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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 24개의 각주는 24절기를 상징하며, 전면의 기둥 8개는 우리나라 전국 8도를 상징한다. 또한 의사당을 둘러싸고 있는 24개의 기둥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뜻하며 ‘돔’지붕은 국민의 의견들이 찬반토론을 거쳐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진다는 의회민주정치의 본질을 상징한다.
▲ 국회의사당 전경 의사당 24개의 각주는 24절기를 상징하며, 전면의 기둥 8개는 우리나라 전국 8도를 상징한다. 또한 의사당을 둘러싸고 있는 24개의 기둥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뜻하며 ‘돔’지붕은 국민의 의견들이 찬반토론을 거쳐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진다는 의회민주정치의 본질을 상징한다.
ⓒ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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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1시께 M국회의원의 취재요청에 따라 L시의원과 함께 점심도 거르고 인천 부평에서 여의도 국회로 향했습니다. 촉박하게 도착한지라 부랴부랴 의원 신관 건물입구로 들어가 주차를 하려는데 공익요원이 갑자기 차를 가로막아 세웁니다.

"국회 관계자인가요? 내방객이나 민원인이시면 한강 둔치로 주차를 하셔야 합니다."
"네? 한강둔치요? 지금 토론회 시간이 촉박해서 그러니 그냥 내부에서 할 수 있도록 배려 안 될까요?"
"안 됩니다. 무조건 그리로 주차하셔야 합니다. 다시 나가주십시오."

토론회 시간인 2시도 다가오고 있고, 주변 주차장 공간도 텅텅 비워져 있는데 담당 공익근무요원의 '무조건 안 된다'는 말이 너무 마음을 거슬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했던지라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바로 나와 주변을 돌다가 마침 매점건물 앞 빈 공간이 있어 빠르게 주차를 하고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바로 끝나고 발생했습니다.

물론 제 차는 아니었던지라 내심 '저러다 L시의원 차량 견인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라며 걱정이 들어왔습니다. 이유인즉슨 얼마 전 MBC <무한도전> 재방을 시청하다 '국회 내 무단주청차도 단속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내심은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주차현장에 차량이 없어 보좌관에게 연락해본 결과 L시의원 주차 차량이 견인되어 한강둔치 주차장으로 끌어내어졌다고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L시의원은 분통터지는 마음을 겨우 누르고 화를 삭이며 '알겠다'는 짧은 말만 하고 견인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밥도 못 먹고 참석한 국회 토론회에서 차도 견인 당하고 또 유료 주차비 5300원까지 물어내면서 치른 행사 대가가 너무 커 L시의원은 집으로 가는 내내 씩씩 거렸습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에는 너무 오랜만에 국회를 방문해 제대로 된 안내도 못 받았고, 불친절하게 말하는 공익요원의 행태와 주자창 근무자의 행실이 더욱 화를 내게 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회의 주인은 국민...성역화 된 주차장을 국민에게 허하라

국회의사당의 좌측에 자리하고 있는 의원회관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곳으로, 올 6월부터 리모델링공사를 하고 있다.
▲ 의원회관 전경 국회의사당의 좌측에 자리하고 있는 의원회관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곳으로, 올 6월부터 리모델링공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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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치기엔 저 또한 너무 억울해 국회 홈페이지를 열어 민원열람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주차 민원들의 제보가 드문드문 들어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최근 국회에서 주차장을 모두 폐쇄하고 한강둔치로 이용케했습니다. 즉 업무 또는 공무관계로 방문한 내방객에게 국회 내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세워놓는 직원차량들을 국회 내에 주차하도록 한 조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묻고 싶습니다. 텅텅 빈 주차장을 놔두고 한강둔치로 돌아가야 하는 외국인 또는 노인 민원객의 심경을 국회가 헤아리기나 하는 건지요. 국회의 주인은 더 이상 국민이 아닌건가요?"

제가 당시 국회 주변을 돌아본 상황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대형 세단급 이상의 고급 차량들은 도로이며 횡단보도 혹은 인도까지 무단 주정차한 상태로 몇 시간째 계속 방치돼 있었습니다. 또한 주변 주차장은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 빈 공간이 너무 많이 남아돌았습니다.

그래서 당일 오후5시께 국회 의회방호과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와 30분간 해프닝에 대해 조목조목 따졌습니다. '주차장이 비어 있는데 왜 주차를 못하게 하냐', '한강둔치 주차비도 2시간이 무료라 했는데 왜 다 받고 정산하느냐', '고급 차량은 무단 정차하게 놔두고 소형 세단이라 통보도 않고 무작정 견인해갔냐'라는 등의 질문을 쏟아 부었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는 내내 개편된 주차장 관계 규정만을 읽어주며 어떻게 민원인 사항을 일일이 안내하고 들어줄 수 있느냐는 핀잔을 했습니다. 또한 형평성의 논리를 따지려 하니 "그럼, 민원인께서 미리 안내를 숙지하고 와야 하는 게 정상 아니냐"며 오히려 저에게 반문을 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되레 제가 충언만 들은 채 "이제 알게 되었으니 다음엔 꼭 도장을 받고 규정을 정확히 숙지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이런 사항은 담당 주무관에게 반드시 알려주겠다"는 담당자의 답변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습니다.

국회교통선진화?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선진화인가

국회는 2010년 2월에 국회방문자센터를 설치하고 전시실, 각종편의시설 등을 확장, 개선하여 방문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국회방문자센터에서는 국회 내 모든 관람을 안내한다.
▲ 국회 방문자센터 국회는 2010년 2월에 국회방문자센터를 설치하고 전시실, 각종편의시설 등을 확장, 개선하여 방문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국회방문자센터에서는 국회 내 모든 관람을 안내한다.
ⓒ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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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3월 국회 의회방호과에서 밝힌 국회교통체계개편 내용에 따르면 2011년 1월 1일부터 공무차량과 장애인 등 보호대상차량에 한해 주차할 수 있게 했으며 국회참관 및 내방객 차량(버스 포함)은 국회둔치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을 살펴본 결과 공익요원의 획일적인 경고만이 주요 안내 수단이었으며 보호대상차량여부나 긴급 행정공무 여부 등은 제대로 살피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국회 무료 셔틀버스가 운영되고는 있으나 대기시간도 길고, 탑승자 또한 불과 4~5명에 불과했습니다.

국회 의회방호과는 공지문을 통해 "특히 업무 또는 공무관계로 국회를 방문하신 분들에게는 2시간 범위에서 둔치주차장을 무료로 주차할 수 있음은 물론, 국회에서 주최하는 공청회 등 행사에 발표자 등으로 초청받은 분들에게는 초청 방문인을 위한 별도의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있으며, 긴급하게 국회본관을 방문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긴급정차구역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저희가 방문할 당시 L시의원은 토론회 발제자로서 긴급공무차량 자격에 해당됨에도 '무조건 나가달라'는 불친절한 핀잔만 들어야 했으며, 주차료도 둔치로 찾아가는 과정까지 총3시간에 해당하는 주차요금을 물어야만 했습니다.

국회 의회방호과는 마지막으로 "이번에 시행하는 국회교통체계개편의 기본 취지가 '국회출입은 자유롭게 하면서, 주차는 둔치주차장으로 이동'함으로써 그동안 국회경내의 무질서한 교통질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이오니 양지하시고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안내 공지를 마쳤습니다.

작년 SBS의 한 통계보도에 의하면 국회를 찾는 차량은 하루 평균 5500대, 주차공간은 1700여대 공간으로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방영에도 국회의원들이 의원 주차공간이 있음에도 민원인 주차공간을 모두 차지해 내방객들은 국회 내를 빙빙 돌아야하는 수난을 겪어야 한다는 리포트였습니다.

현재 국회는 국민의 세금을 들여 의원 신관도 새로 지으며 화려하게 변신 중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민을 위한 배려나 일말의 존중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국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성역화되는 것을 국민들은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국회의원, 직원, 보좌관분들이 조금씩 양보하며 배려하는 미덕으로 국민의 마음을 살피는 관점이 더욱 필요한 시기입니다.


태그:#국회의사당, #교통선진화개편, #민원인 주차 논란, #한강둔치주차장, #의회방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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