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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 최유리(26)씨는 2005년에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휴학을 거듭하다가 지난해 3월 파견계약직으로 1년간 근무하면서 등록금을 마련해 올해 8월에야 겨우 졸업했다. 하지만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휴학을 하고 1년간 파견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동안 많은 설움을 당해야 했다. 최씨를 고용한 회사와 최씨가 실제로 일을 하는 회사가 다르고,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급여는 정규직원의 3분의 2밖에 받지 못했다.

회사에서 정한 5월 '가족의 날' 행사에는 아예 초대받지도 못했다. 여름휴가 때는 최씨가 고용된 회사는 3일의 휴가를 준 반면 근무하는 회사는 6일을 쉬었다. 그러는 바람에 최씨가 근무하는 회사의 정규직 직원들은 모두 쉬는데 최씨 혼자 3일을 근무해야 했다. 회식을 하는 날에도 혼자만 빠져야 했다. 계약직 직원을 아르바이트 취급하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계약직 동료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는 모습도 많이 보아야 했다.

최씨는 1년 동안 근무해 번 돈으로 등록금을 해결하고 올해 8월 겨우 졸업을 했지만 아직도 3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와 다름없고 임금도 형편없이 낮아 선뜻 취직하기가 어렵다.

청년 부채 44%가 '교육비' 때문... 통장 없는 청년도 17%

대구의 청년단체들은 27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년들의 사회의식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청년의제을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대구의 청년단체들은 27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년들의 사회의식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청년의제을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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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대구청년회가 지난 7월 한 달간 한국청년연대와 함께 전국의 20~30대 청년 1350명을 대상으로 사회의식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2.6%가 부채를 가지고 있거나 가져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부채를 지게 된 이유로는 학자금 또는 교육비가 43.7%로 가장 높았고 생활비 부족으로 인한 부채가 21.4%, 주택구입 및 전세보증금 등이 20.5%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정작 결혼준비 자금이나 투자 및 재산증식 목적으로는 부채가 거의 없었다.

반대로 저축과 적금을 전혀 들고 있지 못하는 청년들이 25.4%에 달하고 보유 중인 통장이 없는 청년들도 17.3%에 달했다. 매달 30만 원 이하를 저축한다는 응답이 32.5%, 30~50만 원을 저축한다는 응답은 16.4%에 불과했다.

함께하는대구청년회는 "이런 통계로 볼때 요즘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빚을 안고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하지 못하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설령 취업을 하더라도 고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빚을 갚기에 바빠 미래가 희망이 없는 삶을 사는 청년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함께하는대구청년회는 "과거 부모님 세대에는 젊은 시절 돈을 모아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연금도 넣었지만 지금 청년들의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라며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청년들보다는 부모의 집에 의탁해 생활해가는 청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청년인턴, 직업훈련 등의 고용대책들이 정작 청년들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단기직, 임시직의 양산으로 고용지표는 좋게 나올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청년유니온의 구소라씨는 "영화 <피에타>를 보면 요즘 청년들의 현실을 알 수 있다"며 "6개월 이상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의 상태에 빠진 청년들이 지난 5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구씨는 "주위에 공부를 더하고 싶어 대학원에 가고 싶지만 빚이 2000만 원이 넘어 공부를 포기한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며 "요즘 청년들은 빚 때문에 자신의 꿈을 잃고 영혼을 잃어버렸다. 빚을 지지 않고 취직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고용대책, 단기직·임시직 양산... "효과 없다"

대구시청 앞에서 청년 의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청년실업과 학자금 대출, 고노동 저임금 등의 사슬을 끊는 퍼포먼스를 하고 잇다.
 대구시청 앞에서 청년 의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청년실업과 학자금 대출, 고노동 저임금 등의 사슬을 끊는 퍼포먼스를 하고 잇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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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대구경북지역대학생연합, 청년유니온 대구모임 등 8개 청년단체는 27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년이 살아야 대구가 산다"며 "정부와 대구시는 청년들에 대한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높은 청년실업률, 상대적 저임금으로 청년들을 사회 취약계층으로 전락시켜버렸다며 "청년 부채, 높은 실업률, 저임금은 미래에 대한 불안의 원인이 되어 청년들을 벼랑의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대구의 상황은,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실업률은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고용률 또한 전국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시도에 비해 특히 삼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부채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결혼을 하라', '아이를 낳아라'는 주문만 거듭하고 있다"며 정부와 대구시는 청년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구시 산하 공기업마저 청년 일자리 창출은커녕 외주용역 확대 등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부족인력 충원 및 경산연장선 개통에 따른 신규인력 채용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있었지만 신규인력 채용 없이 외주용역으로 확대해 대구 청년의 희망을 꺾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년실업, 학자금대출, 고노동 저임금 등에 대한 청년의 굴레를 끊어버리는 퍼포먼스를 통해 정부와 대구시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청년희망법안' 제정과 '청년대선운동본부' 추진을 통해 청년들의 의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청년의식 조사, #함께하는대구청년회, #청년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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