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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DITTO FESTIVAL-"NUOVO DITTO" 두번째 무대인 'Different Ditto(6/23 토)'에서는 후앙 루오, 스티븐 라이히, 메시앙의 현대음악을 선보였다.
 2012 DITTO FESTIVAL-"NUOVO DITTO" 두번째 무대인 'Different Ditto(6/23 토)'에서는 후앙 루오, 스티븐 라이히, 메시앙의 현대음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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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DITTO FESTIVAL-NUOVO DITTO가 6월 20일부터 7월 8일까지 열리고 있다. 지난 6월 19일 openig night을 시작으로 6월 20일과 22일 솔로를 위하여 I, II 공연에서는 바흐, 거쉰, 에른스트, 타레가 등의 프로그램으로 바이올린과 비올라 기타가 함께한 청아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6월 23일 공연은 'Different DITTO'라는 제목으로 세 가지의 현대음악을 보여줘 더욱 넓어진 그들의 스펙트럼을 증명하였다.

특히 이날은 천재 10대 신예들의 참여로 더욱 신선한 연주가 되고 있었다. 2011 그래미상 실내악 연주부문을 수상한 파커 콰르텟의 다니엘 정(바이올린),  2009년 베이징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인 최고 유망주 상을 수상한 김한(클라리넷),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 국제 관타악 콩쿠르에서 오보에 부문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둔 함경(오보에)이 이날 현악 앙상블 디토에 새로운 색채의 현악과 관악의 에너지를 더하여 호감을 샀다.

첫 번째 프로그램인 중국 작곡가 후앙 루오의 <망각의 서(書)>는 잃어버린 시간을 사유하는 듯한 선적인 움직임을 비올라와 오보에의 두 악기로 연주하였다. 2011년 카메라타 파시피카의 초연 때에도 연주하였던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날 연주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몸짓과 밀도 있는 연주로 이 민속적 색채가 강한 작품을 펼쳐내고 있었다. 여기에 함경의 오보에는 오보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호소력 있는 사운드로 비올라와 서로 꼬리를 물고 선율을 주고받으며 선적인 공간을 구성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이었던 스티브 라이히의 <다른 기차들>은 무대 가득 보이는 붉은 철도 영상이 반복적인 현악 사중주와 전자 음향의 움직임을 더욱 강화해 미국을 횡단하는 열차를 함께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의 미국과 유럽의 전쟁전후를 배경으로, 이혼한 자신의 부모를 만나러 1939년부터 1942년까지 보모와 함께 아버지가 사는 뉴욕에서 어머니가 사는 LA까지의 기차여행의 기억을 훗날 보모와 기차 짐꾼, 제 2차 세계대전의 생존 자 몇 명의 육성을 녹음하여 테이프 루핑 기법과 현악사중주로 만든 것이다.

1악장 <전쟁 전의 미국>에서는 "from new york to chicago" "crack train to new york"등 반복되는 단어가 인상적이다. 끝없는 여행길의 설렘과 한편의 두려움이 가득한 사운드는 전자음향에서 들려오는 반복적인 육성녹음과 기차 경적소리, 또 그것을 거의 그대로 모방하여 연주하는 현악사중주의 눈에 보여지는 움직임이 실제로 재미있지만, 반복이 더해질수록 한편 삶의 끝없는 긴 여정과 피곤이 느껴지며 우울해지기도 한다.

2악장 <전쟁 중인 유럽>과 3악장 <전후>에서도 세계대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미국의 드넓은 황야를 횡단했던 작곡가의 감성이 전해온다. 짧은 반복의 테이프 음향에서 전해오는 당시의 기억과 현재의 현악 사중주의 뒤쫓음이 별다른 선율의 진행없이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신기하다. 오히려 숭고하기까지 하다.

전쟁시대의 착찹함이라고나 할까. 경적소리를 모방한 현악기 고음의 레가토, 출발지와 도착지를 반복해 말하는 것을 흉내내는 코맹맹이 소리의 비올라, 그리고 대륙을 횡단하는 기차의 고동을 느끼게 해주는 5도 반복의 첼로 이 네 개의 악기 연주자들은 별 어렵지 않은 테크닉이지만 심혈을 기울여 전쟁의 숙명성과 숙연함을 보여주는 호연을 펼쳤다.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연주하는 앙상블 디토-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지용(피아노) - 와 김한(클라리넷).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연주하는 앙상블 디토-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지용(피아노) - 와 김한(클라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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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후 마지막 프로그램인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는 그야말로 경건함과 숭고함이 느껴지는 명연주였다. 메시앙의 작품 중 가장 연주가 많이 되는 이 작품은 메시앙의 초기작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아마추어 조류학자이기도 한 메시앙의 많은 작품에서 종교적인 색채와 새소리 음향이 드러나는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곡> 서문에는 요한계시록이 쓰여 있다. 이것을 배경으로 전체 8악장의 작품에서 4악장을 기점으로 1~3악장은 하늘에서의 사건, 5~7악장은 지상에서의 사건을 그리고 있다. 피아노의 미스틱한 음계와 클라리넷의 선적인 선율에 이어지는 트레몰로로 시작하는 1악장 <수정의 예배>는 각 악기가 맡은 반복적인 동기들로 구성되며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2악장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위한 보칼리제>는 격렬한 도입 후 사유적인 잔잔한 연주가 이어졌는데, 바이올린(스테판 피 재키브)과 클라리넷(김한), 첼로(마이클 니콜라스)와 피아노(지용) 모두 잔잔한 물결 위에 발조차도 맞닿지 않을 듯이 숨죽여 맑은 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3악장 <새의 심연>은 클라리넷의 독백이 인상적이었으며, 4악장 <간주곡>은 앞의 세 개 악장의 경건함을 잠시 환기하려는 듯이 민속적 음향과 증음정으로 경쾌한 제스처를 보여준다. 5악장 <예수의 영원성에 관한 찬가>에서는 첼로의 애절한 도입이 무척 감미로웠으며 잔잔한 물결 같은 피아노와의 조우 역시 훌륭하였다. 이렇게 내면적인 선율구조의 작품에서 서로 같은 양의 밀도와 강도로 연주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것을 이루어내는 마이클 니콜라스(첼로)와 지용(피아노)의 모습이 훌륭하였다.

6악장 <일곱 개의 트럼펫을 위한 분노의 춤>은 모든 악기의 증음정과 옥타브 중복의 절도 있는 움직임이 특징으로 일치된 호흡과 특히 피아노의 배려가 인상적이었다. 7악장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위한 무지개의 혼란>은 2도, 7도 화음의 겹침이 특징으로 폭신한 피아노의 받침 위에서 첼로의 감미로운 선율로 시작하였다.

마지막 8악장 <예수의 불멸성에 관한 찬가>는 바이올린(스테판 피 재키브)과 피아노(지용)의 연주로 경건하고 숭고하며 기도하는 듯한 가녀린 E현의 고음이 작품의 본질에 접근하는 훌륭한 연주였다. 특히 이날 메시앙 곡 전반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던 피아노의 지용은 젊은 나이가 믿기지 않게 안정되고 어른스러운 배려심으로 모든 악기를 꿰뚫으며 한치의 오차도 없는 반주를 펼쳐 보여 그의 진중한 연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만족스럽고 훌륭한 연주에 관객들은 일부 기립하며, 네 번의 커튼콜이 이어졌는데 성의껏 인사를 했다. 첼로의 마이클 니콜라스는 악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듯한 제스처로 답하고 연주회는 마무리되었다.

앞으로 2012 DITTO FESTIVAL-NUOVO DITTO는 세 개의 연주회가 남았다. 6월 30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차이콥스키 레볼루션'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을, 7월 1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디토 오디세이'에서는 홀스트의 <행성>, 메이슨 베이츠의 <리퀴드 인터페이스> 등이 7월 8일 오후 2시와 7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White Night(백야)'에서는 스트라빈스키 <병사의 노래> 모음곡, 프로코피에프 5중주, 쇼스타코비치 5중주 등을 선보인다.

NUOVO(새로운) Ditto로의 도약, 앞으로도 더욱 발전적인 멋진 남자들의 클래식 행진이 이어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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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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