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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검상동(공주에서 부여가는 백제큰길)에서는 지금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공주시 검상동(공주에서 부여가는 백제큰길)에서는 지금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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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사업은 4대강 사업의 다른 하천, 즉 한강이나 낙동강에 비해 사업규모가 적은 편이다. 공정율 또한 가장 빠르게 2011년 10월 21일까지 3개의 보(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를 모두 개방했다. 하지만 '공주보'는 세굴(洗掘) 현상이 발생하여 여전히 보강중이다.
 금강사업은 4대강 사업의 다른 하천, 즉 한강이나 낙동강에 비해 사업규모가 적은 편이다. 공정율 또한 가장 빠르게 2011년 10월 21일까지 3개의 보(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를 모두 개방했다. 하지만 '공주보'는 세굴(洗掘) 현상이 발생하여 여전히 보강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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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금강살리기 구간에서도 역행침식이 발생했다. 그리고 하상이 안정될 때까지는 녹조가 발생하고 재퇴적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주기적으로 금강의 모든 구간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과 25일(2회), 26일 등 4번이나 금강사업 현장 항공사진을 찍어야 했던 나는 '멘붕'(정신이 허물어져 버린 상황)을 겪어야만 했다. 찍은 사진이 줄줄이 날아가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

항공사진은 바람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날짜를 정하고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바람과 안개 탓에 사진을 찍지 못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20일 오전 10시경, 항공사진 촬영을 위해 녹색연합 항공사진 전문가가 충남 공주를 방문했다. 2010년 처음 항공사진을 찍었던 활동가로, 그와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갑게 맞았다.

촬영을 위해 11시경 공주에서 출발해 부여 황산대교까지 떠난 비행기가 이내 활주로로 돌아와 앉았다. 비행기에서 내린 그 활동가는 "카메라를 어제 수리해 왔는데 사진 중앙에 줄무늬가 생겨 쓸 수가 없다"는 얘기를 한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나. 그럼 다시 찍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어디에서 마련한단 말인가!

그래서 예전에 몇 차례 항공사진을 찍어본 경험을 살려, 내가 직접 촬영에 임하기로 했다. 22일 카메라 AS센터를 찾아 카메라를 청소하고 사진을 3000장 정도 찍을 수 있다는 16GB짜리 메모리 카드도 샀다. 24일, 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항공촬영 준비에만 몰입했다.

4대강 항공사진 찍기 위한 눈물겨운 '3전 4기' 

드디어 촬영일인 25일. 떨리는 마음으로 대전충남녹색연합 심현정 간사와 오전 9시에 만났다. 차를 타고 가로수의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창밖을 보면서 '오늘 항공촬영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현장에 도착했다. 기장이 "바람이 많이 불고 있지만, 날씨가 모처럼 좋은 만큼 사진을 찍자"고 해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기류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동체가 흔들리며 현기증과 멀미 증세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렌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비행기가 연기군을 지나 공주, 부여군까지 갔다가 다시 역방향으로 금강 줄기를 따라 연기군까지 돌아가는 동안에 2000여 장은 넘게 사진을 찍은 것 같다.

1시간 이상의 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 내렸다. 노트북을 꺼내서 사진을 확인하려는데…, 사진이 없다! 앞이 캄캄하고 황당하기 그지없다. 심호흡을 깊게 하고 정신을 차린 후에 다시 확인을 해보니 메모리카드가 읽히질 않는다. 아마 새로 산 메모리카드가 빠진 것 같다.

어깨와 손가락에 쥐가 나고 하늘이 노래졌다. 기장과 활동가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더니 "정말로 한 장도 볼 수 없나요?"란 심 간사의 물음.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다. 내가 실수했으니 비행기 운항 요금은 내가 지급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찍자고 얘기를 했더니 기장이 "아이고 바람이 심해서 오늘은 더 못해요!"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일단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하며 기장과 심 간사의 마음을 풀어야 했다. 식사를 하면서 기장에게 조심스럽게 "오후에 바람이 적어지면 다시 한 번 찍자"고 재차 제의했더니 조금은 마음이 풀어졌는지 "그럼 5시 이후에 바람이 자면 다시 찍는 것으로 하지요"라고 한다. 기장의 말에 일단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돈을 어떻게 마련하지'란 생각에 머리가 찡하니 아프다.

은행에 가서 통장을 찍어보니 다행히 항공촬영을 위한 돈은 되는 것 같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하지만 오전에 사진을 찍으면서 긴장했던 근육이 굳어서인지 어깨에 쌀가마니를 얹어놓은 것 같다.

카메라 메모리카드 빠지고, 용량 꽉 차서 못 찍고...

오후 5시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지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만큼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찍어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 1500장, 올라오는 길에 1500장 정도의 사진을 찍으려고 생각하며 정신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카메라에 확인되는 사진 장수까지 꼼꼼히 챙겼다. 멀미가 나는 것도 꾹 참았다.

비행을 마치고 카메라 메모리카드를 꺼내서 노트북으로 확인하니, '오호라' 예상 외로 첫 사진부터 마음에 쏙 든다. USB에 담기 위해 사진을 쭉 내려보니, 어라, 사진의 마지막 번호가 1001번으로 나온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는 마음에 또 다시 확인했지만, 내려가면서 찍은 사진뿐, 올라오면서 찍은 사진은 한 장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올라가기 전에 사진 크기를 최대한으로 키운 것이 생각났다. 사진이 너무 커서 메모리카드 용량이 꽉 찬 것이다. 나는 또 다시 '멘붕'에 빠졌다.

심현정 간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옆에 서 있었다. "내가 내일 아침에 다시 찍어서 가져다가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기장이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 나의 몸은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아팠지만, 다시 항공료를 마련하느라 밤늦은 시간까지 전화로 구걸(?)해야만 했다.

26일 오전 8시 30분경 비행장에 도착하니 아직도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기장도 '멘붕'에 빠진 것처럼 멀리서 나를 보는 둥 마는 둥하면서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비행기에 기름을 넣고 있다. 난 애써 태연한 척 다가가서 "후딱 찍어버리죠"라고 했다. 하지만 기장은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 우리는 어색하게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어제보다 더 심하게 바람이 불면서 기체가 흔들리고 있었지만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마지막 사진이 찍혔던 곳부터 천천히 1000여 장의 사진을 성공적으로 찍었다. 그제서야 나는 '멘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비 털어서 비행기 타고 생고생... '역사가 판단하리라'

 4대강(금강)사업에 사용했던 준설선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환경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4대강(금강)사업에 사용했던 준설선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환경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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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금강) 사업은 홍수예방, 용수확보, 수질개선, 지역경제살리기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러나 홍수예방효과는 확인할 수 없으며 오히려 보 운영을 실패할 경우 홍수피해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하늘에서 바라본 금강은 생명이 사라진 재앙의 강으로 변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어야 할 강변의 습지는 사라지고 황토색 빛으로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준공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도 굴착기의 소음으로 가득한, 폐허에 가까운 공사장의 모습이었다.

특히 동식물의 보고로 불리던 신흥습지 일대와 부여보 일대, 공주 공산성 앞 하중도와 백사장이 사라지면서 해마다 이곳을 찾아오던 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물수리, 해오라기, 왜가리, 재두루미, 청둥오리, 쇠오리 등 얕은 물가에서 살아가는 철새가 4대강 공사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누구 때문에 사비까지 털어서 항공사진을 찍고 기록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목숨을 걸고 하는 이런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훗날 이런 나의 행동들이 비판의 대상이 될지, 용기 있는 행동이라 평가받을지는 역사가 판단하리라 믿는다.


태그:#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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