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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0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노사 합의로 타결되자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였던 4명이 내려오기 전 농성 기일을 표시한 벽보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309일째, 박성호.박영제.정홍형씨는 137일째 농성을 벌이고 해제했다.
 지난해 11월 10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노사 합의로 타결되자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였던 4명이 내려오기 전 농성 기일을 표시한 벽보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309일째, 박성호.박영제.정홍형씨는 137일째 농성을 벌이고 해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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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이 마침내 다음달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 정리해고로 갈등을 겪은 지 1년 8개월 만이다. 복직대상자는 현재 해고상태에 있는 93명 전원이다. 하지만 저조한 선박 수주와 복수노조와의 관계,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인한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11월 9일까지 복직하라는 통보가 지난 10일 나갔다"며 "재입사에 필요한 서류를 11월 2일까지 제출하면 큰 질병이 없는 이상 전원 복직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10월 받아들인 국회의 '1년 내 해고자 재고용 권고안'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해고노동자가 공장으로 돌아가도 현재로서는 곧바로 휴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특수선을 제외하고는 수주 물량이 없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700여 명의 노동자 중 500명이 휴직 상태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도 "상선 쪽은 일이 없어서 특수선 분야에 200명만 일을 하고 있다"며 "복직자라고 하더라도 일이 없는데 일을 시킬 수야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하지만 "복직이 된 이상 휴업 상태라도 통상임금의 100%는 지급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158억 손배소 소송진행"... "압박하면 제2의 쌍용차 사태"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이 15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이 15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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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과 함께 지난해 국회 권고안에 담겼던 손해배상청구소송(손배소) 철회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있다.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도 복직에 대해서는 약속을 하면서도 손배소 철회에는 말을 아꼈다.

당시 이재용 사장은 의원들의 질문에 "개인에 대한 민사소송은 취하했고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58억 원은 확정된 손배 금액이 아니며 재판중이다"고 답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준) 의원은 "그 금액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이라며 "정신적으로 압박하면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난다, 손배소 문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입장을 제출해달라"고 이 사장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이 사장의 말대로 한진중공업은 개인에 대한 소송은 철회했지만 합의 당사자였던 금속노조를 상대한 제기한 손배소는 진행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금속노조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액을 최소화시켜서 소송을 한 것"이라며 "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금액이 확정되면 서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지회와 협상은 효력없다"... "민주노조 말살"

복직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복수노조 사이의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한진중공업은 현재 파업을 이끌었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와 '새노조'로 불리는 기업노조가 양립해 있는 상태다. 조합원의 80%가 새노조로 옮겨가면서 현재 단체교섭권은 새노조로 넘어가 있다. 이 때문에 회사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를 교섭 상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번 복직 결정도 새노조와의 협의를 거쳐서 결정됐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대표교섭권을 가진 노조와 협상을 하는 것"이라며 "금속노조 지회와의 협상은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회사의 결정에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반발하고 있다. 차해도 지회장은 "사측 주도로 복수노조를 만들어 수많은 노동자가 복수노조로 넘어갔고 손배가압류로 민주노조를 말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의원도 15일 국감에서 이재용 사장을 향해 "지난 1년동안 제 2 노조가 생겼고 회사가 금속노조에 과다한 손해배상을 늘려갔다"면서 "금속노조를 축소시키고 와해시켜왔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이러한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짧게 답변했다.

해고자들은 복직 결정을 반기면서도 복직 이후의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다. 박성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 대표는 "복직 이후의 운영 계획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휴업을 시킬지 재교육을 시킬지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복수노조로 회사 내에는 일하는 근로자들이 갈라져 있다"며 "일상적 친목관계와 상조문화,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표는 "조합원들이 완전히 양심을 팔고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노조의 깃발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한진중공업?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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