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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해수욕장들이 14일 개장을 했다. 개장 첫날, 비가 내리고 파도가 높다.
▲ 주문진바다 동해안의 해수욕장들이 14일 개장을 했다. 개장 첫날, 비가 내리고 파도가 높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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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볼 일이 있는 참에 가족들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숙소는 주문진에 있는 비용 저렴하고 시설소박한 민박집으로 잡았으며,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서울에서 주문진으로 향했다.

대관령터널을 지나면서부터 안개가 자욱하고, 비는 줄기차게 내린다. 비는 밤새도록 내렸으며, 바다는 파도가 높은지 민박집까지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주문진 바닷가 근처의 작은 집들, 나즈막한 집들을 보면 평온하다.
▲ 주문진 주문진 바닷가 근처의 작은 집들, 나즈막한 집들을 보면 평온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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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에는 대학생들이 놀러왔는지 시끌벅적했지만, 몸이 피곤한 탓에 오랜만에 곤한 잠을 잤다. 아무런 냉방장치를 가동하지 않았는데도 20도 정도이니 차라리 춥다.

다음날 아침에도 비가 내렸고, 개장을 한 해수욕장의 파라솔이 민망한 상황이다.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은 아닐 터이니 첫날 파장이 오히려 약이 되면 좋겠다.

거미줄이 잡아야 할 것은 따로 있는데 빗방울들만 가득하다.
▲ 거미줄에 걸린 빗방울 거미줄이 잡아야 할 것은 따로 있는데 빗방울들만 가득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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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을 민박집에 머물게 하고 일을 보러 강릉으로 갔다. 어제부터 내린 비에 도로도 한산하고, 아직은 본격적인 성수기가 아닌듯 한가하다. 강릉시내를 지나 작은 농어촌 마을로 들어서자 거미줄마다 잔뜩 빗방울을 달고 있다.

내리는 비에 한층 더 푸른 빛을 내고 있는 강릉의 농촌마을
▲ 강릉의 농어촌 풍경 내리는 비에 한층 더 푸른 빛을 내고 있는 강릉의 농촌마을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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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서로가 그리워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사람살이일 터이다. 도시에 살면 시골이 그립고, 시골에 살면 도시의 편리함이 그리운 법일 터이다. 딱히 둘 중 하나만 택하라고 한다면 시골을 택하고 싶은데 그곳에 내려와 살아갈 수 있는 몸뚱이가 아니다.

자녀들 문제는 뒤로 하고라도 최소한 자급자족은 해야 할 터인데, 도시에서 살면서 흙을 만지는 법을 잃어버렸다.

각종 구이들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 주문진시장 각종 구이들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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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을 마치고 주문진으로 돌아와보니 내리는 비에 종일 민박집에 갇혀있던 가족들이 반긴다. 김치찌개에 라면을 넣어 간단하게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며, 온 김에 맛난 것 좀 사달라고 한다.

비가 제법 많이 와서 장거리 운전이 부담이 된다. 가까운 주문진항으로 가니 시장골목엔 구수한 냄새가 오밀조밀 빈틈없이 매워져 있다. 빈틈이 없으니, 보는 것 마다 먹고싶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많은 여행객들이 시장을 찾았다.
▲ 주문진시장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많은 여행객들이 시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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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지리하게 내렸지만, 다행스럽게도 시장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어디든지 사람사는 세상이기에 좀 북적거려야 사람사는 것 같다.

복잡한 도시에서 살다보니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보내고 싶다가도 이내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사람은 사람끼리 살을 부대끼며 살아야 되는가 보다. 그런 과정에서 때론 아픈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사람사는 맛이니까.

상인들이 팔 물건들을 손질하고 있다.
▲ 주문진시장 상인들이 팔 물건들을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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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버님 원기회복을 위해 전복죽을 끓여드려야 겠다며 전복을 사잖다. 횟집은 많은데 전복집은 그리 많질 않다. 가까스로 찾았는데, 엉성한 것처럼 장사를 하시더니만 집에 와서 전복 숫자를 세어보니 단 한 마리의 에누리도 없다.

가오리 흥정을 한 것인가? 숫자에 능한 아내가 껌뻑 넘어갈 정도로 장사수완이 좋았으니 그것도 시장판에서 오랫동안 삶을 이어오면서 숙달된 능력일 터이다. 이상하다고 하는 아내에게 "주문진에서 서울까지 오는 동안 자기들끼리 잡아먹었나보다"하니 껄껄 웃는다.

주문진항 주차장에서 바라본 주문진항
▲ 주문진항 주문진항 주차장에서 바라본 주문진항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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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항 노상 주차장에 가득한 관광버스, 이제 막 해수욕장이 개장되었다고 첫 주말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이 동해안을 찾은 모양이다. 시장상인들 입장에서는 기왕 온 이들이 바닷가로 나가지 못하니 시장통을 어슬렁 거리는 것이 더 반가울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생기가 넘치는 주문진항을 보고 오니 마음이 편안하다. 어느해 겨울인가, 썰렁한 시장통을 돌고 나왔을 땐 내내 마음이 편하질 않았는데 잘 된 일이다.

집으로 오는 길, 여행 내내 비가 내렸다.
▲ 장맛비 집으로 오는 길, 여행 내내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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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 1박 2일 동안 비만 몰고 다녔다. 내리는 비때문에 잠시 위험한 순간도 만나긴 했지만, 아무 일 없이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아니, 아무 일 없었던 것이 아니구나. 추억을 담아왔구나.

비오면 비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좋은 날이 아니겠는가 싶다. 내가 화를 내거나 근심한다고 비를 멈추게 하지 못할 바에는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한 방법이다.


태그:#주문진, #해수욕장, #주문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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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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