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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겉표지
 <대통령과 루이비통> 겉표지
ⓒ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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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은 같아도 대처하는 모습은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다르다. 그런데도 대학에서는 미국인의 '소비자 행동론' '소비심리'를 마치 한국인의 것인 양 가르친다. 내가 책을 쓰게 된 것도 이런 환경에서 비롯한 것이다.

한국인도 미국인과 동일한 소비행동을 할 것이라 믿는 천진한 마음으로 더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가, 연구할 수가 없었다. 한국의 사회문화와 맥락 속에서 일어나는 소비행동을 우리의 눈으로 제대로 읽을 때, 소비심리를 제대로 알 수 있다."(<대통령과 루이비통> 30쪽)

황상민 교수의 <대통령과 루이비통>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로서는 한국사회의 소비심리를 바로 알리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미국 책을 번역해 외우는 수준에 머무르고 '소비심리'를 한국사회에 맞게 다시금 분석하고 해석한 책이죠. 한국사회 전반의 사회심리를 읽는데 이보다 더 좋은 책도 없을 듯 싶습니다.

그런데 굳이 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루이비통을 소비하는 계층과 대통령을 선택하는 계층을 대칭해 끌어들이 것 말이죠. 사실 명품을 구입하는 계층도 대부분 부유층에 속할 거라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대통령을 선택하는 계층도 확실히 나뉘어 있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그도 그렇지 않다고 하죠.

과거 신분제 사회 속에서는 계급에 따라 욕망을 충족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다고 하죠.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신분이 낮으면 충족할 수 있는 욕망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것이죠. 그렇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신분과 상관없이 만족감과 쾌감과 자아표출을 위해 그것들을 구입한다고 하죠.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법

그걸 대통령 뽑는 일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 일은 대통령 선거에 미칠 바가 아니죠. 그렇지만 황상민 교수는 현실 사회에서는 백화점 명품관에 가서 브랜드 지갑 하나 사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그것이 '한국인들의 특성'이라고 꼬집죠. 사실이 그렇죠. 대통령선거에 쏟는 심리적 에너지보다 백화점에 가서 좋은 지갑 하나 사는 데 쏟는 에너지가 훨씬 기운찰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류인가 비주류인가 하는 문제는 어떤 사람이 단순히 '과거에 가난한 경험을 했느냐 아니냐'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주류의 질서 안에 자신을 맞추는가, 비주류의 특성에 자신을 맞추는가가 중요할 따름이다."(본문 224쪽)

이른바 주류의 꿈에 관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품을 구입하고, 각종 고급제품을 사용하는 경향 속에 그런 꿈이 내재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은 미래의 욕망사회에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하죠.

그 예로 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빗대 설명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의 위치에 있었는데도 비주류로 불렸죠. 그 이유는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주류의 질서와 생각을 대변하지 않은 까닭이라고 합니다. 그와는 달리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은 가난을 경험하며 살았어도 이제는 주류의 특성에 자신을 곧잘 맞추며 살고 있다고 하죠. 그것이 두 분의 큰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뜨고 있는 안철수 교수는 어떨까요. 그는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 능력으로 볼 때 확실히 주류에 속하겠죠. 하지만 그가 표방하고자 한 특성을 알면 그 대답은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른바 남과 다른 삶,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말이죠. 그런 가치로 본다면 그 역시 비주류라고, 황상민 교수는 이야기합니다.

2012년 대선, '나이키-닌텐도'의 관계서 답 찾자

혹시라도 '대통령 선거'과 '나이키'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물론 이 책에서 직접 언급한 건 아닙니다.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대목이 눈에 확 들어와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나이키는 자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타사 제품과 경쟁하거나 더 신축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지는 않다고 하죠. 오히려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아웃도어 활동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곧 대통령 선거에 나설 이들도 그런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상대방을 누르기 위해 각종 홍보물을 과대포장하거나 또 다른 흑색선전을 끌어들이기보다는, 뭔가 다른 데 빠져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한 데 이끌어내는 것 말이죠. 이 책은 그 비법도 충분히 소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읽어내는 데 이보다 더 탁월한 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마케팅 쪽에 일을 하거나, 앞으로 그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탐독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들녘(2012)


태그:#황상민 교수의 〈대통령과 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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