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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인 마을 긴린코 호수 풍경.
 휴우인 마을 긴린코 호수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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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커가면서 같이 여행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일본 간다니까 선뜻 따라나선다. 없는 살림에 외국여행이라도 하면서 애들 견문이나 넓혀주고 싶은 욕심에 나왔는데, 애들 생각은 그게 아닌 것 같다. 가이드가 일본문화를 열심히 설명하고 역사이야기를 실감나게 해도 관심이 없다.

부산에서 일정 금액을 환전하고 마음껏 쓰라고 했더니, 작은 애는 일본 과자에 재미를 붙였다. 일본 과자라는 게 우리나라 과자와 비슷하다. 거의 대부분. 그러다보니 맛이 궁금한가 보다. 초콜릿이 달린 과자 종류에 관심이 많다. 휴게소, 기념품 가게 등 쉴 때마다 과자와 음료수를 사서 먹는다.

유후인 공방거리에 있는 아이스크림가게. 벌꿀아이스크림을 판다.
 유후인 공방거리에 있는 아이스크림가게. 벌꿀아이스크림을 판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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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가게에 파는 수건. 따뜻한 물을 부으면 그림 속 여인이 옷을 벗는 신기한 수건이다.
 기념품 가게에 파는 수건. 따뜻한 물을 부으면 그림 속 여인이 옷을 벗는 신기한 수건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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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놈은 구경만 하지 선뜻 사지 않는다. 그러다가 산 게 수건이다. 웬 수건? 따뜻한 물을 부으면 수건 에 그려진 여자가 옷을 벗는 수건이다. 사달라는 말을 못하고 한참을 서 있더니 아내가 사줄까 물으니 사달라고 한다. 쓰기 민망할 것 같은데….

패키지여행은 먹고 자는 것을 쉽게 해결하는 대신 여행의 잘잘한 묘미가 없다. 호텔에서의 하룻밤. 정말 밋밋하다. 그리고 호텔에서 주는 뷔페식 아침은 감동이 없다. 그래도 일본이라는 친절함을 마음껏 느낀다. 항상 친근하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 먼저 양해를 구하는 사람들. "스미마셍."

물장난 하고 싶을 정도로 정겨운 호수 풍경

아침을 먹고 유후인 마을로 간다. 이름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규슈여행에서 뺄 수 없는 곳. 대체 어떤 곳이기에 유명하게 되었을까? 유후인에는 일본 최고급 숙박시설인 료칸이 있다. 최고급이라고 해서 최신 설비를 갖춘 호텔이 아닌 일본 전통 숙박시설인 여관을 말한다. 방마다 온천이 딸린 여관이다. 정말 하룻밤 묵고 싶은데 숙박비가 엄청 비싸다. 우리 일정에는 없다. 아쉬움.

주차장에서 내려 작은 하천을 따라 걸어간다. 우리네 시골마을 풍경과 비슷한 느낌이다.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작은 하천이 마을을 가로지르며 흐르고, 집들이 들어서있다. 하천은 반듯하게 잘 정비되었지만 물이 흐르는 주변으로 작은 풀들이 자라고 있어 아주 자연스런 모습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다른 것은 마을에 나무들이 많아 집들과 잘 어울린다.

천변을 따라 걸어가면 숲이 나오고 그 안에 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호수 이름이 긴린코다. 햇살에 비친 호수가 금비늘처럼 보인대서 금린호(錦鱗湖)라는 이름을 가졌다. 규모는 작은 저수지 정도. 그런데 느낌이 너무 다르다. 발을 담그고 있는 버드나무, 우산처럼 펼치고 있는 단풍나무, 키 자랑하듯 서 있는 삼나무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물가에 앉아서 물장난을 하고 싶을 정도로 정겨운 호수다. 중간 중간 찻집들이 있어 인공과 자연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유후인 마을 전통가옥. 마을과 잘 어울린다.
 유후인 마을 전통가옥. 마을과 잘 어울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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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 긴린코 호수 풍경. 신사가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유후인 긴린코 호수 풍경. 신사가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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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주변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간다. 반대편 쪽으로 물 안에 신사가 있음을 알리는 도리이가 있다. 궁금하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가니 커다란 삼나무가 서 있다. 아주 크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큰 삼나무 아래 작은 신사가 있다. 삼나무 그늘 때문인지 신령스럽게 느껴진다. 분위기 너무 좋다.

입구에 샘이 있어 바가지로 떠서 마신다. 물맛이 좋다. 근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신사 입구에 있는 수조에 흐르는 물은 마시는 게 아니라 손을 씻는 물이란다. 신사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물맛만 좋으면 되지. TV에서 일본풍경을 보여줄 때 커다란 신사만 보여 줬는데,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신사가 있다는 것이 유후인 마을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보상 거부하고 보존한 일본 최고의 휴양 관광지

호수를 돌아 나와 상가를 따라 걷는다. 유휴인은 작은 공예품 등을 파는 공방들이 줄지어 있다. 이 작은 마을이 아름다운 관광지가 되고 마을주민들의 소득원이 되는 공방이 들어선 사연이 있단다. 이곳 유휴인 마을은 분지로 1950년대 댐을 만들 계획이 수립되었단다. 마을 사람들 중 일부는 보상을 반대하고 마을을 온천 휴양지로 만들기로 하였다.

마을은 살아남았고, 막상 온천관광지를 만든다고 했지만 인근에 더 큰 곳이 많았다. 그래서 거꾸로 옛날 온천을 복원하고 차별화된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골프장 계획 등이 있었지만 마을을 지켜내어 지금처럼 전통온천과 공방들이 어울린 관광지를 만들었단다. 공방들은 같은 상품을 팔지 않도록 해서 경쟁력을 갖추게 한 것도 아름다운 공방 거리를 만드는 데 한 몫을 했다.

유후인 마을 공방거리.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한다.
 유후인 마을 공방거리.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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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 마을 공방거리에서 만난 기념품이 눈길을 끈다.
 유후인 마을 공방거리에서 만난 기념품이 눈길을 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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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품을 팔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 비슷하게 보인다, 공방거리를 지나면서 벌꿀 아이스크림도 먹어보고, 일본 요리대회에서 우승한 고로케도 먹어본다. 작은 기념품도 몇 개 산다. 공방은 볼거리가 너무 많다. 작은 상점마다 팔고 있는 상품들만 눈요기해도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아기자기한 여행이다.

호수가 있는 조그만 마을풍경이 관광지가 될 수 있는 것이 이채롭다. 아니 마을의 칙칙한 분위기와 공방의 화려한 색감이 너무 잘 어울려 정말 편안하고 아름다운 관광지로 조성된 것이 너무나 부럽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관광지 하나 있으면 안 될까?

살아있는 화산 아소산 분화구를 보지 못하고...

다음 목적지는 아소산으로 향한다. 구불구불 올라가고 구불구불 내려오는 좁은 도로는 성질이 급한 사람 딱 죽게 생겼다. 아소시를 가로질러 아소산으로 오른다. 초록색 풀밭 풍경이 너무 좋다. 아소시는 말과 소를 많이 키운단다.

아소산 고원에 초원이 천리에 걸쳐 펼쳐져 있다는 쿠사첸리(草千里)에서 점심을 먹었다. 제주도처럼 말을 타는 곳이 있다. 말을 타 본다. 말을 탄 거리가 너무나 짧다. 마음 같아서는 초원을 걸어서 한없이 달리고 싶다.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산에도 오르고 싶고.

규슈지역에 여행 온 또 하나의 목적이 아소산 분화구를 보는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살아있는 화산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그런데…. 분화구를 볼 수 없단다. 바람이 너무 불어 케이블카가 운행을 중단했단다. 바람이 잦아 들 때까지 기다렸지만 다음 일정에 쫓겨 산을 내려가야만 했다. 활화산 분화구를 정말 보고 싶었는데…. 마음 같아서는 걸어가고 싶은데…. 패키지여행의 아픔이다.

아소산 가는 길 풍경. 온통 초록빛으로 빛나는 아소산 풍경인 신비롭다.
 아소산 가는 길 풍경. 온통 초록빛으로 빛나는 아소산 풍경인 신비롭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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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산 쿠사첸리 풍경. 초원이 천리를 이어진다는 풍경이 장관이다.
 아소산 쿠사첸리 풍경. 초원이 천리를 이어진다는 풍경이 장관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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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학교에서 만난 원숭이. 새끼를 품고 있어 더욱 애처롭게 보인다.
 원숭이학교에서 만난 원숭이. 새끼를 품고 있어 더욱 애처롭게 보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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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체 상품으로 원숭이학교에 갔다. 일본원숭이가 몇 가지 쇼를 한다. 깃발을 올리고, 사다리를 타고, 허들을 넘는다. 훈련하느라 힘들었겠다. 밖에는 동물원처럼 우리에 가둬놓은 원숭이들이 있다. 돈을 주고 먹이를 사서 집게로 집어서 준다. 서로 먹겠다고 손을 내민다. 작은 새끼를 안고 열심히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래도 애들은 원숭이가 귀엽다고 한다. 원숭이 인형을 하나 샀다.


태그:#규슈, #유후인, #아소산, #긴린코,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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