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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저축이나 보험, 부동산 투자 등으로 노후에 대비한다. 그러나 카메라 렌즈를 돈처럼 귀하게 여기면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진 애호가들이 2011년 10월 창립한 '군산 중·고 사진동호회'(회장 최창준) 회원들이다. 전체 회원은 17명. 나이는 40대부터 70대까지 층층이다.

회원들은 3~4명씩 짝을 이루거나 단체로 출사(出寫)를 나가면서 작품구상은 물론 우의도 다진다. 그래서 그런지 선후배 간 남다른 애정과 결속력을 보여준다. 최창준(74) 회장은 그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사이도 사진을 하면서 만남이 잦아지고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고 귀띔한다. 예술의 한 장르인 사진 기법도 배우고 건강도 챙기니까 '일거양득'이라는 것.

1차 전시회가 열렸던 군산 시민문화회관 제1전시실
 1차 전시회가 열렸던 군산 시민문화회관 제1전시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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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중·고 사진동호회는 아직 새내기다. 그럼에도 제2회 회원 전시회를 3차로 나눠 개최하고 있다. 1차는 9월 1일~6일까지 군산 시민문화회관 제1전시실에서 마쳤다. 2차 전시는 9월 8일부터 군산의료원 중앙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3차는 10월 19일까지 2차 전시회가 끝나면 작품을 회원들 모교인 군산고등학교 교정으로 옮겨 10월 21일~26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의 남다른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새내기라고 무시하면 안 되는 게 또 있다. 회원 17명 중 12명은 (사)한국 사진작가협회 회원이고, 사진경력 30년이 넘은 김병순, 이복성, 김승중, 정상호 등 네 명은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 이들은 국전은 물론 도전 초대작가와 각종 공모전 심사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평생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가 하면 신입 회원들에게 촬영기법 및 작품 구상을 지도한다. 그래서일까. 전시회 출품작 수준이 높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기록위해 찍다가 사진에 매력 느껴 

군산고등학교 체육교사 시절(1970년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농구부와(맨 왼쪽이 최 회장)
 군산고등학교 체육교사 시절(1970년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농구부와(맨 왼쪽이 최 회장)
ⓒ 군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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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군산의료원 중앙로비에서 최 회장을 만났다. 그는 군산대학교 명예교수로 전북 체육계의 원로다. 학창시절 유도선수로 활약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만 체육교사로 14년 넘게 재직했다. 요즘엔 각종 체육단체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단다. 그래서인지 70대 중반임에도 40대 못잖은 체력과 활력을 보여준다.

86아세안 게임 성화 봉송 특별 주자로 선발되어 군산시 중앙로 1가를 달리는 최 회장(중앙)
 86아세안 게임 성화 봉송 특별 주자로 선발되어 군산시 중앙로 1가를 달리는 최 회장(중앙)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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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날 때마다 테니스와 달리기로 몸을 단련한다는 최 회장은 군산대학교 교수 재직시절 '86 아세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 성화 봉송 특별주자로 선발되어 군산지역 성화 봉송로를 달릴 정도로 체육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축구, 야구, 농구, 유도, 테니스 등 체육 관련 사진을 모아놓은 앨범만도 30개 가까이 된다니 능히 짐작이 간다.

최 회장과 대면은 처음. 그러나 인연의 시작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6 아세안 게임 성화 봉송 주자가 당시 필자가 운영하던 가게 앞으로 지나간다고 해서 달려나가 몇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그 속에 최 회장 달리는 모습이 잡혔던 것. 당신의 성화 봉송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니까 "어떻게 하면 그 사진을 볼 수 있느냐"며 놀란 토끼눈으로 변하는 모습이 너무도 정겨웠다.

최 회장의 제2회 회원전 출품작 <Wonderful Korea: 원더풀 코리아>
 최 회장의 제2회 회원전 출품작 <Wonderful Korea: 원더풀 코리아>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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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출품한 최 회장의 작품 'Wonderful Korea'(원더풀 코리아)는 체육 행사장에서 포착한 장면으로 인상적이다. 남녀 외국인 3명이 태극 문양이 선명한 부채를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이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말해주는 듯해서다.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삶의 현장과 풍경 등을 주요 소재로 다루는 일반 아마추어 사진클럽 전시장에서 보기 드문 사진이기 때문이었다. 

최 회장이 사진을 시작한 지는 7년 남짓. 고등학교 시절부터 급우들과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체육교사와 교수 시절 농구부나 야구부가 대회에 출전하거나 학교 체육행사를 기록으로 남겨놓기 위해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 예술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 멋진 경기장면이 눈에 띄면 자신도 모르게 포커스를 맞추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활동영역에서 가장 가까운 '스포츠 사진'을 선호하게 되었단다.  

사진작가 되었다고 기뻐하던 자녀들, 요즘은 시큰둥

얘기 도중 애장품인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얘기 도중 애장품인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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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묘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틈만 나면 카메라를 짊어지고 금강하굿둑 주변, 은파호수공원 등으로 출사를 나갔다. 그러나 혼자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열정만 가지고 달려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한계를 느낀 최 회장은 한국사진작가협회와 군산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개최하는 사진 강좌도 받고 아마추어 사진 동아리에 가입하여 기초를 다졌다.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요즘은 사진 선배들에게 "촬영 기법이나 안목이 초보에서 벗어나 중견작가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은 사진 선배들의 후한 평가를 '말 대접'이라며 겸손해한다. 그러나 그는 2010년 6월 새만금 방조제 신시도 광장에서 열린 제26회 군산 벚꽃 한중 새만금 사진촬영대회(예술사진 개론과정)에서 총 출품작 817점 가운데 <새만금과 고전 춤>이란 타이틀로 금상을 차지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는 촬영대회와 공모전에 입상·입선을 거듭하여 주변을 놀라게 했다. 사진 선배들 평가가 말의 잔치가 아님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셈.

"처음엔 아내도 말리지 않았고, 아이들(2남 1녀)과 손자들도 "최고의 사진작가가 되세요!"라며 좋아했지. 어쩌다 촬영대회나 사진 공모전에 출품해서 입상하면 꽃다발을 들고 시상식장까지 찾아와 '우리 아빠가 인정받는 사진작가가 되셨다!'고 기뻐하며 환영해주었어. 그런데 요즘은 시큰둥해. 집을 자주 비우니까, 할아버지를 '사진'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야. 그렇다고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는 없지···."

앞으로 꿈은 '스포츠 사진' 개인전 여는 것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서 사진을 설명하는 정상호 총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서 사진을 설명하는 정상호 총무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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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고 사진 모임 정상호(67) 총무는 "회장님은 얼마 전에도 김연아 선수 경기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심야버스를 이용해서 서울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정도로 사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이라고 거들었다. 그는 "회장님은 매사에 적극적이며 하루에 한 번씩은 전시장에 들러 장내 분위기와 관람객 반응 등을 체크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경기장 티켓 13만 원에 오가는 차비까지 경비가 20만 원 가까이 들었다"면서 "버스를 타고 오는 중에 체력은 물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사진을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껄껄 웃었다. 전시장에도 운동 삼아 들른다고 했다. 60대인 필자가 부럽게 느껴질 정도의 노익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칠순이 다되어 사진 예술에 도전한 최창준 회장. 그의 꿈은 모교인 군산고등학교에 사진 동아리를 만들어 후배들과 함께 출사도 나가고, 작품구상도 하고, 회원전도 개최하면서 관련 정보를 나누는 일이다. 또 하나 있다. 각종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모은 '스포츠 사진' 개인전 개최다. 그래서다. 최 회장은 오늘도 프로야구를 비롯한 각종 경기가 군산에서 열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최창준, #군산중고사진동호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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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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