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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가 지난 22일 롯데쇼핑ㆍ이마트ㆍ홈플러스 등 5개 업체가 송파ㆍ강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제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준 가운데, 24일 오후 정상영업 안내현수막이 내걸린 이마트 천호점에 고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가 지난 22일 롯데쇼핑ㆍ이마트ㆍ홈플러스 등 5개 업체가 송파ㆍ강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제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준 가운데, 24일 오후 정상영업 안내현수막이 내걸린 이마트 천호점에 고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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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몇 분들이 '경제민주화냐, 복지국가냐?' 또는 '재벌개혁이냐, 복지국가냐?'를 선택할 문제라고 해서 큰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에 저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경제민주화도 하고 복지국가도 하면 될 일인데 왜 그것을 선택의 문제라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재벌개혁은 재벌개혁대로 절박하고, 복지국가는 복지국가대로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라는 반응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1% 재벌경제에서 모두를 위한 경제민주화가 절실하고, 그 과정에서 재벌개혁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경제민주화와 함께 복지국가도 차근차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그것이 중요한 범사회적 과제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이렇게 묻고 싣습니다. "재벌대기업들만의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냐,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중소상인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냐?", "1% 재벌특권 경제를 계속할 것이냐? 모두를 위한 경제를 위해 경제민주화에 나설 것이냐?" 현재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이 문제야말로 절체절명한 과제 중 하나일 것입니다.

우리 헌법 제119조 2항은 "②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제의 민주화'라는 말이 참으로 선명합니다. 또, 헌법 123조 1항부터 3항은 "①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②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역경제와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할 수 있다'도 아니고, '보호·육성하여야 한다'고 아예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지역경제-중소기업 보호'... 현실은?

그런데 현실은 어떠합니까. 농업, 중소기업, 지역경제가 보호·육성되고 있을까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오히려 농업, 지역경제, 중소기업은 오히려 방치·소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 전 정부들도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지만 '재벌정권' '강부자정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이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 규정에 비추어봤을 때, 매우 위험하고 위헌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헌법과 정반대로 갈수록 경제적 불평등과 재벌대기업들의 탐욕·독점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시민경제사회연구소, 민주노총, 금속노조, 청년유니온, 참여연대, 좋은기업센터 등이 나서서 재벌대기업 체제의 피해대중과 싱크탱크, 경제권력 감시 시민사회단체들을 모아서 6월 22일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입법 및 대중운동을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날벼락이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22일 금요일 서울행정법원(부장판사 오석준)이 서울 강동·송파구 소재 대형마트 및 재벌슈퍼마켓(SSM:원래는 '슈퍼슈퍼마켓'의 약자이지만 우리는 이를 '재벌슈퍼'라고 부릅니다) 5곳 등이 '영업제한처분은 과도하다'며 각 구청장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유통재벌들이 승소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따른 "조례 제정 과정에서 유통재벌들의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처분의 발동 당사자인 기초단체장에게 재량을 주지 않은 점(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의무휴업 등을 '명할 수 있다'라고 돼 있는데, 조례는 '명해야 한다'라고 규정했다는 것)"을 근거로 해서, 조례 제정 과정의 흠결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절차상의 문제만 지적한 것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대형마트 등 운영으로 피해를 입는 지역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취지는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해당 재판부가 유통재벌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때도 이미 이같은 정당성을 똑같이 확인한 바 있었습니다.

즉, 지방의회와 지자체장이 조례를 법의 취지와 내용에 맞게 개정하고, 거치지 않은 절차가 있다면 다시 거쳐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에 관련된 처분을 다시 내리면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유통재벌들과 일부 보수 언론이 마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제도 자체가 부당한 것처럼 주장하고 보도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 할 것입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판결, '절차상 문제' 지적하는 것일 뿐

저희들은(참여연대/전국유통상인연합회/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대형마트등영업시간제한특별법제정연석회의 등) 이번 판결의 취지가 비록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일지라도, 강동·송파지역에서 6월 24일 일요일부터 대형마트와 재벌슈퍼가 다시 의무휴업을 피해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점, 전국적으로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점, 전국의 중소상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법원에 깊은 유감을 표시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재벌대기업들에 의해 심각한 생존권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중소상인들과 경제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에겐 큰 낭패가, 절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판결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조례를 통해, 유통재벌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시행하는 취지가 잘못됐다고 한 판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제민주화와 각각의 경제주체들의 공정한 생존권을 바라는 시대적, 국민적 염원을 외면하고 굳이 소송까지 낸 유통재벌들이 또다시 이번 판결을 왜곡하여 법의 취지가 잘못된 것인 양 왜곡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하고 잘못된 일입니다. 이미 그들은 여러 공익적 취지의 '의무휴업'을 '강제휴업'이라고 왜곡하고 중소상인들과 소비자들을 이간질하는 온갖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 모두의 생존권과 활력을 위한 경제민주화와 공정한 경제, 상생과 협력을 거부하고, 오로지 탐욕과 독점에만 몰두하고 있는 유통재벌들은 깊이 자숙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유통재벌들이 국민들의 혼란을 고려하고, 소송이 없었던 다른 지역과의 상황을 감안하고, 이 법(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중요하고도 절박한 공익적 취지를 존중한다면(이 법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대형유통 매장들의 에너지 과소비와 낭비를 막고, 유통노동자들의 야간-휴일 노동을 근절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게 하는 등의 여러 공익적 목적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둘째, 넷째주 일요일 의무휴업 조치를 자율적으로라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을 호소합니다.

또, 국회는 이번 기회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나 영업시간제한특별법 제정, 상생법 개정 등을 통해 위에서 밝힌 여러 공익적 목적에 근거하여,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허가제 도입, 중소기업-중소상인적합업종제도 도입, 실효성없는 사업조정제도 개선,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강화(의무휴업일 확대/영업시간 제한 확대/하나로마트와 쇼핑센터 등에 입점해 있는 대형마트 등에도 법 적용) 등의 근본적인 조치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재벌대기업과 강부자들의 편만 드는 이명박 정권이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국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가 지난 22일 롯데쇼핑ㆍ이마트ㆍ홈플러스 등 5개 업체가 송파ㆍ강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제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준 가운데, 24일 오후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강동구 이마트 천호점앞에서 '하나로마트 등 영업시간 제한 적용 및 대형마트·재벌슈퍼(SSM) 허가제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가 지난 22일 롯데쇼핑ㆍ이마트ㆍ홈플러스 등 5개 업체가 송파ㆍ강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제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준 가운데, 24일 오후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강동구 이마트 천호점앞에서 '하나로마트 등 영업시간 제한 적용 및 대형마트·재벌슈퍼(SSM) 허가제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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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재벌들의 영업제한과 의무휴업은 우리 헌법의 경제 민주화 원칙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면서 중소상인들과 유통재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책입니다. 실제로, 소상공인 진흥원이 지난 4월 중순부터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형마트와 SSM 의무휴업일에는 전통시장을 포함한 중소상인들의 매출과 고객수가 10% 안팎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일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고 이미 여러 나라들이 비슷하게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중소상인 보호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 보호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입니다.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있습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제도를 도입하면서도, "다만, 연간 총매출액 중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농수산물의 매출액 비중이 51퍼센트 이상인 대규모점포 등으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대규모점포 등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규정해 농협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 등이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구현하는 데 장애를 일으키고, 형평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대형마트들이 복합쇼핑몰이나 쇼핑센터에 입점해 있는 경우 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형마트 등은 형태가 무엇이든, 어디에 입점해 있든 이 법의 적용을 받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 수구 언론들의 보도 중에 제일 황당한 것은, 유통재벌들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가 중소상인들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조사나 현장 중소상인들의 체감에서는 10% 안팎의 매출 증가도 있어 실효성이 부분적으로 입증되고 있고, 실효성이 부족하더라도 이 법 개정안이 중소상인들의 사기를 높이는 상징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하며, 설령 실제 실효성이 부족하다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제도를 확대하거나 강화하면 될 것임에도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인 여론을 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구 언론들이 재벌들의 광고를 먹고 사는 존재라지만 참 너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의 중소상인들은 한결 같이 이야기 합니다. 우리도 좀 먹고 살자고… 성실하게 일해서 자신과 가족들을 챙기려고 하는 선량한 이웃들이 피눈물을 흘려야 하겠습니까. 부자는 아니어도 이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최소한 인간답게 먹고 살고, 자식들 교육은 시키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모두도 누구라도 중소상인이나 중소 자영업자이거나 관련이 있거나 곧 그런 직업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있기에, 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입니다. 이 살벌하고 비열한 재벌체제에서, 오늘 '헌법 119조와 헌법 123조의 정신'을, '함께사는 대한민국'과, '사람사는 세상'을 간절하게 갈구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면서,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의 실무도 겸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중소상인들과 중소자영업 시민들에게 큰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태그:#중소상인, #경제민주화, #재벌기업, #유통재벌, #헌법11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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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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