광주를 비롯한 호남을 공략했을 때 그 파괴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친노계 한 민주당 호남 대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문재인을 통해 노무현을 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말하는 노무현에 대한 호남의 서운함이 아니라 지금 광주를 비롯한 호남 사람들은 '노무현이 한번 밀어줬는데 또 노무현 밀어주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옛 민주당 출신 한 대의원도 "문 고문이 민주당의 훌륭한 자산임은 분명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부산 한 지역도 만회를 못한 분"이라며 "과연 '노무현의 비서실장'이라는 꼬리표가 기존 민주당 지지층 말고 새로운 지지세력을 확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두 대의원의 말을 종합해보면 문 의원이 '노무현 덕'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바로 그 때문에 본선경쟁력과 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문 의원이 다른 지역은 차치하고라도 광주를 비롯한 호남대의원들에게 지지를 더 얻어내려면 이 근심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척점 선 인물 1위에 김두관..."문재인은 글쎄"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에서 또 눈여겨볼 항목이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민주당 대의원들은 김두관 지사(30.5%)를 1위로 꼽았다. 문 의원은 27.9%였고, 손 고문은20.8%였다.

 

대선은 가장 치열한 싸움이고, 지지자들은 자신의 후보가 '인파이터(infighter)'이기를 기대한다. 박근혜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다는 것은 그가 가장 차별성 있는 후보고, 그가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가장 잘 싸울 수 있다는 평가기도 하다.

 

문 의원이 광주 출정의 변으로 전례 없이 강한 톤과 직접적인 어법으로 지지를 호소한 것은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마음을 얻기 위한 준비된 행동으로 읽힌다. 남은 것은 민주당 호남 대의원과 시도민들이 문 의원을 '전략적 선택의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다. 광주경선을 통해 '바보 노무현'을 일거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들었던 광주와 호남의 전략적 선택. 그 영광을 문재인은 얻어낼 수 있을까.  


태그:#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박근혜, #김두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