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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가 되면 경쟁 공직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과 주장이 쏟아집니다만, 그것들에 대한 사실 검증은 빈약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유권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를 필두로 18대 대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세계적인 석학 안철수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이 함께하는 청년의 미래'
'세계적인 석학 안철수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의 리더십 대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청춘콘서트' 현장에 걸렸던 현수막 문구다. 안철수 캠프 금태섭 상황실장은 "주최 측에서 현수막을 걸었을 뿐, 안 원장 스스로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박근혜 후보 캠프 조윤선 대변인조차 한 인터뷰에서 안 후보를 '세계적 석학'이라고 칭할 정도로 안 후보의 '학문적 성과'를 높이 사는 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한 달도 안 된 10월 현재, 그가 쓴 대부분 논문이 '검증' 도마에 올랐다.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논란이 된 안철수 후보 논문은 모두 6편. 기고글이라고 볼 수 있는 '의료인의 컴퓨터 활용범위'(1993년, 대한의학협회지)를 제외하면 안 후보가 참여한 모든 논문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98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한 안 후보는 1988년 서울대 의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1991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생리학. 1989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전임 강사를 지낸 안 후보는 1991년 2월부터 1994년 4월까지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문제가 된 논문은 모두 1988년부터 1994년 사이에 나왔다. 이 가운데는 안 후보의 석·박사 논문을 비롯해 안 후보가 2저자, 3저자, 연구조원으로 참여한 논문·연구보고서도 포함되어 있다.

이후 안 후보는 미국 펜실베니아 공대 공학 석사(1997년), 동 대학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2008년) 학위를 받았지만 논문은 쓰지 않았다.

안철수 대선후보 논문논란 한눈에 보기
 안철수 대선후보 논문논란 한눈에 보기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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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논문 학술지에 '재탕'"-"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철수 후보의 석사논문(1988년)부터 보자. 제목은 '동방 결절 내에서의 흥분 전도에 미치는 Adrenaline, Acetylcholine, Ca++및 K+의 영향'(지도교수 성호경). 이 논문은 같은 해 9월 서울대 의대 학술지 <The Seoul Journal of Medicine> 29호에 영문 번역본으로 정리되어 실렸다. 1저자는 안철수, 2저자는 엄융의(현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3저자는 성호경(전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2007년 사망)이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해당 석사 학위 논문이 1986년 서울대 의대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아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연구비의 지원 목적 중 하나가 후학 양성이기 때문에 연구비를 받아 논문을 쓰게 한 다음에, 그것을 바탕으로 연구보고서를 내고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은 과학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면서 "교수가 연구비를 받아서 대학원생이 하는 연구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논문 재탕' 논란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안 후보가 1993년 2저자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그로부터 5년 전인 1988년 서울대 의대 생리학 전공 김규현씨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논문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안 후보가 2저자로 발표한 논문의 1저자는 김규현씨, 3저자는 김우겸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였다.

이와 관련해 "제목과 참조 문헌, 내용 배치가 조금 달라졌고 영문으로 번역됐다는 점 외에 연구방법이나 데이터 수치, 그래픽 등이 유사했다"면서 "이공계에선 조금이라도 연구에 기여하면 저자로 올려주지만 이 경우는 '무임승차'에 가깝다고 할 정도의 재탕논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블로그 글을 통해 "실험을 할 때 혼자 하는 법은 없다, 지도교수를 비롯해 다른 이들이 그 연구에 도움은 준다"면서 "그래서 석사 논문을 낼 때는 단독으로 내지만, 학술지에 실을 때는 도와준 사람들을 모두 저자로 포함시킨다"고 설명했다.

대한생리학회 차기회장인 민병일 경희대 의대 교수 또한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교수가 연구 프로젝트를 따면 교수 밑에 있는 대학원생들 시켜서 실험을 하고, 역할을 많이 한 사람이 학위 논문을 쓰고 두 번째, 세 번째 역할을 한 사람은 학술지에 게재할 때 공저자로 들어간다"면서 "이는 상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당시 지도교수였던 김우겸 교수의 지시에 따라 '생리학적 측면'에서 논문을 보완했고, 영문 번역 작업 쪽에도 기여했으며 두 논문은 결론도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 역시 학계에서 권장 혹은 의무사항으로 정하는 것으로 문제 삼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대 의대 생리학 교실 이석호 주임교수는 "학위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은 의무사항이고, 최근에는 게재를 먼저 해야 학위논문을 제출할 자격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면서 "학술지 발표를 이중게재라고 하는 것은 학술 발표의 기본적 프로세스에 무지한 사람이 공격을 위한 공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서론 해당하는 한 페이지 동일"..."같은 연구"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석사학위(왼쪽), 박사학위(오른쪽) 논문.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석사학위(왼쪽), 박사학위(오른쪽) 논문.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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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1991년)과 관련해서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다. 안 후보의 박사논문 '토끼 단일 심방근 세포에서 Bay K 8644와 Acetylcholine에 의한 Ca2+전류의 조절기전(지도교수 성호경)'이 이보다 2년 앞서 박사학위를 받은 서인석 서울대 의대 교수의 박사논문 '토끼 단일 심방근세포에서의 일과성 외향전류에 대한 연구'의 일부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서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일부를 인용 표시 없이 유사하게 쓰는가 하면, '볼츠만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베껴 쓰다시피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석호 주임교수는 "볼츠만 곡선은 19세기 통계물리학자인 Ludwig Boltzmann이 정립한 물리학적 원칙으로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과 비견되는 물리학적 법칙"이라면서 "자연현상의 해석에 뉴튼의 원리를 적용할 때마다 그의 저서인 Principia를 인용하지 않듯이 볼츠만의 원리를 적용할 때 인용문을 달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반박했다.

또한 "두 논문은 심장세포에 존재하는 세포막을 통한 전혀 다른 종류의 이온흐름에 같은 통계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이라면서 "서로 다른 생물학적 현상에 같은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을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표절 의혹 논문의 원저자인 서인석 서울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연구하는 대상 자체가 달라서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이런 걸 표절이라고 한다면 과학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군 복무 시절인 1992년 8월 나온 '연구보고서'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안 후보가 참여한 연구팀 보고서 제목은 '단일 심근에서 새로운 부정맥 발생전류의 세포막 및 세포내 조절기전에 관한 연구'. 연구책임자는 엄융의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연구원은 호원경·서인석 서울대 의대 교수다. 안 후보는 2명의 연구조원 가운데 한 명으로 보고서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연구는 1990년 3월부터 2년간 진행되었고,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1년에 500만 원씩 총 연구비 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서에 나와 있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같은 해 2월 나온 임채헌 울산대 교수의 석사논문 '토끼 단일 심실근세포에서 isoprenaline에 의해 활성화되는 background 전류에 대한 조절인자와 이온의존성에 대한 연구'를 '베껴쓰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 후보가 참여한 연구팀이 후배의 석사논문을 '재활용' 하고,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연구비를 '착복'했다는 것이다. 엄융의 교수 연구팀이 한국과학재단에 제출한 보고서에 임채헌 교수의 이름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안 원장 측은 "연구조원으로 이름이 올라간 경위를 알 수 없다"며 "그와 관련된 어떤 비용도 받지 않았고 당연히 연구 실적으로 쓴 적도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오마이뉴스>가 두 논문을 입수해 비교해 본 결과, 실제로 서론에 해당되는 한 페이지가 통째로 똑같은 등 일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임채헌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실험실에 있었던 학생들은 모든 연구에 참여를 했다, 그 중 한 연구를 석사학위 논문으로 쓴 것"이라면서 "한국과학재단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제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연구계획서를 제출한 1990년 3월 이전에는 제가 연구실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학재단에 제출한 연구보고서가 임 교수의 석사논문을 가져다 쓴 것이 아니라, 애초에 동일한 연구였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1990년 3월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해당 연구보고서에 '연구조원으로 이름이 올라간 경위를 알 수 없다'는 안 후보 측의 해명에 대해 임 교수는 "연구비를 신청하고, 공동연구원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연구 책임자가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연구조원은 이에 대해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그 당시에는 인건비 지급이 안 됐기 때문에 중간에 연구원이 바뀐다고 해서 공식적으로 행정 처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이름이 보고서에 올라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임 교수는 또한 "석사학위, 박사학위는 해당 학위를 취득하는 데 자격이 있는지 검증 자료일 뿐 학술적 성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출판물의 형태로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이상 사이테이션(인용표시)을 할 근거가 없다"면서 "인문학 분야에서는 자신이 지도한 제자의 학위논문을 스승이 갖다 쓰면 표절이라는데 우리는 그게 표절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대 "구체적인 내용의 실명제보 들어와야 조사"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8일 오후 경상북도 경산시 대구대학교에서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하며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8일 오후 경상북도 경산시 대구대학교에서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하며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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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1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한 한국과학재단의 입장은 어떨까. 한국과학재단은 2009년 한국과학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과 함께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되었다. 한국연구재단 정책홍보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일부분이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 두 논문의 연구 소재, 방법, 배경, 결론 등에 대해 생리학 전공자 여러 사람의 리뷰를 거쳐야 한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저희는 연구를 하는 기관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기관"이라면서 "논문과 보고서에 대해 확인을 하고 승인을 했던 기관이 모두 서울대이기 때문에 해당 대학에서 먼저 판단을 하면 한국연구재단도 이후 절차에 따라 판단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황우석 박사 논문 논란 당시 화제가 되었던 '브릭'(생물학 연구 정보센터)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1993년 안 후보가 3저자로 대한생리학회지에 발표한 'Effect of Cyclic GMP on the Calcium Current in Rabbit Ventricular Myocytes'와 1992년 대한흉부외과학회지에 실린 '토끼 단일 심실근 세포에서 Cyclic GMP의 Ca2+전류 조절기전에 관한 연구(안재호, 서경필, 엄융의)'의 유사성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생리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은 한진 인제대 의대 교수가 1저자, 임채헌 울산대 의대 교수가 2저자로 등재되어 있다. 서인석·호원경 서울대 교수가 각각 4저자, 6저자로 엄융의 서울대 의대 명예 교수가 7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논문은 '재탕' 논란 논문과 함께 안 후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임용 당시 연구 업적으로 제출됐다.

<오마이뉴스>는 두 논문에 모두 저자로 이름을 올린 엄융의 명예교수에게 이메일과 전화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서울대는 연구진실성위원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까지 안 후보 논문과 관련해 제보나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의 실명제보가 들어와야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논의만 놓고 본다면, 안 후보의 논문이 '대선의 걸림돌'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의 문제제기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태섭 상황실장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학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과학계의 상식'이 '국민의 상식'과도 통할지 궁금하다.


태그:#대선후보검증, #안철수, #논문, #서울대 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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