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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금태섭 변호사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안철수 원장의 개인 문제를 폭로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금 변호사는 자신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친구였던 정 위원이 지난 4일 전화를 걸어 '뇌물과 여자 문제를 알고 있으니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며 불출마 협박을 해왔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이에 기자회견을 열고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전한 것은 맞으나 친구사이의 사적 대화였을 뿐 협박이나 종용은 아니였다'고 밝혔으나 파문은 그치지 않고 있다. 여야가 갑론을박을 펼치며 뜨거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네거티브 공세의 일면이 이번 사태를 통해 안 원장을 대선 구도의 전면에 나서게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보의 출처 규명 등 여야의 진실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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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길의 '꼼수'...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사진 왼쪽)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측 금태섭 변호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사진 왼쪽)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측 금태섭 변호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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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은 7일 '전방위 토크'를 통해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네거티브 공세'와 '정당한 후보 검증'의 구분점을 짚어보는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 참여한 김성식 전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보위원으로서 적절치 않은 경박스럽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규정하며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자꾸 사적인 관계로 주장할 게 아니라 그 폭로하겠다는 내용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담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이라는 전언이 (네거티브 세력의) 실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또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게 하라'는 문자 사건이 터졌는데 이 역시 정식적 대응이 아닌 꼼수"라고 말했다. 일종의 '물타기'로 친구 사이를 내세워 폭로 내용 자체에 여론의 시선을 끌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진 교수는 "이것은 아주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안 원장을 향한 기존 정치 세력의 네거티브 공세는 끊임없이 있었다. 특히 새누리당은 '룸살롱 논란'부터 가장 최근의 '딱지' 의혹까지, 안 원장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을만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또,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에 안 원장을 견제하는 네거티브 전담 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 공보위원이 조직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며 "다만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서 자신의 발언이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은 경솔하며 혹여 이를 조금이라도 즐기려고 했다면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안이 만들어낼 파장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고, 그동안 모은 안 원장의 정보를 가지고 상대 후보에 대한 약간의 과시도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편, 진 교수는 "네거티브 전쟁에서 보면 당시 수사검사였던 정 위원은 중요한 인물"이라며 "오히려 친구 사이라는 점을 이용해 '내가 입을 열면 죽는다'는 뉘앙스를 슬쩍 전달해 알아서 기도록 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애초에 협박을 비공식적으로 슬쩍 흘리려는 의도였고, 이러한 협박을 친구 사이라는 것을 이용해 가볍게 전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통화 내용이 사적인 대화 차원이었음을 주장하는 새누리당의 입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다.

"후보가 정직하게 나오면 표심 왔다갔다 하지 않을 것"

지난 8월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열리는 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하는 안철수 원장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 수십명이 몰리자, 안 원장이 학위수여식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미리 취재진을 만나겠다며 건물밖으로 나와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8월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열리는 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하는 안철수 원장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 수십명이 몰리자, 안 원장이 학위수여식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미리 취재진을 만나겠다며 건물밖으로 나와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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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네거티브의 검증과 구분이 어렵다는 이야기에 김 전 의원은 "흑색선전이나 명료한 명예훼손의 경우 문제가 되겠지만 검증 과정에서 일정하게 네거티브가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정치 현실"이라며 "다만 이제는 정치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어서 심각한 사안이 아닌 경우 후보가 대응만 정직하게 한다면 표심이 왔다 갔다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정치의식이 많이 성숙해졌다는 주장이다.

한편, 진 교수는 "공직자의 검증은 가혹해야 하지만 문제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면서도 상대방에게 의혹 제기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공세는 부당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네거티브"라고 밝혔다. 악의적인 이야기를 무책임하게 던지다 보면 국민들은 '정말 그런가?'라는 식으로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정 위원의 경우에도 자신의 입으로 제기된 의혹을 '시중의 루머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생활을 문제 삼으려 했다는 점과 더불어 검증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진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네거티브 공세가 극단적으로 터질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가 박빙으로 치달을 경우, 중도 무당파층의 확보가 중요한 열쇠로 떠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낮은 충성도를 고려할 때, 네거티브 전략이 먹혀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선거판 전체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책에서 차별성을 찾지 못하니, 결국 남는 것은 또다시 네거티브가 된다는 것.

진 교수는 "그렇다고 해도 안 원장은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람들의 새 정치에 대한 투사를 생각할 때, 기존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는 안 원장을 네거티브로 공격하면 오히려 유권자들의 구태에 대한 짜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전 의원은 "무당파에게도 마음속에 영향을 주는 후보는 있다"며 "담백하게 해명하면서 정직하게 대응한다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안 원장의 경우, 앞으로는 새누리당보다는 민주당의 공세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복잡한 국정 운영을 감당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의 네거티브가 문제가 아니라 진짜 대통령으로서 검증의 준비를 제대로 해나가지 않으면,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국민적 신뢰를 잃을 수가 있다는 전망이다.

진 교수 역시 "고 노무현 대통령도 당시 원내 과반을 갖고도 혼자 하려니 잘 안됐다"며 "기존 정당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동정부를 제대로 끌고 갈수 있는 것인가는 거의 SF적인 실험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안철수의 자격 문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비판하지 않을 것이지만, 기존 정당과의 관계 설정 문제는 충분히 납득과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검증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 대담자는 "이러한 네거티브 공세가 펼쳐질 때 '합리적 의심'과 '악의적인 때리기'를 구별하기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해짐에도 특종 경쟁, 정파성의 논리에 때문에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정치의식이 높아져서 유권자들의 힘으로 검증의 문제가 걸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태그:#이털남, #안철수, #금태섭, #김성식,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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