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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팔당 두물머리에 끝까지 남아 유기농지를 지키고 있는 농민들이 이날 오전 수확한 오이·호박·가지·토마토 등을 가지고 국회를 방문,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두물머리 유기농단지 행정대집행(강제 철거) 철회를 촉구했다.
 26일 오후 팔당 두물머리에 끝까지 남아 유기농지를 지키고 있는 농민들이 이날 오전 수확한 오이·호박·가지·토마토 등을 가지고 국회를 방문,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두물머리 유기농단지 행정대집행(강제 철거)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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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갑을 낀다. 두 손으로 지렁이 서식지에서 지렁이를 한 움큼 집어 든다. 삽을 든다. 우유슬러지를 이용해 만든 지렁이 퇴비를 경운기에 퍼 담는다. 직접 경운기를 몰고 지렁이 사육장으로 운반한다. 채소 비닐하우스에서 구부리고 앉아 상추를 뽑아 바구니에 담는다.

2007년 9월 22일 오전 경기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일대로 추석 민심 탐방에 나섰던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모습이다. 이명박 후보는 "한국농업의 대안은 유기농"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청년들이 들어와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유기농단지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자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고, 유기농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농토 강제 수용에 나섰다. 4대강 사업으로 강제철거 위기에 놓인 두물머리 유기농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떠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두물머리에서 12년째 유기농사를 지어온 서규섭(52)씨는 "두물머리에 4대강 사업을 위한 공원이나 자전거도로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것을 위해서 30년 이상 된 유기농지를 없애야 하는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6일 오후 팔당 두물머리에 끝까지 남아 유기농지를 지키고 있는 농민들이 이날 오전 수확한 오이·호박·가지·토마토 등 싱싱한 유기농 채소를 들고 국회를 방문,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위한 행정대집행(강제 철거)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26일 오후 팔당 두물머리에 끝까지 남아 유기농지를 지키고 있는 농민들이 이날 오전 수확한 오이·호박·가지·토마토 등 싱싱한 유기농 채소를 들고 국회를 방문,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위한 행정대집행(강제 철거)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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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7번째 사과 절차 밟고 있나?"

26일 오후 서씨를 비롯해 두물머리에 끝까지 남아 유기농지를 지키고 있는 농민 4명이 국회를 방문했다. 이들의 손에 들린 큰 바구니에는 오이·호박·가지·토마토 등 이날 오전 수확한 싱싱한 유기농 채소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특히 유기농채소 그림이 붙어있는 밀짚모자를 쓴 민주통합당 의원 7~8명이 농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바구니에서 야채를 하나씩 꺼내 들고 "생명의 창고 두물머리 공사 대집행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야채 퍼포먼스를 제안한 이미경 의원은 "4대강 사업은 99% 공사를 진행했고 마지막 단계로 두물머리에 자전거 공원을 만드는 일만 남겨놓고 있다"며 "8월 6일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을 통해 남아있는 네 가구 농민들마저 쫓아내려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기춘 의원도 "이 대통령은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를 지원하고 보전하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땅을 빼앗아서 자전거 도로와 유락시설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정부가 농민의 대화 요청을 거부하고 10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서 강제로 철거하려고 한다"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부다. 7번째 사과를 위한 절차를 밟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유영훈 팔당공대위 대표는 "이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이라는 거대한 용의 그림을 그리고 이제 마지막 한 점, 용의 눈 같은 두물머리에 점을 찍으려 한다"며 "공권력을 동원해서 강제 철거를 시도한다면 온 몸으로 마지막 상황까지 모든 것을 걸고 결사 항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제발 농민들이 아무도 다치는 일 없이 두물머리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언론에서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통합당 의원 62명은 기자회견문에서 "2009년 두물머리 유기농단지가 4대강 사업에 포함되면서 정부와 유기농지 보존을 요구하는 농민 간 대립으로 유기농의 발원지이자, 평화와 상생의 상징이던 두물머리는 대립과 갈등의 공간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들은 22조원의 혈세를 낭비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유기농이라는 팔당지역이 가진 소중한 역사, 문화, 경제적 자산이 사라지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두물머리에 대한 정부의 행정대집행과 강제철거 중단을 촉구했다.

26일 오후 팔당 두물머리에 끝까지 남아 유기농지를 지키고 있는 농민들이 이날 오전 수확한 오이·호박·가지·토마토 등을 가지고 국회를 방문,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두물머리 유기농단지 행정대집행(강제 철거) 철회를 촉구했다.
 26일 오후 팔당 두물머리에 끝까지 남아 유기농지를 지키고 있는 농민들이 이날 오전 수확한 오이·호박·가지·토마토 등을 가지고 국회를 방문,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두물머리 유기농단지 행정대집행(강제 철거)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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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19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내달 6일 4대강 사업을 위한 행정대집행을 개시한다는 영장을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의 농민 4명에게 발부했다. 이에 따라 공사를 반대하는 농민·환경단체와 공권력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중반부터 형성된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지는 우리나라 유기농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두물머리는 11개 농가가 양평군으로부터 2007년 1월~2012년 12월 31일까지 5년간 22.2㏊에 대해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딸기와 양상추 등을 재배해 왔다. 그러나 11개 농가 가운데 7개 농가는 영농손실보상금 등을 받고 이전에 합의했고, 현재 4개 농가가 27개동의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태그:#4대강, #두물머리, #강제철거, #행정대집행, #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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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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