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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딸...친구와 함께 물장난...
▲ 계곡에서 ... 아들과 딸...친구와 함께 물장난...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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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야... 나를 길들여 줘!"
"나도 그러고 싶어... 그렇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찾아야 할 친구도 있고 알아 볼 것들도 많거든."
"누구든 자기가 길들인 것 밖에는 알지 못하는 거야."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와 어린왕자의 대화의 일부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나를 길들여 줘"라고 한 것은 어린 왕자와 어린왕자의 장미만이 가진 시간, 그 함께 한 시간의 공유와 서로 길들여지지 않은 여우 자신과 어린 왕자 사이 때문이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짧은 스침과 일별로는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교감할 수도 없다. 만나고 함께 하는 시간들이 쌓여서, 그 쌓은 시간의 날실과 씨실이 모여서 관계를 형성하고 추억을 만들어 간다. 추억이란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너와 내가 쌓은 시간이고 그 시간의 공유이며 추억을 통해 지난 시간들을 너와 내가 만나는 것이다. 그 누구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을 특정한 소수, 그 시간 속의 너와 나만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숲길 따라 계곡으로...
▲ 내원사계곡 가는 길... 숲길 따라 계곡으로...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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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카카오톡에서 언니와 동생, 섬 목회를 하고 있는 사촌동생 등 몇 사람이 그룹채팅을 잠깐 했다. 섬에서 섬 목회를 하고 있는 사촌 동생 목사가 카카오톡에 거기 교회와 섬 바다와 염소 등을 사진으로 올렸고 그곳에 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언니와 나는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우린 옛일을 추억하며 문자를 신나게 날렸다.

사촌동생이 올린 사진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언니와 나는 그 시절들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문자로 주고받으며 신나했다. '올 여름엔 꼭 가자'며 서로 다짐을 했다. 해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못 가고 있지만 꼭 한 번 가자고 다짐을 했다. 동생들도 채팅방에 들어와 있었지만 다른 나라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신기한 듯 듣고 있었다. 그 시절의 추억은 동생들은 너무 어렸을 때라 잘 모르는 이야기지만 꼭 가고 싶어했고 주고받았던 문자의 결론은 '올 여름엔 꼭 가자!'는 말로 끝맺었다. 그러다가 시간은 또 지나간다. 언젠가 꼭 가야지하며 위로 삼는다.

즐거운 시간...
▲ 내원사계곡에서... 즐거운 시간...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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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안에서 딸과 함께...
▲ 계곡에서... 텐트 안에서 딸과 함께...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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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길 원한다. 좋은 장소, 맛있는 음식, 좋은 책속의 좋은 문장만 만나도 함께 나눌 수 없는 그 시간을 아쉬워한다. 지난 시간들엔 추억이 있다. 너와 내가 만든 고운빛깔, 슬픈 빛깔, 아름다운 빛깔... 형형색색의 추억이 있다. 추억의 노래가 있고 장소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애들 어렸을 적에는 그래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점점 함께 있는 시간이 아쉬워져가는 현실이다. 가족이 함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한 데 모이기 어려운 시절을 우리는 살고 있다. 마음은 있는데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서 혹은 개인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들도 많아 온 가족이 한 식탁에 마주앉기도 힘들고 더군다나 오롯이 하루, 혹은 며칠을 보내기란 더 어렵다.

이번 여름휴가는 아들딸과 함께 온종일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처음엔 여름휴가 기간 동안 가족 모두가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아들딸은 또 자기들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다고 일주일을 꼬박 함께 보낼 수 없다며 1박 2일만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했다.

물만 만나면 좋아하는 남편...헤엄치기...
▲ 계곡에서... 물만 만나면 좋아하는 남편...헤엄치기...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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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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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다녀 온 뒤에 하루 쉬었고, 지난 4일 이른 아침에 가족 모두 내원사계곡으로 향했다. 딸 친구도 함께 가기로 했다. 양산 천성산 등산하면서 쉬어가던 내원사계곡을 오랜만에 만나러 간다. 계곡을 끼고 올라가면 천년고찰 내원사가 있다. 내원사계곡은 물 맑고 깊어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넘친다.

지난해 가을에 폐차한 후로 계속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날에는 차가 아쉬웠지만, 한 사람씩 짐 하나씩을 들고서 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렸고, 또 가다가 내려서 다시 갈아탔다. 목적지까지는 거의 다 왔지만, 앞에 줄줄이 밀린 차량들 때문에 내원사계곡 입구를 한 코스 더 앞두고 버스에서 내려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다. 하지만 누구 한 사람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내원사계곡(경남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매표소에 도착. 입장료(1인당 2천 원)를 지불하고 계곡 안쪽 길로 접어들었다. 내원사계곡은 계곡 하류 끝에서부터 위에까지 피서객들로 넘쳤다. 우리는 한참 걸어서 조금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그늘막 텐트를 쳤다. 넓은 계곡엔 위에서부터 하염없이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늘막을 치고서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땀에 젖은 몸을 애들과 남편은 계곡 물에 푹 잠근 채 물놀이하며 놀았고 물속엔 메기와 피래미들이 헤엄치며 돌아다녔다.

추억만들기...
▲ 계곡에서... 추억만들기...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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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를 하다 지친 애들은 서늘한 그늘막 안에 들어가 한 숨 푹 자고 일어나 다시 물에 몸을 담갔다. 계곡에서 물에 밤을 담그고 몸 담그고 쉬는 시간... 계곡에 발 담그다가 텐트 안팎에서 노는 지극히 단조로운 패턴이었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날씨는 지구를 불로 달구듯 열흘도 훨씬 넘게 폭염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이 맑고 푸르른 날에 온 가족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기뻤다. 그 시간이 귀하고 귀했다. 하루 온종일 계곡에서 놀다가 해가 질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너와 내가 함께 한 그 시간과 그 장소, 그 느낌,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시간의 결정체, 그것은 우리들은 추억이라고 한다. 추억은 너와 나 우리들만의 이야기이며 세월이 흘러도 아련하게 떠오르고 그것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을 추억하며 훈훈해 한다. 너와 나 우리를 돈독하게 뜨겁게 묶어주는 하나의 연결 끈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기 위해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를 그토록 바라는 건가보다. 모처럼 행복한 여름휴가... 멋진 여름휴가였다.

흘러간 세월/ 정지된 시간 속의 그리움이다/ 그리움의 창을 넘어/ 그리움이 보고 싶어/ 달려가고픈 마음이다/ 삶이 외로울 대/ 삶이 지칠 때/ 삶이 고달파질 때/ 자꾸만 몰려온다// 추억이란 잊어버리려 해도/ 잊을 수 없어/ 평생토록 꺼내 보고 꺼내 보는/ 마음 속의 일기장이다/ 추억은 지나간 시간들이기에/ 아름답다/ 그 그리움으로 인해/내 피가 맑아진다.'(<추억이란>·용혜원)


태그:#추억, #내원사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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