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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열리는 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하는 안철수 원장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 수십명이 몰리자, 안 원장이 학위수여식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미리 취재진을 만나겠다며 건물밖으로 나오고 있다.
 8월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열리는 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하는 안철수 원장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 수십명이 몰리자, 안 원장이 학위수여식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미리 취재진을 만나겠다며 건물밖으로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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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아도 그것을 바꾸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희망이 아니겠나."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기술대학원 원장의 말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은평구 교육 관련 기관·단체 대표자 30여 명과 간담회를 가진 안 원장은 공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이와 같이 말했다.

16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문재인 후보가 최종 결정된 가운데, 안철수 원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11일 유민영 대변인 명의의 메일을 통해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선출이 끝나는 대로 대선출마에 대해 국민께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면서 "이제 국민과 약속한 대로 국민께 보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이 다음 주 중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어떤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지 관심거리다. 안 원장은 지난 7월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출간 이후 전국 각지를 돌며 '경청행보'를 이어왔다.

지난달 14일 20~40대 여성 독서토론회, 16일 전주 소재 국제탄소연구소 연구원 간담회에 참석한 안 원장은 21일에는 서울 은평구에서 교육 프로젝트 종사자 30여 명과 만났고, 10여 명의 자활근로자 및 사회복지사들과 면담을 가졌다. 같은 달 23일에는 춘천을 방문해 60, 70대 어르신 10여 명과 대화를 나눴고, 30일에는 충남 홍성을 찾아 친환경단체 대표들과 환경농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5일에는 경기도 부천의 한 호프집에서 '부천 YMCA 좋은 아빠 모임' 회원 10여 명을 만났다. 안 원장의 '출마 선언문'에는 이러한 '경청'의 결과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만남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안철수 원장, 서울 은평구 교육관련 간담회에 '깜짝 방문'

비공개 모임에서는 어떤 대화가 오고 갔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1일 서울 은평구 교육 관련 모임에 참석했던 A씨로부터 간담회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안 원장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A씨가 안철수 원장을 만난 것은 은평구의 한 복지관. 은평구 방과 후 교육콘텐츠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기관·단체 대표자들 간의 간담회였다. A씨 역시 대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는 학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A씨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30여 명의 은평 지역 교육 관련 기관·단체 대표들이 모여 있는데, (안철수 원장을) 보좌하시는 분이 들어와서 '미리 허락 못 받아서 죄송하다, 좋은 행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다, 이야기만 듣고 가겠다, 한 자리만 마련해달라'고 말했다"면서 "그러고는 안철수 원장이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간담회는 오후 1시 반부터 2시 반까지 한 시간 정도 진행됐다. A씨는 "30여 명의 대표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속해 있는 기관·단체에서 하는 일을 소개했고, 그 중 몇몇 분은 (안 원장이) 나중에 혹시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국정을 펴게 되면, 교육정책과 관련해 이러이러한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기존 학교 공교육만으로는 아이들 적성을 살릴 수 없으니까, 은평구에서 방과 후에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좋을지 공모를 했다. 여기에 선정된 단체들이 오후 3시 사업 설명회를 앞두고 간담회를 가졌다. 책읽기 사업을 하겠다는 단체도 있고, 심리상담도 있고, 미술도 있고…. 다들 학교 교육,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대학입시, 성적 위주 교육제도가 고쳐져야 한다', '성장기에 다양한 콘텐츠를 공부할 수 있도록 공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안 원장에게) 건넸다."

"현장에서 고민하시는 분들 이야기, 많이 배웠다"

이러한 요구는 안 원장이 기존에 밝힌 교육철학 방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 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에서 '속도위주 교육, 문제풀이 중심 교육, 결과위주 교육'을 비판하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함께 잘 사는 사회가 목표가 되어야 하고, 아이들이 잘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게 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창의력 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에서 체육시간과 글쓰기 그림, 악기 교육을 늘릴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이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안 원장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이들의 발언을 꼼꼼히 메모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가 '언제 출마하실 거냐'고 묻자, "많이 배우고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간담회장에는 앞서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던 안 원장 측 인사 1명만이 배석했다.   

간담회가 끝날 때 쯤, 안 원장은 "현장에서 고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내용들, 깊이 있는 내용들을 많이 배웠다"면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안 원장은 "지역에서 이런 고민과 의지를 가지고 (활동)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반갑고 고맙다"면서 "사회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아도 그것을 바꾸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희망이 아니겠나"라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A씨는 "(안 원장이) 지지율이 높긴 하지만 그것이 허상인지 실체가 있는지 잘 모르니까, 현장의 반응도 보고, 해결해야 할 일이 (어떤 게) 있는 건지 듣기 위해 온 것 같았다"면서 "정치적인 이야기는 전혀 안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은 지난 14일 광주 5·18 묘지를 비공개로 참배했다. 이를 두고 안 원장이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안 원장은 <안철수의 생각> 발간 이후 오랫동안 별다른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서 지지율 정체 현상을 보여왔다. 따라서 안 원장이 조만간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내놓게 될 정책과 비전의 내용에 따라, 그의 대선 도전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안철수, #대선,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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