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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개막한 2012 런던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8월 12일 폐막했다.

매번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방송사들의 지나친 보도 경쟁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방송사들의 과열된 보도로 인해 저널리즘 기능이 마비됐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 런던올림픽기간 방송사들의 보도행태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송 3사는 '과열 보도' '올인 보도'로 국민의 알 권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런던올림픽이 개막하자 방송사들은 올림픽 중계방송뿐만 아니라 낮에는 '런던올림픽 하이라이트'를 재방송을 보게 되는가 하면, 교양·오락 프로그램도 런던올림픽 중계를 위한 특집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거나 결방됐다.

SBS의 경우 아침 프로그램인 <출발! 모닝와이드>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2012 런던올림픽 특집 출발! 모닝 와이드>로 바뀌었고, 개막 후에는 <런던 와이드>로 명칭을 바꿔 올림픽 보도에 집중했다. KBS도 아침 프로그램인 <굿모닝 대한민국> 1·2부를 나눠 <굿모닝 런던>으로 진행하며 경쟁적으로 올림픽 소식을 전했다. 또한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런던올림픽 특집으로 6회에 걸쳐 방영하기도 했다. MBC는 올림픽 특집으로 <아이돌 스타 올림픽>을 제작해 방영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 3사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들은 올림픽 동안 대부분 결방됐다. < KBS 스페셜 >과 < SBS 스페셜 >은 결방 직전에도 런던올림픽과 관련된 주제의 스페셜 방송을 방영했다(아래 표1 참고). MBC의 경우 <피디수첩> <시사매거진 2580> 등 주요 시사프로그램들은 파업으로 인해 지난 1월부터 중단돼 있는 상태였다. 파업 잠정 복귀 시기와 올림픽 개막이 맞물려 있어 결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역시 올림픽 기간 방영되지 않았다.

결방된 시사프로그램
 결방된 시사프로그램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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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올림픽 과열보도 양상은 방송 3사의 저녁종합뉴스에도 두드러졌다. KBS의 <뉴스9>, MBC의 <뉴스데스크>, SBS의 < 8뉴스 >는 모두 앞머리에 '런던올림픽 특집'을 달고 올림픽 상황을 전하기에 바빴다. 각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사안들을 시청자와 공유하고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비중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부터 방송 3사는 런던올림픽 중계에만 집중하면서 사회 주요 의제들을 소홀히 다뤄졌다.

올림픽에 올인한 방송 3사, 주요 사안 외면해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방송 3사의 저녁종합뉴스는 보도의 반 이상을 올림픽 관련 소식으로 구성했다. SBS가 올림픽 관련 소식을 평균 62.7%를 내보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MBC는 59.8%, KBS는 54.6%로 조사됐다.

해당 기간 동안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에는 올림픽 보도에 이어 사회 관련 보도가 약 20%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휴가철과 폭염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사고소식을 전달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분야별 보도건수
 분야별 보도건수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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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림픽 축구 영국전(8월 5일), 일본전(8월 11일) 경기가 있던 날, 방송 3사는 저녁종합뉴스를 축구 중계 수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구성했다. 관련 보도를 연이어 쏟아낸 것. 방송 3사는 올림픽 관련 보도를 평균 70% 이상 내보냈는데, 보도의 대부분은 축구 경기의 하이라이트나 전술 분석, 시민들의 반응 등을 다룬 내용이었다.

축구 경기가 열린 날 뉴스 보도건수
 축구 경기가 열린 날 뉴스 보도건수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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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방송 3사는 저녁종합뉴스에서 올림픽 보도에 집중하면서 우리 사회에 주요한 정치·경제·사회 이슈들을 소홀히 다루거나 심층 분석이 아닌 단순한 상황 전달만 하는 수준의 행태를 보였다.

특히 이 시기에는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의혹,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소환, 대법관 임기 시작, 현병철 인권위원장 임명 여부, SJM 용역폭력사태 등 굵직한 정치·사회적 문제들이 있었으나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 후보들이 내부 경선을 벌이거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방송 3사는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대통령 선거' 역시 방송 3사의 올림픽 '올인' 보도 행태에 묻혔다.

올림픽 관련 톱기사 건수
 올림픽 관련 톱기사 건수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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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가장 중요한 이슈를 드러내는 '톱 기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방송 3사는 올림픽이 벌어진 17일 동안 저녁종합뉴스 톱 기사로 올림픽 관련 소식을 다뤘는데 MBC 11번, KBS 10번, SBS 8번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3사, 톱기사 목록
 방송3사, 톱기사 목록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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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는 ▲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검찰 출두 소식(KBS·MBC 7월 31일) ▲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KBS·MBC 8월 10일) 등 정치 이슈를 전하는 내용을 톱 기사로 실었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 동안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새누리당 공천비리와 관련된 보도는 단 한 번도 톱 기사로 다뤄지지 않았다.

또한 KBS와 MBC는 주요 정치·사회 관련 이슈를 번번이 올림픽 보도 사이에 '끼워 넣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들은 10여 건 안팎의 올림픽 관련 보도를 내놓은 뒤 정치 관련 주요 이슈를 1~3꼭지 정도 다루고, 다시 '런던 스튜디오'를 연결해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달했다. 한편, '폭염' 등 날씨에 관한 보도는 각각 2건씩 톱 기사로 다뤘다. 

SBS는 올림픽 관련 톱기사를 8번 내보냈다. SBS는 KBS·MBC와 마찬가지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검찰 출두, 이 대통령 독도 방문을 톱 기사로 전한 데 이어 새누리당 공천비리와 전력난 문제를 톱 기사로 뽑으며 주요하게 다루기도 했다.

올림픽 중계에 밀려 저녁종합뉴스는 뒤죽박죽

방송 3사의 저녁종합뉴스는 오후 8시 혹은 9시 정시에 시작한다. 오랫동안 시청자들과 약속한 뉴스 방영시간인 셈이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 동안 저녁종합뉴스 시작 시간은 올림픽 중계에 밀려 뒤죽박죽이 됐다. 시청자들의 뉴스 시청 권리마저 올림픽 중계에 밀려버린 것이다(방송3사 누리집에 게재된 편성표 기준).

평일에는 오후 9시, 주말은 오후 8시에 시작하는 MBC <뉴스데스크>는 오후 9시 50분(7월 30일), 오후 9시 30분(8월 1일), 오후 8시 30분(8월 2·5일)을 오가며 뉴스 시작시간을 조정했다. 손연재 선수의 리듬체조 예선이 있었던 8월 9일에는 무려 오후 10시 40분에 <뉴스데스크>를 내보냈다.

SBS < 8뉴스 >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 8뉴스 >의 방영 시각은 오후 8시 50분(7월 28일·8월 3일), 오후 9시 30분(7월 29일), 오후 7시 40분(8월 5일)을 오가다 8월 11일에는 1시간 반을 앞당겨 오후 6시 30분에 < 8뉴스 >를 방영했다.

두 채널을 보유해 중계를 나눠서 할 수 있는 KBS만 유일하게 <뉴스9>을 제시간에 내보냈다(단, 12일 마라톤 중계로 <뉴스9> 시작 시각은 10분 연기됐다).

덧붙이는 글 | - 모니터 대상 : KBS·MBC·SBS 저녁 종합뉴스
- 모니터 기간: 7월 27일∼8월 12일(런던올림픽 기간)
- 이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올림픽, #방송3사, #뉴스,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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