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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과학포경이란 이름으로 고래포획을 실시하고있는 일본의 고래연구선에 붙어 시위를 벌이고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과학포경이란 이름으로 고래포획을 실시하고있는 일본의 고래연구선에 붙어 시위를 벌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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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배와 반도체만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한국의 원양 참치 어획 능력은 세계 2위. 한국은 심지어 참치까지도 잘 잡는 나라다. 그런데 이 뛰어난 어획 능력 탓에 태평양 어장이 초토화될 위기에 놓여있다. 값싸고 까먹기 편한 참치캔 속에는 우리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한국의 참치어선은 FAD로 불리는 집어장치를 사용한다. FAD를 사용하면 참치가 몰려든다. 그럼 참치잡이 원양어선은 거대한 그물을 치고 바다 속의 참치를 쓸어담는다. 문제는 이때 건져올라 오는 것이 참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다거북과 상어, 가오리 등이 함께 쓸려올라 오는 경우가 많다.

참치 틈에 잡힌 원하지 않는 물고기들은 상처를 입거나 상당수는 죽게 된다. 원양어선은 이런 '불청객'들을 바다에 던져버리는 아주 손 쉬운 방법을 통해 처리한다. 이 물고기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지만, 더 큰 문제는 참치를 잡는 회사들은 이들의 생사에 관심이 없다는 데 있다. 이런 식으로 잡혀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참치캔이 연간 십억개 정도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참치를 잡다보면 참치가 40년 안에 우리 식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벌써 참치 8종 중 5종이 멸종위기나 멸종위기에 바짝 다가서있다. 팔라우와 바누아투와 같은 일부 섬나라에서는 그곳에서 흔하디 흔하던 참치를 외국에서 생산된 통조림으로 맛봐야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한국을 찾아 참치잡이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이유도 다음 세대에게도 참치를 맛 볼 기회를 주기위해서다. 10일 부산 영도구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이 단체 최대의 탐사조사선 에스페란자호의 오픈보트 행사가 열렸다.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한국정부가 나서야"

참치 어획의 합법성과 협평성을 묻는 그린피스 지속가능성 순위에 한국의 동원, 오뚜기, 사조는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린피스는 "이들 회사의 지속가능성 정책이 세계 타 참치기업과 비교할 때 취약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참치 어획의 합법성과 협평성을 묻는 그린피스 지속가능성 순위에 한국의 동원, 오뚜기, 사조는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린피스는 "이들 회사의 지속가능성 정책이 세계 타 참치기업과 비교할 때 취약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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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만난 주완빈(Chow YuenPing)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선임 해양캠페이너는 "원양 어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규모는 엄청나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2048년 참치만이 아닌 가공생선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어업을 바꾸고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한국 정부가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어획능력과 어획량도 줄여야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동원, 사조, 오뚜기(신라교역) 등의 한국 참치회사들은 이런 요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린피스가 지속가능성과 이력추적가능성, 합법성, 형평성, 투명성, 원료구매 정책 등을 따져 평가한 지속가능성 순위에서 한국 기업들은 자랑할 만한 순위를 기록하지 못했다. 사조와 오두기는 오렌지 등급을 받았는데 세계 타 참치기업과 비교할때는 취약하다는 것이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국내 5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절대강자' 동원은 정보제공 조차 거부했다. 반면 영국의 참치 업계는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2년간 그린피스의 참치캠패인에 호응한 영국 기업들은 줄낚시로 참치를 잡고 있다. 공개적으로 이 같은 정책의 이행 약속을 밝히고 검증의 창도 상시 열어두고 있다.

14일까지 동해에서 고래 조사... 15·16일 울산서 공개행사

참치와 더불어 고래 포경도 그린피스의 오랜 활동 분야다. 상업적 포경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우연히 그물에 잡혀든 죽은 고래만 거래할 수 있다. 물론 '우연히' 걸려든 고래만으로 수많은 고래 고기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합리적인 답변이 없는 상태다. 주 해양캠패이너는 "불법 포경을 근절하는 동시에 살아 있는 고래를 그물에서 발견했을 경우 풀어주도록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래를 죽이지 않는 방법으로 과학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에스페란자호에서 만난 호주의 고래과학자 엘리자베스 이어는 "음향연구와 샘플 채취, 이동경로 추적 장비 부착, 배설물 검사 등을 통해 비살상 과학 연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부산항에 입항한 그린피스의 조사탐사선 에스페란자호. 1984년 건조된 이 선박은 러시아 소방선으로 사용되다 2002년부터 그린피스의 조사탐사선으로 활동하고있다.
 부산항에 입항한 그린피스의 조사탐사선 에스페란자호. 1984년 건조된 이 선박은 러시아 소방선으로 사용되다 2002년부터 그린피스의 조사탐사선으로 활동하고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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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는 이것만을 통해서도 고래의 번식과 먹이, 생태습성, 행동 양식 등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와 함께 탑승한 3명의 과학자들은 11일부터 동해바다로 나가 고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극해의 해양생태계 보존은 최근 그린피스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의 하나다. 남극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한국은 어업관리국제기구(CCAMLR)가 설정한 수역에서 전체 어획량 2위를 달리고 있다. 어선 수로만 따지면 1위에 해당한다. 고급 음식점과 주점에서 사랑받는 이빨고기(메로)가 주 어획대상이다.

반면 남극 보호에는 인색한 한국은 남극해의 해양보호구역지정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정희 그린피스 해양캠패이너는 "쇄빙선 아라온호와 2개의 남극 과학기지를 보유하게 될 남극 연구 선진국 한국이 해양보호구역 지정에도 적극 호응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오픈보트행사를 마친 에스페란자호는 오는 14일까지 동해에서 고래관찰과 탐사를 병행한다. 이후 15일부터는 이틀간 울산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에스페란자호 공개 행사를 열고 시민들에게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태그:#그린피스, #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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