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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에 머물던 안철수가 19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상승세를 탔다. 이에 따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북의 시골 장터 대선 민심은 어떨까. 21일 오전 군산시 대야장(5일장)을 찾았다.

대야 건널목에서 바라본 대야장 입구.
 대야 건널목에서 바라본 대야장 입구.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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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들녘이 펼쳐지는 지역이라는 뜻의 대야(大野)는 나포면 일부와 임피, 회현, 옥산 주민들이 이용하는 장항선 기차역과 버스 정류장이 있는 면 소재지다. 대야는 지경(地境)으로도 불리었으며 전주-군산 자동차 전용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 군산의 관문 노릇을 했다.

추석을 아흐레 앞둔 시골 장터는 흥정하고 손님 부르는 소리로 생기가 넘쳤다. 트럭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 메들리'와 상인들 고함소리가 장터 분위기를 돋우었다. 세 차례의 태풍에도 과일가게 진열대는 과일로 풍성했다. 

오가는 사람에게 "집이서 금방 쪄온 것이니께 맛이나 보세유!"라며 채반에 놓인 송편을 하나씩 집어줄 정도로 푸근하고 넉넉한 시골 장터. 그러나 12월에 치러질 대선을 보는 시각은 다소 싸늘했다. 성급한 마음에 인터뷰를 요청했다가 보기 좋게 딱지를 맞기도 했다.  

시골장터 사람들 눈에 비친 2012 대선 후보들

오전 10시 50분부터 오후 2시 55분까지 3시간에 걸쳐 기자의 질문에 응한 사람은 모두 37명. 그중 22명은 70대~80대, 11명은 50대~60대, 4명은 30대~40대였다. 호남 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야권 지지 견해가 높았다.

장보기를 일찍 마친 할머니들이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다.
 장보기를 일찍 마친 할머니들이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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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을 안주로 막걸리 마시는 할머니 다섯 분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다. 한 할머니는 "노무현은 일 허니라고 욕보고, 이명박은 돈 먹니라고 욕봤쥬"라며 "앞으로는 거짓말 안 허고 남의 것 안 먹는 사람 찍어줘야 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 비리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12월에 치러지는 것을 알면서도 박근혜 이름만 기억하는 할머니(83)도 있었다.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할머니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 '교수'라는 것만 알았고, 문재인 후보는 뭐하는 사람인지 모른다고 했다.

할머지는 지지하는 이유로 "같은 여성이고 똑같은 박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할머니는 "딸 팔자는 엄마 팔자 닮는다고 허는디···."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회현'에서 왔다는 할아버지(73)는 "지금까지 봐서는 그리도 박근혜 후보가 젤 믿음이 간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경제를 살린 아버지(박정희) 밑이서 오랫동안 쌓은 경험을 무시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할아버지는 "여자라고 대통령 못하란 법 없잖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늘에서 고구만 순을 다듬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
 그늘에서 고구만 순을 다듬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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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순을 다듬는 아주머니들에게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중 누가 제일 마음에 드세요?"라고 묻자 50대 아주머니는 "음마, 왜 그런 걸 물어본데유"라며 "아저씨는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 찍을 모양이고만"이라며 비꼬는 투로 답했다.  

이웃마을(개정)에 산다는 주현태(58)씨는 후보들을 재미있게 분류했다. 주씨는 "문재인은 '문제아', 안철수는 '철부지', 박근혜는 '박정희'"라며 "민주통합당 경선 과정에서 느낀 것인데, 문재인은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보였고, 안철수는 옛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철수처럼 어리고 철이 없어 보이고, 박근혜는 죽은 독재자 박정희를 보는 것 같아서 생각하기도 싫다"고 부연했다.

군산의 오일장, 가장 인기 좋은 후보는?

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에게 중 4명(11%)은 박근혜, 11명(30%)은 문재인, 17명(46%)은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3명(9%)은 '아직 모르겠다'고, 2명(5%)은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투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강지원 변호사가 출마하면 찍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28명은 하나같이 단일화를 원했다. "그럼 누가 나가야 대선에서 승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안철수 후보를 꼽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는 "아직 두 사람 됨됨이를 잘 모른다" "거기까지 밝히기는 곤란하다"라며 답변을 꺼렸다. "어차피 야당 후보 찍을 것이니 누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응답자도 상당수였다.

손님들이 기름을 짜려고 방앗간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손님들이 기름을 짜려고 방앗간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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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신수정(42)씨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는데, 경선 때 부인과 TV에 출연해 얘기하는 것을 보고 친서민적으로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는 고정관념, 즉 70년대 가치관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안철수는 성공한 벤처기업인 교수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떡방앗간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박순임(57)씨는 "때 묻은 구시대 사람과 대결해서 승리하려면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가 풍기는 후보로 뭉쳐야 한다"며 "두 분 모두 깨끗하지만, 안철수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과일행상 시작한 지 열흘 됐다는 전직 택시 기사가 손님을 모으고 있다.
 과일행상 시작한 지 열흘 됐다는 전직 택시 기사가 손님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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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행상을 시작한 지 열흘 되었다는 전직 택시기사(40대)는 "안철수는 우리나라 '멘토'라고 하지만 줏대가 없어 보이고, 문재인은 공수부대 출신이어서 국정을 박력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여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하는 70대 노인은 "두 후보가 뭉쳐야 박근혜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 2인자였지만 승리 가능성으로 볼 때는 안철수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다섯 살 때부터 이발소 가위를 잡기 시작했다는 장터 이발소 주인아저씨(69)는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어렵게 뽑혔지만, (안철수 후보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올리려 한다"고 안 후보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안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 나서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그는 "손님들은 안철수 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어져 있더라"며 시골 민심을 전했다.

여야 대선 후보, '호남 출신'은 없어

장보기를 마치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들
 장보기를 마치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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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모두 경상도 출신인데 소외감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고 있었다, 정말이냐!"며 놀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출신지에 무게를 두지 않는 이유로는 "전라도 출신 김대중 대통령 때도 군산은 특별히 혜택본 게 없다" "서민은 계속 살기 어려웠다" "누가 당선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대선 후보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군산지역 현안으로는 "물가를 안정시켜 서민과 농민이 마음 놓고 살게 해달라"는 주문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동안 대통령을 쭉 뽑아왔는데, 그게 그거더라"며 "아예 기대를 접었다"는 사람도 6명이나 되었다. 나머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겠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이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아직 잘 모른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날 질문에 응한 사람들은 대부분 "TV 뉴스를 통해 후보들 동향을 파악한다"면서도 "보도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덧붙이는 글 | 조종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시골장터 민심,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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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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