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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전과범인 통영 초등학생 납치살해사건 용의자가 신상공개 대상이 아니었다고 알려지면서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방 효과와 법 원칙 등을 고려해볼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에 사는 한아무개양은 지난 16일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섰다가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경찰은 용의자 김아무개씨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용의자 김씨는 지난 2005년 산양읍에 사는 62세 노인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돌멩이로 내리친 전과가 있었다. 김씨는 4년 실형을 산 뒤 2009년 5월 출소했다. 하지만 그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인터넷상의 성범죄자 신상공개가 아동대상 범죄는 2010년 1월, 성인대상 범죄는 2010년 4월 이후 유죄 확정 판결을 받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0년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정보를 열람하려면 관할 경찰서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 확대를 위해 법을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하자는 것이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소급적용" vs. "신상공개 안 이뤄져 생긴 문제 아냐"

일각에서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 확대를 위해 법을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 확대를 위해 법을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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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희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은 2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범죄자의 인권 침해 운운하면서 정작 죄 없는 아이가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을 방조해버린 것은 아닌지..."라며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소급적용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는 글을 남겼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도 트위터 타임라인에 "성폭력 전과자에 대한 신상공개가 좀 더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찬성했던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폭력은 소급적용이란 원칙을 지키되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백 소장은 "이번 사건의 경우 용의자의 성범죄 전력을 동네 사람들은 알았지만, 피해자 가족은 몰랐다"며 "이것을 소급적용·신상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생긴 문제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당사자가 계속 감시받고 있다고 느끼는 전자발찌제도에 비해 1회 공개가 전부인 신상공개는 예방 효과가 적다"고 말했다. 신상공개는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으로, 과거 보호감호 처분처럼 징역 이후 과정을 감시하는 제도 중 하나다. 이 교수는 "당사자도 신상공개 누리집에 접속하지 않으면 공개 사실을 잊고 지낼 수 있다"며 "실효성 갖기 어려운 제도를 위해 굉장히 많은 논쟁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여가부 "소급적용 긍정적"... 성범죄자 신상공개 누리집에 접속 폭주

2010년 이후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메인화면. 통영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 용의자가 성범죄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2일 오후부터 23일 오전까지 방문자가 폭주해 한때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2010년 이후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메인화면. 통영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 용의자가 성범죄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2일 오후부터 23일 오전까지 방문자가 폭주해 한때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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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자발찌와 화학적 거세는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이란 이유로 소급적용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성범죄자 신상공개까지 소급적용하면 국가의 형벌권이 지나치게 확장되고, 원칙을 무력화한다"고 지적했다. 또 "성범죄자 신상공개의 효과를 따지려면, 과연 이 제도가 공개대상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개대상자들은 형벌이 무서워 범죄를 못 저지르는 게 아니고 또, 다른 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며 "신상공개로는 이를 전혀 예방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를 관리하는 여성가족부의 입장은 다르다.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는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상당한 재범 방지 효과가 있다"며 "(성범죄자 신상공개 확대를 위한) 소급적용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 개정을 위해서는 소급적용 금지가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는 점, 이중처벌이라는 의견이 있는 점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범죄 전과가 있는 김아무개씨가 통영 초등생 사건의 용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범죄 알림e' 누리집은 22일부터 서버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여성부에 따르면 이날 누리집 방문자 수는 평소의 25배 수준에 달했다고 한다.


태그:#통영 초등생, #성범죄자, #성범죄자 신상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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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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