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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낮 금감원 직원들이 온 몸으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을 막고있는 사이 권혁세 금감원장(오른쪽)이 재빨리 몸을 피하고 있다.
 26일 낮 금감원 직원들이 온 몸으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을 막고있는 사이 권혁세 금감원장(오른쪽)이 재빨리 몸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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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왔을 때 잡아라! 금융감독원장 및 금융계 리더들을 멘토로 삼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마세요."

26일 부산대학교 본관에는 '캠퍼스 금융토크'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가 나붙었다. 캠퍼스 금융토크는 금융감독원이 대학을 돌며 실시하는 금융교육 행사로 권혁세 금감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도 350여 석의 본관 대회의장이 꽉 들어찰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북적였다. 그런데 행사장 밖에서는 금감원장을 만나기 위해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몰려 들었다. 이들은 그동안 저축은행 사태의 상당한 책임이 부실한 감독을 한 금감원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10시부터 부산대 본관 앞에 모여든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건물 진입을 막는 금감원 직원들에 막혀 한 발짝도 건물 안에 들여놓지 못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입구에서부터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가려내 입장을 통제했다. 출입 저지에 화가 난 피해자들이 직원들을 밀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경찰들까지 가세해 계단에서 이들을 막았다. 3층에 위치한 대회의장으로 올라가려는 피해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금감원 직원, 경찰이 부딪히면서 고성이 오갔다. 경찰은 그 모습을 7대의 채증카메라를 동원해 화면에 담았다.

26일 오전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캠퍼스 금융토크 행사장으로 올라가기 위해 부산대 본관으로 들어서자 금감원 직원들과 경찰이 달려와 막고있다.
 26일 오전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캠퍼스 금융토크 행사장으로 올라가기 위해 부산대 본관으로 들어서자 금감원 직원들과 경찰이 달려와 막고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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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찰 병력에 밀린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행사장 진입을 포기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 길목에서 금감원장을 기다렸다. 그 시간 금감원 직원들은 안에서 금감원장을 대피시킬 방법을 찾아 동분서주했다. 그러면서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행사장 앞까지 올 때를 대비해 문을 막을 요량으로 큰 책상까지 들어다 문 앞에 가져다 놓았다.

'소통' 강조하던 금감원장의 '불통' 경호작전

26일 오전 금융감독원이 주관하는 캠퍼스 금융토크 출입을 저지당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1층 출입구에 앉아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26일 오전 금융감독원이 주관하는 캠퍼스 금융토크 출입을 저지당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1층 출입구에 앉아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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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금감원 직원들의 움직임은 행사가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더욱 바빠졌다. 직원들은 분주히 쫓아다니며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동태를 살폈고 혹시라도 피해자들이 해코지라도 할까봐 노심초사했다. 한 관계자는 "뒷문 셔터를 내렸다 안심시킨 후 빠지자"고 말했고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 지금 구사대 만드는 거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낮 12시 30분 행사가 끝나자 금감원 직원들은 재빨리 권 금감원장을 둘러싸고 발걸음을 옮겼다. 후문으로 빠져나가는 금감원장을 발견한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따라붙었지만 역부족. 직원들은 몸을 던져 금감원장의 통로를 확보했다. 마치 경호작전이라도 펼치듯 건물을 옮겨 다니며 경찰과 금감원 직원들은 권 금감원장을 보호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막아서면 밀쳐냈고, 대부분이 70~80대인 피해자들은 나가떨어졌다.

26일 낮 권혁세 금감원장이 부산대에서 열린 캠퍼스 금융토크 행사를 마치고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을 피해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차에 오르고있다.
 26일 낮 권혁세 금감원장이 부산대에서 열린 캠퍼스 금융토크 행사를 마치고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을 피해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차에 오르고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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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지하주차장으로 피신한 금감원장은 대기하고 있던 자동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그리고 자동차는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이날 권 금감원장은 행사를 마치면서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페이스북을 홍보하며 유독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태그:#저축은행,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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