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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으니 유난히 송편을 즐겼던 아들이 생각난다. 남편체질을 닮았는지 알코올이 한  방울만 들어가도 취하며 담배 맛을 모르는 아들인지라 떡을 좋아한다. 어느 글에서 떡 좋아하는 남자는 부드럽고 가정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일까? 아들은 군에 가서도 컴퓨터작업을 자주하는 내가 어려운 부분이 있을까 걱정하며 휴가 나오면 해결해 준다며 적어놓으라고 당부한다. 줄넘기를 할 때는 꼭 고무바닥에서 해야 무릎이 상하지 않는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코스모스에 엄마 마음을 실어.
ⓒ 최정애

아들은 지난 8월 말 3박 4일 일정으로 포상휴가를 다녀갔다. 입대 후 신병위로휴가, 일병 정기휴가를 다녀갔고 포상휴가는 처음이다. 전술능력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포상을 받았다고 했다.

오늘 방송을 들으니 최근 5년간 군무이탈자는 3469명라는  통계가 나왔다. 2012년도 국방위 국정감사와 관련하여 2008년에서 2012년 6월 사이 발생한 군무이탈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탈영원인 중 '복무염증'이 65.8%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군 복무 중 스트레스 와 심리적 불안이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들판에서는 벼가 익어가고 있다. 군에서 느끼는 가을의 정취는 어떤 모습일까
ⓒ 최정애

일병엄마로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청춘들에게 군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일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은 전화나 편지를 통해 "집에 별 일 없어요?"라는 말을 자주한다.

난 아들의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간 집에서 일어났던 사소한 이야기나 앞으로의 계획을 놓치지 않고 메모해서 알려준다. 냉장고와 텔레비전 바꾼 이야기에서부터 취재하면서 있었던 일, 신문  기사, 10월에 개통하는 우리고장 지하철 개통소식, 우리 집 앞에 개업한 맛있는 닭강정집까지 내가 들려주는 소식을 들으면 아들은 매우 신나 한다.

"휴가 가는 날 아침에 먹을 수 있도록 닭강정 사 놓으세요. 추천 하고 싶은 책도요. 새로 산 50인치 텔레비전 보면 영화 보는 느낌이겠네요 ..."

내가 들려주는 아기자기한 소식을 들으면 아들도 답한다. 후임이 가정사를 이야기하며 꿈이 없다고 하기에 PX에 가서 간식을 사 주며 함께 군에서 꿈을 키우자고 한 일, 장병들의 미래 설계에 관심이 많은 상사를 만나 워드 프로세스 1급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이론시험에 합격한 이야기, 생활관에 층마다 책이 비치되어 있고 아들이 자는 방에도 서재처럼 책이 있어 책을 보다 잠이 든 이야기 등으로 화답한다.

 우리집 앞 공원에 핀 코스모스가 가을을 알린다. 아들에게 꽃소식을 전한다.
ⓒ 최정애

아들 입대를 코앞에 둔 1년 전 이맘 때 나는 불안했다. 아들은 여드름 꽃이 핀 얼굴을 보며 '군에 가면 거의 피부가 나빠진다는데 여기서 더 나빠지면 어쩌나? 훈련 받느라 책 읽을 여유가 어디 있어? 상사, 동료, 선후임과의 관계는?'등의 염려로 잠을 설쳤다.

입대 1년을 맞은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아들은 "군생활로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고, 참을성 인간관계를 배울 수 있다.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라고 털어놓았다. 아들을 군에 보내고 눈물로 지내는 엄마들이 많다고 들었다. 306부대 입소식부터 신병대대수료식, 면회, 편지, 전화, 휴가 등을 통한 아들의 군 생활을 지켜보며 그동안의 불안은 기우였음을 확인했다.

아들 입대를 계기로 시작한 병무청 블로그 기자활동은 내 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준다. 3대 나라 지킴이 병역명문가, 입영문화제, 미래기술 명장으로 육성되는 산업기능요원 복무제도, 각 열차역마다 설치되고 있는 이동장병도서관, 병영독서에 앞장서는 여러 기관 등 발전하는 병영현장을 지켜보며 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콘크리트 숲 사이에서 모과도 가을을 알린다.
ⓒ 최정애

귀대하던 날 아들은 내 스마트폰을 보며 "참 편리해졌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지겹지 않겠다"고 했다. "첨단기기와 단절되는 군에서 빨리 제대하고 싶지?"라는 나의 우문에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군은 사회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의지와 절제를 배울 수 있다"는 현답을 하며 서둘러 귀대 준비를  했다.

레오나드로 다빈치는 "모든 경험은 하나의 아침, 그것을 통해 미지의 세계는 밝아온다. 경험을 쌓아올린 사람은 점쟁이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아들 입대 전에는 매스컴이나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로 군 생활을 가늠할 수 있다. 아들 입대를 계기로 경험한 군은 소문과는 많이 달랐다. 다음 글은 상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가 될 것 같다.


태그:#상동호수공원, #코스모스, #일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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