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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주 성폭행 사건 이후 많은 성범죄 예방책과 성폭력 예방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여성가족부, 국회, 대검찰청, 대법원 등에서조차 성희롱 예방교육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11일 여성가족부 '공공기관 성희롱·성매매 예방 통합관리' 홈페이지에서 여성가족부의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현황을 검색해봤다.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공공기관은 매년 1회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또 그 조치결과를 여성부에 제출해야 한다.

여성부는 올 1월부터 각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교육 조치결과를 점검한 후 이를 온라인상에 공개하고 있다. 공시 항목은 ▲ 성희롱 예방교육 기본 추진계획 수립 여부 ▲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여부 ▲ 성희롱 예방지침 제정 ▲성희롱 방지조치 자체점검관리 계획 수립 ▲ 성희롱 방지조치 자체점검관리 실시 ▲ 성희롱 전담창구 설치여부 ▲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설치 ▲ 성희롱 고충상담원 지정 및 운영 ▲ 성희롱 예방교육 홍보 자료 제작 및 활용 등 크게 7가지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여성부마저 이 7가지 기준을 모두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여성부는 지난해 성희롱 예방교육 기본 추진 계획을 수립했고, 교육 참석률도 100%를 기록했다. 하지만 홍보자료를 제작·활용하지 않았다.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8월 2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2011회계연도 결산심사에서 이를 지적하며 "여성부가 성희롱 예방교육 홍보자료를 제작하지 않으면서 다른 부처에 이런 자료를 제작하고 홍보하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냐"고 질책했다.

"여성부가 안 하면서 다른 부처에게 이야기 할 수 있겠냐"

9월 11일 여성가족부 '공공기관 성희롱·성매매 예방 통합관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2010년 성희롱예방교육 실시 현황.
 9월 11일 여성가족부 '공공기관 성희롱·성매매 예방 통합관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2010년 성희롱예방교육 실시 현황.

성범죄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만큼 성폭력 예방에 앞장서야 할 국회와 검찰, 경찰, 법원 또한 법적 의무인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성희롱 예방교육 기본 추진계획과 예방지침은 만들었지만 이를 점검·관리할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성희롱 전담창구와 고충심의위원회도 설치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성희롱 예방교육 참석률은 92%로 높은 편이었지만 국회사무처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기관장 참석 여부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매년 여성부가 성희롱 방지조치를 평가할 때 반영하는 항목 중 하나다. 그 외 보좌진 등 국회사무처 소속 모든 직원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의 참가는 권고사항이다.

대검찰청은 2010년과 2011년 모두 성희롱 예방교육 참석률 96%를 기록했다. 검찰총장도 참여했다. 하지만 성희롱 예방교육 홍보자료는 2년 내내 제작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성희롱 예방교육 참석률은 2010년 45%, 2011년 30%로 절반도 안 됐다. 참석률이 조금 높은 2010년의 경우 성희롱 예방교육은 인터넷을 이용, 25분간 진행한 게 전부였다.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비판을 받고 있는 법원은 어떨까. 대법원은 지난해 성희롱 예방교육 기본 추진계획을 세웠다. 한 차례 120분짜리 시청각 교육도 실시했다. 하지만 성희롱 예방지침과 성희롱방지조치 자체점검관리 계획은 만들지 않았다. 자체점검도 없었고, 성희롱 전담참구와 고충심의위원회로 설치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 같은 해 거의 모든 사항을 지켰고, 성희롱 예방교육 참석률도 100%였다.

참가율 높아도 교육시간·형식 들쭉날쭉... 여성부 "내실화 위해 노력 중"

경찰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잘 실시하는 편이었다. 경찰청은 2010년과 2011년 모두 성희롱 기본 추진계획과 예방지침, 성희롱 방지조치 자체점검관리계획 등을 수립하고 성희롱 전담창구·고충심의위원회를 실시했다. 참석률도 2010년 99%, 2011년 85%로 높았고, 2년 연속 경찰청장도 참석했다. 서울지방경찰청도 대부분의 요건을 준수했고, 성희롱 예방교육 참석률도 높았다.

공공기관에서 얼마나 내실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는지는 의문이다. 여성부 '공공기관 성희롱·성매매 예방 통합관리'에서 확인한 결과, 앞서 언급한 기관들은 대부분 '1년에 1회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라는 법 규정에 맞춰 1년에 딱 한 번, 많아야 두 번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교육 방법은 전문가의 강의를 듣거나 인터넷 또는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는 등 제각각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25분, 경찰청 50분, 대법원 60분 등 성희롱 예방교육 시간도 기관마다 달랐다. 아예 실시하지 않은 곳의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도 없었다.

여성부 권익지원과 관계자는 "지난해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율은 98.9%로 제도 자체는 많이 정착됐다"면서도 '알맹이'를 더 채워야 하는 점은 인정했다. 여성부는 매년 공공기관의 성희롱 방지조치 추진실적을 점검, 100만점 기준인 배점표에 맞춰 평가한다. 여기서 60점 미만을 받은 곳은 부진기관으로 선정, 해당기관 관리자를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여성부는 부진기관을 언론에 공표할 수도 있지만 별도로 하지 않고, 올 1월부터 인터넷상에서 공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내실화를 위해 해마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교육으로 인정해줬던 조회나 훈시도 올해부터 인정 안 하는 등 성희롱 방지조치 추진실적 배점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진행할 때와 사이버교육을 할 때 점수가 다르다"며 "이제는 어떤 식으로 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지적에 따라 내년부터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은 기관의 미실시 사유도 받을 예정이다.


태그:#성희롱, #성폭력, #성폭력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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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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