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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증권사 담당자들이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국민들이 아파트 구입때 사는 1종 국민주택채권 등의 수익률을 담합하고 있는 모습.
 시중 증권사 담당자들이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국민들이 아파트 구입때 사는 1종 국민주택채권 등의 수익률을 담합하고 있는 모습.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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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중 20개 증권사가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 동안 국민주택채권, 도시철도채권 등 채권값을 짬짜미(담합)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이들 회사들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올려왔다. 국민들은 아파트나 자동차를 살 때 의무적으로 이들 채권을 구입해야 한다. 결국 국민들이 내지 않아도 될 돈을 이들 증권사들이 챙겨온 셈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사실이 드러난 20개 증권사를 상대로 192억3300만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또 이 가운데 대우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6개 회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집이나 자동차 살 때 의무적으로 채권 샀던 소비자들만 '봉'

공정위가 4일 내놓은 증권사 채권 담합 내용을 보면, 이들이 수익률 담합에 나선 채권은 모두 4종류다. 국채인 국민주택채권(1종, 2종)과 지방채인 도시철도채권과 지역개발채권이다. 대체로 이를 소액채권이라 부른다.

국민주택채권은 정부에서 주로 땅이나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에게 의무적으로 부과한다. 도시철도채권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나 식품영업, 관광숙박업 등을 하는 사람에게 지방자치단체에서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집을 새로 살 때 소비자는 제1종 국민주택채권 기준으로 매입 금액의 0.023%에 해당하는 채권을 사야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690만 원이다. 이 채권 만기는 짧게는 5년부터 10년다. 따라서 대체로 주택 구입자들은 은행 창구에서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시장에 나온 채권을 사는 곳이 증권사들이다. 이때 적용되는 채권 값을 증권사들이 스스로 결정한다. 증권사들은 은행에서 채권을 사들인 다음에 시장가격으로 다시 최종 수요자에게 되팔아서 이익을 남기게 된다.

소액채권 거래 흐름도
 소액채권 거래 흐름도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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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정위 조사에서는 이들 증권사들이 채권수익률을 높게 결정하도록 서로 담합한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선 피해가 생기고 반대로 증권사들은 이익을 얻게 된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이들 증권사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과 고발 조치 등이 이뤄진 것이다.

증권사 담당자들 오후 3시30분전후 인터넷 메신저로 수익률 합의

당초 정부는 지난 2004년 이들 소액채권 구입의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채권의 실물발행제를 등록발행제로 바꿨다. 증권사들에게 국민주택채권과 다른 국고채 사이의 수익률 차이를 줄일 것을 권고한 것. 수익률 차이가 줄어든 것을 계기로 증권사들의 담합이 시작된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증권사들의 짬짜미 통로는 주로 인터넷 메신저였다. 각 증권사 담당자들은 매일 오후 3시30분께 메신저 대화방에 들어와 자신들이 거래소에 제출할 수익률을 사전에 같거나 비슷하게 합의했다. 2004년에는 국민주택채권 수익률만 담합했다가 2006년부터는 서울도시철도채권 등 지방채로까지 짬짜미를 확대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3월 대우증권 김아무개씨가 메신저 대화창에서 "그냥 하나로 정합시다 4.87 아님 4.95 정하세요"라고 올리자, 다른 증권사 관계자들이 "좋아", "입력합시다", "확정" 등의 답글을 올리기도 했다.

신동권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증권사끼리 담합 이탈을 막기 위해 다른 증권사가 거래소에 제출하는 수익률의 컴퓨터 입력화면을 출력해서 팩스로 확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초기부터 담합에 가담하고 거래규모가 큰 증권사 6개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이들과 함께 20개 증권사에 모두 192억3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규모로 보면 삼성증권 21억12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투자증권(20억100만 원), 대우증권(18억3800만 원), 동양종금증권(18억1300만 원) 순이었다.

신 국장은 "증권사들 스스로 사들일 소액채권의 값을 결정할수 있기 때문에 담합의 유혹을 받았던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향후 이들 소액채권 의무 구입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그:#공정위, #소액채권,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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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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