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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강동원·노회찬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통합진보당을 통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는 길은 막혔다"며 탈당을 선언한 뒤 혁신모임 의원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심상정·강동원·노회찬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통합진보당을 통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는 길은 막혔다"며 탈당을 선언한 뒤 혁신모임 의원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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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분당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당의 핵심 기반이었던 민주노총도 짐을 싸기 시작했다. 심상정, 노회찬, 권영길, 강기갑 등 당의 간판급 인물들이 연이어 탈당을 선언하고 새 진보정당 창당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주요간부와 조합원들의 탈당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영훈 위원장도 오는 26일 예정된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이후 탈당할 것으로 전해져 이탈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제는 대선을 앞두고 향후 민주노총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인가에 시선이 모인다.

민주노총의 선택은 야권의 이해타산과 직결된다. 60만 명 가량의 조합원 '조직표'뿐 아니라 민주노총은 '노동'을 기반으로 한 '진보'세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이 떠난 통합진보당은 사실상 당의 기반을 잃는 것과 같다.

새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는 진영에서는 민주노총의 참여가 절실히다. 민주통합당 역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와 차별화 된 경제개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노동'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진보진영이 와해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실익을 위해 민주당과 연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떠난 민주노총, 새 진보정당으로 가진 않는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지도부의 탈당은 현재의 통합진보당과는 정치적 행보를 같이할 수 없음을 뜻한다. 비례후보 경선과정에서 발생한 부정과 부실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당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 혁신안 이행을 걸고 조건부 지지철회를 밝혔지만, 구당권파가 사실상 이를 거부하자 결국 지지철회를 선언했다. 비록 '진보정당을 지지한다'는 한시적인 총선방침을 철회한 것이지만 민주노동당 시기부터 당의 중심이었던 민주노총의 지지철회는 통합진보당에게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현재 통합진보당을 떠나는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들이 곧바로 새 진보정당 창당에 결합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영훈 위원장이 26일 이후 탈당하는 것도 현재 당을 빠져나간 세력과 일정 선을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사업장에서는 진보신당 가입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사무총국과 사업장별로 다양한 정파가 존재하는 민주노총의 성격상 각기 다른 정치방향을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통합진보당 잔류 인원도 적지 않다.

지난 14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런 민주노총 상황을 대변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임시대대를 앞두고 대선 선거방침과 위원장 선거 직선제 실시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의를 끝냈다. 특히 '새정치특별위원회'에서 제안한 '노동자민중 독자 대선후보' 안을 놓고 논의가 진행됐지만 찬반론이 맞물리며 결론내리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통합진보당 지지철회를 선언한 이후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새정치특위를 구성해 대선 전략을 준비해왔다.

결국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의 결과는 '통합진보당과 결별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독자후보'를 포함해 당장 어떠한 정치방침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 노동법 재개정 등 민주노총의 요구과 진보적 정권교체로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토대를 만든다"는 원칙적 선언만 합의됐다. 그것을 어떤 정치세력을 통해 구현 할 것인지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기존 '야권연대' 차원으로 민주통합당과 손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재인 "캠프에 민주노총 대표할 분 모시겠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예방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가 김영훈 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예방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가 김영훈 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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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한 진보정당 건설'을 오랫동안 주창했던 민주노총이 그 '진보'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던 민주당과 함께 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다른 카드의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대선 카드는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하나는 통합진보당, 새 진보정당, 그리고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에서 단일한 후보가 선출되는 것이다. 각 정당 세력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은 가운데 통합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들 사이의 통합 없이 각자 대선으로 간다면 민주노총이 어느 한 곳을 지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선을 3개월 앞두고 본격적인 대선 준비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진보신당 창당준비위는 독자적인 대선후보를 내지 않고 '사회연대후보' 선출을 제시했고, 새 진보정당 창당 세력은 아직 대선 후보를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전 대표를 내세우지만 분당여파를 추스르는 게 시급하다.

민주노총이 고려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는 독자후보를 내거나 대선 방침 없이 가는 것이다. 독자후보 안은 적절한 후보를 찾는 것부터가 문제고 선거에 필요한 엄청난 인력과 자금을 조달 할 수 있을지 내부에서부터 회의론이 제기된다. 또 아무런 방침 없이 대선을 치른다는 건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어떻게든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총의 자격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렇게 기존의 진보정치세력들이 분열돼 어떠한 대선 전략도 세울 수 없는 가운데 민주당은 민주노총의 대선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16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6일 민주노총을 방문해 "민주당이 노동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선캠프의) 노동본부장도 민주노총 출신이나 민주노총을 대표할 만한 분을 추가로 모시려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당 대표도 지난달 26일 민주노총을 방문해 협력을 요구했다. 김영훈 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정권교체에 인식을 같이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에서 공감대 형성해야

양측이 손을 잡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이뤄져야 한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상징하는 정리해고와 사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에 민주당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쌍용차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에서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정리해고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대선 공약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실 두 사안 모두 지난 민주정부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양 측 사이에는 넘기 쉽지 않은 벽이 존재한다.

또한 중도보수적 성향의 민주당 지지세력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민주노총의 지지를 이끌어 내면 '서민'과 '노동자', '진보'라는 명패를 확고히 할 수 있지만 '중도', '중산층'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민주노총도 마찬가지로 대선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민주당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와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의 노동법 재개정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할 수 있는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민주당과 대선을 연계하는 것도 지금 당장 가능하다 말하는 것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고 그에 합당하는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과 후보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논의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도 닫아 놓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영훈 위원장은 26일 임시대의원대회 이후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탈당하겠다는 원칙은 이미 세워져 있지만 현재 탈당하고 새 진보정당 창당을 준비하는 세력과 같이 한다는 오해를 줄 수도 있어 시기를 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그:#민주노총, #통합진보당, #민주통합당, #문재인,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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