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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표지
 <놈놈놈> 표지
ⓒ 책으로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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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놈 놈 놈'이라는 책이 왔어요!"
"뭐라고? 그런 책이 어디 있니?"
"정말이예요. 이 책 보세요." 

지난 20일 막둥이가 건넨 책에는 분명 큼직하게 '놈 놈 놈'이라는 책 제목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눈 나쁜 나에게도 선명한데 안경 안 쓴 막둥이에게는 오죽하랴. 하지만 막둥이는 초등학교 5학년일 뿐이다. 책 제목의 내밀한 뜻을 알 리가 없다. 책을 받아들었다. 순간 제목 하나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이란 그다지 좋은 뜻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듯이, 우리 글도 자세히 읽고 글쓴이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의 본명은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블로그 필명(아이엠피터)은 잘 알고 있다. 블로그 하는 사람, 특히 시사 블로그를 하는 사람 중 그를 모른다면 시쳇말로 '간첩'이다. 나 역시 하루에 꼭 한 번은 들어간다. 정치블로거 중 그보다 탁월한 글쟁이는 없을 것이다. 이런 그가 책 한 권을 펴냈는데 제목이 <놈 놈 놈>(임병도 씀, 책으로여는세상 펴냄)이다. 물론 원래 제목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마음속에서 '왜 대한민국은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도 이상한, 전혀 상식 밖의 이들이 벌어지고 있지?'라고 고민을 시작했다.

아이엠피터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꾼다'고 했다.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 대학원 원장도 자신을 "상식파"라고 했다. 대학원 다닐 때 한 교수님은 귀가 따갑도록, 끊임없이 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라고. 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다. 이게 지금 무너져버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상식을 가지고 지난 4년을 이끌었다면 대한민국 현재 모습이 이렇게까지는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환경에 대한 상식이 있었다면 4대강을 밀어붙이지 않았을 것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이 있었다면, KBS 정연주 사장을 내치지 않았을 것이고, 거의 안하무인인 김재철을 MBC 사장에 앉혀 언론장악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달 조회수 50만... '상식사회' 꿈꾸는 정치블로거

이명박 정권 들어 정치블로그는 알게 모르게 '자기검열'을 했다. 나 역시 어쭙잖은 정치블로거 행세를 하고 있지만 자거검열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글을 썼다. 하루에 한 편씩 쓰는 그의 글을 보기 위해 한 달에 50만 명이 찾는다.

그의 주 타깃은 당연히 우리 '가카'이다. 아이엠피터는 이 책의 3장 '대한민국을 사유화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패밀리들' 모음 글 중 '대통령 패밀리들만을 위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자신의 아들을 히딩크와 사진 찍도록 했다. 그 자리에는 4급 이상 공무원과 기자들만 참여할 수 있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자신의 아들을 히딩크와 사진 찍도록 했다. 그 자리에는 4급 이상 공무원과 기자들만 참여할 수 있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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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가 명예 서울시민증을 받던 그날, 시청 바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특히) 아이들이 먼발치에서라도 히딩크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줄임)

그런데 수여식이 열린 바로 그 자리, 4급 이상 공무원과 취재진만 들어갈 수 있었던 그 자리에 아들 이시형은(이명박 사위도 있었다) 당당하게 들어가 있었다. 그것도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채. 더구나 살짝 들어가 멀리서 히딩크를 본 것만도 아니고 대놓고 무대 위로 올라가 히딩크와 사진까지 찍었다.

다른 내용도 있지만 이것 하나만 봐도 이 대통령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비상식파'다. 대한민국에서 비상식파는 이 대통령만 아니다. 많다. 그중 한 사람이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해도 '대세론'이었는데 상식파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광풍에 흔들리고 있다.

박 의원은 '5.16군사반란'을 "구국의 혁명", "대한민국 초석을 낳았다"고 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기초 상식도 갖추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아이엠피터는 '여왕의 부활'이란 글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원내대표로 있을 때 박근혜 의원과 만난 사실을 떠올린다. 당시 이 만남은 언론도 다루었는데 집권당 원내대표가 평의원을 만나기 위해 이곳 저곳을 다니고, 기다렸다.

당시 한나라당은 172명의 의원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었다. 그 거대한 정당 원내대표가 일개 신하처럼 박근혜에게 달려가 의견을 묻는 모양새가 과연 정당정치가 제도화된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대한민국 최대 정당의 권력이 박근혜 일개 개인에게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있어 박근혜는 여왕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좋아하는 새누리당 아닌가? 미국은 원내대표가 실질적인 당 지도자다. 미국 같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 정치현실이 다르다. 그래도 원내대표가 평의원을 '쪼르르' 찾아갔다. 박 의원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상식이 있었다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은 평당원 시절, 황우여 원내대표를 자신에게 '쪼르르'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민주주의 상식이 없는 것이다.
 박근혜은 평당원 시절, 황우여 원내대표를 자신에게 '쪼르르'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민주주의 상식이 없는 것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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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좋은 놈'도 있다

아이엠피터는 이들 외에도 전두환, 나경원, 오세훈을 '상식'이라는 칼로 비판했다. 그들은 민주주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비상식파'라는 말이다. 아이엠피터 말을 빌리면 '나쁜 놈'들이다.

그런데 그가 유일하게 '상식'에 바탕한 정치인을 꼽았는데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강기석(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추천글에서 "그는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골적으로 호소합니다. 문재인은 '좋은 놈'이기 때문이라는 그의 확신이 책 제목에서부터 확 느껴집니다"고 말할 정도다. 아이엠피터는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문재인"이라고 했다.

나는 철저히 시민의 눈으로 문재인을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보고 있다. 정치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지만 내가 시민의 눈으로 문재인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에게서 '상식의 정치'를 바라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아이엠피터는 일명 '문재인 알바'일까? 아니다. 그가 문재인 의원을 만난 것은 노무현 재단에 취재하러 갔을 때 주차장에서 만난 것이 전부다. 물론 아이엠피터의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가 실현될지 아무도 모른다. 현재 지지율로만 판단하면 안철수-박근혜-문재인으로 3위이다.

하지만 결과가 어떠하든, 중요한 사실 하나를 그의 글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정치인은 모두 똑같다'는 말이 틀렸다는 점이다. 사실 이 말은 조국 해방 후 대한민국 60년 기득권을 유지한 이들이 주장해 왔다. 다들 속았다. 정치가는 다 같은 '놈'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군사반란'을 일으켜 집권한 박정희·전두환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같은 '놈'인가?  민주주의에서 '절대'란 존재할 수 없지만, 이들은 절대 같은 정치인이 아니다.

아이엠피터는 바로 정치인들은 다 똑같은 '놈'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단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관련 기사를 100편 이상 읽고, 관련 논문이나 보고서를 최소한 10~20편을 참조하면서 글을 쓴다고 한다. 흡사 산고와 같은 노력이다.

이런 글쓰기가 12월 19일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 상식 있는 좋은 사람이 당선되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이 먼 훗날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이 참으로 행복해졌다고 이야기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는 지금은 참으로 불행한 나라라는 말이다. 불행한 나라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 내 아이들도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 '상식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12월 19일 상식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놈놈놈> 임병도 씀, 책으로여는세상, 2012년 7월 20일, 312쪽, 1만3000원



아이엠피터의 놈.놈.놈. -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는 대한민국 대표 정치.시사 블로거

임병도 지음, 책으로여는세상(2012)


태그:#놈놈놈, #정치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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