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거제도 서쪽바다 풍경.
▲ 거제바다 거제도 서쪽바다 풍경.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성큼 다가온 여름이다. 내륙지방과는 달리 거제도는 어디를 가나 바다풍경이 펼쳐져 있다. 거제도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동서로는 짧고, 남북으로는 긴 형태의 열십자 모양이다. 차를 타고 자연 풍광을 즐길라치면, 서쪽보다는 동쪽 방향 코스가 조금 나은 편. 쪽빛 바다는 눈을 시원하게 만들고, 망망대해로 이어지는 수평선은 무한정 달리고 싶은 욕망을 일으킨다. 중간 중간 떠 있는 섬은 거제도를 대표하는 섬이라 할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거제도 서쪽바다 풍경. 뒤로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거제 11대 명산 중 하나인 산방산.
▲ 산방산 거제도 서쪽바다 풍경. 뒤로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거제 11대 명산 중 하나인 산방산.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24일. 나른하게 느껴지는 오후를 탈피하고 싶어 집을 나섰다. 매일같이 접하는 해안가 보다는, 평소 가보지 않았던 곳에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옛 친구가 한 말이 떠오른다. 부산에서 잠시 회사를 다닐 적 제주도 친구였는데, 이런 말을 물었던 기억이다.

"친구는, 거제도를 몇 바퀴 돌아봤어?"
"왜? 아직 한 번도 못해봤는데."
"그래? 난 제주도를 서너 번 돌았는데. 거제도는 제주도보다 훨씬 작은데, 아직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어?"
"어."

거제도 서쪽바다는 고요에 빠져 있다.
▲ 고요 거제도 서쪽바다는 고요에 빠져 있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궁색한 대답을 끝으로 대화는 끊어졌다. 당시는 막 고교를 졸업할 1970년대 중후반으로, 자가용이 있을 턱도 없었고, 대중교통인 버스도 하루 한 번 다닐까 말까 할 시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친구는 어떻게 제주도를 몇 번 돌았을까. 문득 옛 기억이 떠오른 것은, 참으로 좋아진 세월을 실감하기 때문이었을 터.

작은 통통배는 만선의 기쁨을 안고 포구로 돌아오고 있다. 뒤로 보이는 다리는 한산도와 추봉도를 잇는 다리.
▲ 만선 작은 통통배는 만선의 기쁨을 안고 포구로 돌아오고 있다. 뒤로 보이는 다리는 한산도와 추봉도를 잇는 다리.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생각이 교차하는 시점, 차는 거제도 내륙으로 접어든다. 일운면 망치삼거리로 접어들면 '황제의 길'이 나타나고, 이어 구천댐 하부와 동부댐을 지나 거제도 서쪽바다로 향한다. 하얀 파도가 이는 거제 동쪽바다와는 달리 서쪽바다는 호수 같은 느낌이다. 하루 종일 바다는 잠을 자고 있는지, 파도는 뒤척이지 않고 잔잔한 모습이다. 양식장의 하얀 부표가 아니라면, 이곳이 바다라는 것을 느끼지도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거제도 서쪽바다에는 여유로움이 넘쳐 난다.
▲ 여유 거제도 서쪽바다에는 여유로움이 넘쳐 난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바닷물이 빠진 갯가에는 조개를 캐는 아낙네 모습이 풍요롭기만 하다. 차를 세워 한참 구경에 빠졌다. 아낙네들의 그 풍요로움이 내게 전해오는 것만 같다. 저 멀리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능선이 끊어질듯 이어지는 산. 거제 11대 명산 중 하나인 산방산의 그림 같은 풍경은, 바다 수면 위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거제도 서쪽바다에는 지난 1월 개장한 섬, 장사도로 가는 유람선이 있다.
▲ 장사도 거제도 서쪽바다에는 지난 1월 개장한 섬, 장사도로 가는 유람선이 있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도로가 뚫리면서 한적한 마을로 접어드는 길은 예전에 비해 한층 나아졌다. 거제도에서 태어나 잠시 부산에서 생활한 것을 제외하면, 내내 거제 땅을 떠나지 않고 살아왔건만, 아직도 가 보지 못한 마을이 많다. 그래서 오늘처럼 무작정 마을 탐방에 나서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동부면 삼거리에서 1018번 지방도를 따라 약 7km에 이르면 함박금길이 나오고, 여기서 좁은 2차로를 따라 0.6km에 이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우회전하여 1.4km를 달리면 목적지인 거제 동부면 가배리 함박금마을(사람들은 '함박구미'라고 부른다) 바닷가에 닿는다.

거제 서쪽바다에는 평화가 있다.
▲ 평화 거제 서쪽바다에는 평화가 있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마을에 들어서자 작은 포구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갯가를 따라 차량이 갈 수 없는 끝에 이르니 네댓 명의 낚시꾼이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망태를 들여다보니 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 넘쳐난다. 바다 앞으로는 양식장이 널려있고, 멀리로는 한산도와 추봉도를 잇는 붉은 색을 칠한 다리가 하늘을 가르고 있다. 하얀 파도를 만드는 통통배는 만선을 했는지 항구로 줄달음쳐 가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촬영하는데, 낚시꾼이 말을 건넨다.

"앞에 등대가 있는 섬에는 황새가 많이 사는데, 저기 가면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을 텐데."
"저 섬 이름이? 저기 가려면 배를 타야 하겠네요."
"그렇죠. 배를 타야 갈 수 있죠. 섬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니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거제도 서쪽바다 갯가에서 만난 야생화. 그런데 한 나무에서 자랐는데, 자세히 보니 잎 모양이 위쪽과 아래쪽이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 야생화 거제도 서쪽바다 갯가에서 만난 야생화. 그런데 한 나무에서 자랐는데, 자세히 보니 잎 모양이 위쪽과 아래쪽이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갯가 바위틈을 비집고 자란 나무에서 핀 꽃이 외롭다. 그런데 잎이 특별나다. 같은 나무에서 자란 잎이건만, 아래쪽과 위쪽 잎새 모양이 각기 다른 모양이다. 아래쪽은 옆연(옆신의 가장자리)이 반쪽짜리 별 모양을 하며 세 개의 끝을 가진 반면, 위쪽은 하나의 끝을 가진 뾰족한 형태다. 잎새가 왜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뒤로 한 채 자리를 떠났다.

거제도 서쪽바다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멀리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오른쪽 산은 거제 최고봉인 가라산이고, 왼쪽 끄트머리는 노자산.
▲ 행복 거제도 서쪽바다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멀리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오른쪽 산은 거제 최고봉인 가라산이고, 왼쪽 끄트머리는 노자산.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거제도 서쪽바다 인근에는 포록산 대원사가 자리하고 있다.
▲ 대원사 거제도 서쪽바다 인근에는 포록산 대원사가 자리하고 있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발길을 재촉하는 늦은 오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런데 발길을 멈추게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거제도 최고봉인 가라산과 그 옆으로 하나의 능선을 이룬 노자산이 호수 같은 바다 위에 둥실 떠 있다. 함께 보이는 야생화는 덤으로 주는 풍경이다.

돌아 나오는 길, 포록산 아래 자리한 대원사에 들렀다. 약수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올 뿐, 절 마당은 한적하고 인기척도 없다. 붉은 빛을 뽐내는 듯 핀, 한 송이 나리꽃만이 손님에게 방긋 웃어 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 거제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와 <뉴스앤거제> 그리고 제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태그:#거제도, #거제 서쪽바다, #산방산, #풍요, #고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알찬 여행을 위한 정보 제공과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