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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 동막리 골프장 공사 현장(2012년 3월). 공사로 허연 등을 드러내고 있는 장락산 산등성이.
 홍천군 동막리 골프장 공사 현장(2012년 3월). 공사로 허연 등을 드러내고 있는 장락산 산등성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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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원도 내에는 총 49개의 골프장이 영업을 하고 있고,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골프장이 23개, 인허가 절차에 있는 것이 11개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홍천의 구만리, 동막리, 갈마곡리, 강릉의 구정리, 원주의 구학리 등은 주민들과 사업자 간 골프장건설을 둘러싼 대립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들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부터는 불법골프장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생명버스 행사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주관으로 매달 진행되고 있으며, 강원도청 주변에서는 골프장건설 인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노숙농성이 30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광역단체장 보궐선거 당시 불법·탈법 골프장문제의 해결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최문순 지사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뚜렷한 해결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체하면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생태계와 주민들 삶에 큰 영향 미치는 '골프장 건설'

국내에서 골프는 이를 즐기는 인구가 400만 명이 넘으면서 과거 소수의 부유층만이 독점하던 사치스런 운동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국민스포츠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골프장 개발에 비교적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골프장 개발을 무조건적 반대의 시각에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은 다른 레저시설의 개발과 달리 매우 넓은 면적에 걸쳐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를 수반한다. 특히 강원도는 산지지형이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수목밀도가 높은 산림지가 많아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를 절개하여 전용해야 하므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강원도가 가진 이런 환경조건들과 수도권에 근접한 지리적 여건은 국내의 다른 지역들보다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환경보전 요구와 개발 욕구가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간과해서 안 될 것은 골프장개발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농약살포로 인한 주변수계의 수질오염, 지하수고갈, 지역공동체의 와해 등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생존권을 위협한다. 현재 강원도 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골프장건설지역은 예외 없이 심각한 환경훼손과 더불어 마을공동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강원도 내 골프장 난개발 '심각한 후유증' 예고

강릉 구정리 골프장 조감도. 노란 선 안이 골프장 부지. 골프장이 마을을 포위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이 완성되면 골프공이 수시로 집 안으로 날아들 형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릉 구정리 골프장 조감도. 노란 선 안이 골프장 부지. 골프장이 마을을 포위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이 완성되면 골프공이 수시로 집 안으로 날아들 형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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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내 골프장 개발 논란은 주로 골프장건설 허가를 취득하기 위한 사전절차로 행해지는 적합성 평가결과가 신뢰성을 얻지 못하는 데 기인하고 있다.

실제로 강릉 구정리의 경우 1986년도에 만들어진 임상도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산림의 영급을 조작하여 인허가를 취득한 것이 드러났고, 원주 구학리의 경우는 문서상의 날짜에 산림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조사결과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문서조작이 자행되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예들은 도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대부분의 골프장 개발이 부적절한 사전평가에 기초하여 인허가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전평가과정을 거쳐 골프장개발이 가능한 부지로 인정받았더라도 불필요한 국토훼손의 방지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시행사의 재정능력과 경영수익성도 사전에 검증되어야 한다. 사업승인을 받은 후 재정부족, 부도 등으로 공사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방치될 경우 토사유출 등 환경훼손이 심각하고 지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논문을 통해 2009년부터 과잉공급으로 영업수익 및 가동률에 적신호가 나타나는 골프장들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경영악화는 골프장운영과정에서 환경오염 저감시설에 대한 불충분한 투자와 가동, 운영인력부족 등으로 추가적인 환경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무차별적인 인허가를 거쳐 골프장 난개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현실은 환경적·경제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불법·탈법 골프장들 법 규정 따라 엄격히 처리해야...

강원도청 안, 골프장 난개발 반대 지역 주민 노숙농성장. 오는 11월 4일로 노숙농성 1년을 맞는다.
 강원도청 안, 골프장 난개발 반대 지역 주민 노숙농성장. 오는 11월 4일로 노숙농성 1년을 맞는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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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현재 도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골프장의 경영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함과 더불어 향후 예상되는 골프장 방문인구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이를 기초로 일정 기간에 걸쳐 개발이 허용될 수 있는 골프장을 총량제로 묶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골프장 개발업자가 객관적인 수요예측자료를 무시하고 개발허가를 요구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총량 결정과정에는 각 당사자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객관성과 정당성이 확보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근래에 일부 연구기관의 보고서에서 강원도 내 적정 골프장 개수를 무려 90개까지 제시했으나, 이는 합리적인 산정근거에 기초했다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골프장 난개발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과다산정으로 평가된다.

둘째는 골프장 건설부지의 환경가치에 대한 사전평가 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도내 골프장건설을 둘러싼 갈등에서 주로 문제되고 있는 것이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과정 중 거치는 사전절차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이므로 적법절차의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평가과정에 이해 당사자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토록 하거나, 개발업체가 제출한 사전평가 자료들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인허가를 위한 요식절차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불법·탈법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기존의 인허가들에 대해서는 사전평가절차가 정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여 문제가 드러나면 법 규정에 따라 엄격히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골프장 둘러싼 지역 갈등, 더 이상 해결 지체해선 안 돼

 이차복 박사
셋째, 강원도는 '체육시설업 사업계획 승인 의제처리 지침'에 따라 골프장 사업주가 관광단지 내에 골프장을 조성할 경우 대상토지의 2/3 이상만 취득하면 사업계획 승인 신청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골프장건설에 반대하는 토지소유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수용 절차가 진행되어 극심한 민원이 야기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골프장이 공익성을 가진 기반시설로 분류되어 토지강제수용이 가능하도록 한 국토계획법상의 근거규정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고,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가 공공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체육시설로 국토계획법 시행령 규정을 개정예고하면서 골프장은 더 이상 강제수용이 가능한 기반시설에 포함되기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강원도는 문제해결을 위해 법령개정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했지만, 관련 지침을 폐기하고 사업계획승인을 거부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방법이라고 본다.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국내에는 많은 선수들이 배출되어 국내외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고, 2016년 하계올림픽에서는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민스포츠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마을공동체를 해체하고, 우수한 산림자원을 무분별하게 훼손하며 골프장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인허가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 행위가 자행되는 것은 법질서의 확립을 위해서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도내에서 골프장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더 이상 해결을 지체해서는 안 될 정도에 이르렀다. 시기를 놓치지 말고 도정책임자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차복은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 박사입니다.



태그:#강원도 골프장, #이차복,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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