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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추모 전시회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에서는 8월 18일, 8월 25일 주말을 이용해 전시기획자의 해설을 들으며 인혁당 사건의 과정과 의미를 되샐길 수 있는 전시해설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인혁당 추모 전시회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에서는 8월 18일, 8월 25일 주말을 이용해 전시기획자의 해설을 들으며 인혁당 사건의 과정과 의미를 되샐길 수 있는 전시해설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 민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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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둣주걱과 머리빗만이 돌아왔다. 물건의 주인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왜 죽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몰랐다. 구둣주걱과 머리빗의 주인공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내가 무엇 때문에 사형을 당하는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모르겠다"였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서도원씨의 이야기다.

1974년 4월 25일 당시 중앙정보부는 '인민혁명당재건위원회' 사건을 발표했다. 북한의 사주를 받아 국가를 전복시키려했다는 죄목은 그들의 목을 죄어왔다. 끝을 향해 달려가던 유신독재의 서슬은 그들의 피로 정권의 치욕을 감추려 했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은 8명에게 사형, 17명에게는 징역 5년에서부터 무기징역까지 중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판결 18시간 후인 9일 새벽 이들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32년이 지난 2007년에야 법원은 당시 판결이 고문과 강압에 따른 조작이었다고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구둣주걱과 머리빗의 주인이 돌아오지는 못한다. 그와 그들의 가족이 받아야만 했던 억척스러운 지난 세월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죽어야하는 이유조차모르고 죽임을 당했던 8명은 없어지고, 대신 진실을 아는 사람들만 남았다. 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들을 잊지 않는 일이다. 부산 민주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인혁당 추모전시회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도 그런 이유에서 기획됐다.

인혁당사건 추모전시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가 8월 26일까지 부산 중구 영주동 민주공원에서 열린다.
 인혁당사건 추모전시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가 8월 26일까지 부산 중구 영주동 민주공원에서 열린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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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는 서도원을 비롯한 도예종,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 등 8명의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을 기리는 작품이 세상과 만나고 있다. 때론 진중하고, 때론 가볍게, 혹은 세상을 비틀거나 꼬집는 작품들은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쥐여준다.

걸음은 잦아들고 생각은 늘어난다. 지난봄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추모전시를 부산으로 옮겨온 이번 전시회는 오는 8월 26일까지 부산민주공원 접은펼쳐보임방 (기획전시실)에서 관람객을 기다린다. 전시회를 돌아본 뒤에는 민주공원 옥상에서 탁 트인 부산항을 바라보는 여유도 덤으로 가져볼 만 하다.

끝으로 아이와 함께 전시회장을 찾았다 방명록을 남기고 간 어느 관람객의 소감을 전한다. 그의 말처럼 잊힐질 때, 그들은 진짜 죽음을 맞는 건지도 모른다.

"4살 딸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는 들어서자마자 "무서워"하며 엄마인 저한테서 떨어지지 않고 업어달라 합니다. 등에 업혀 사진을 보며 "이거 뭐하는 거야? 왜?" 하고 묻습니다. "나쁜 대통령…"까지 말이 나왔는데 차마 사형이라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무죄판결을 받으셨지만,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처를 지금 오늘을 맞는 우리세대, 아이세대들까지 잇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도 이 슬프고, 공포스러운 역사를 거부하고 싶지 않을까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가족들을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영어, 수학 조기교육이 아닌 민주시민 조기교육으로 올바른 역사를 바로 세우는 참된 나라의 보배들로 키우겠습니다. 8분 선생님들의 뜻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인혁당사건 추모전시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전시 해설 프로그램 안내

민주공원은 전시기획자의 해설을 들으며 인혁당 사건의 과정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전시해설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 전시 : 2012. 7. 14.(토) ~ 8. 26.(일) 오전 9시~오후 5시, 월요일 휴관
- 해설 : 2012. 8. 18.(토)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4시/ 8. 25.(토)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4시
- 장소 : 민주공원 잡은펼쳐보임방
- 접수방법 : 예약 및 현장접수 선착순 20명
                      * 참여일시, 참여인원, 대표 성명과 연락처를 문자로 발송.
                      * 참여자 모두에게 전시 기념품 증정.
- 접수연락처: 010-7979-0419
- 문의 : 02-720-7511(4.9통일평화재단), 051-790-7404(민주공원 전시담당)


태그:#인혁당, #민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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