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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산에서 바라본 가을바다
 마복산에서 바라본 가을바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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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어울릴 때도 있다. 산에 올랐는데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가히 환상의 궁합이라 할 만하다. 특히 남해안 푸른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이 어울리는 바다를 만나면 말 그대로 '감동'이다.

전남 고흥으로 달린다. 벌교에서 고흥으로 들어서면 국도지만 고속도로 수준인 도로가 잘 뻗어 있다. 고흥에는 수산물이 풍성한데 싱싱한 회로 유명한 녹동항이 있다. 다른 곳에서 맛보는 회와 맛이 다르다. 바닷가라고 바다만 볼 게 있는 것도 아니다. 고흥은 산도 너무나 좋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영산을 비롯해서, 천등산·마복산이 있고, 섬으로 들어가면 나로도에 봉래산·거금도에 적대봉이 있다.

고흥읍에서 나로도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산이 있어 찾아간다. 이름은 마복산. 이름도 정감이 있다. 말이 엎드리고 있는 산. 전국 유명산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고흥군에서는 고흥 10경 중 8경으로 마복산 기암절경을 꼽고 있다.

소박한 대웅전을 가진 절집 마복사

마복산 정상에서 본 해창들. 바다와 들판이 잘 어울렸다.
 마복산 정상에서 본 해창들. 바다와 들판이 잘 어울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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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복주머니처럼 볼록 튀어나온 고흥반도는 산으로 가득 차 있다. 길은 재를 넘고 마을들을 돌아 구불구불 들어간다. 주변 경치 보면서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나로도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마복사 입구 표지판이 보인다. 조금 더 가면 마복산 주차장이 있다.

산행은 주차장에서 시작하지만 마복사까지 차가 올라갈 수도 있다. 시멘트 포장길로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올라갈 수 있는 길이라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동행한 사람들은 차로 다 올라가면 등산이 재미가 있겠느냐고 하지만, 그리 싫은 표정은 아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좀 더 여유롭게 산행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비난을 무릅쓰고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마복사 갈림길에는 차 몇 대를 겨우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마복사로 오른다. 길가로 구절초가 환하게 웃는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꽃이다. 비슷한 꽃으로 쑥부쟁이가 있지만 구절초의 아름다움에는 비길 수가 없다. 하얀 웃음. 장지뱀 한 마리가 열심히 앞으로 달려간다. 가을을 즐기다가 놀랐나 보다.

감이 익어가는 정겨운 절집 마복사
 감이 익어가는 정겨운 절집 마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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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친근한 대웅전을 가진 마복사
 너무나 친근한 대웅전을 가진 마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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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포장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마복사가 보인다. 마복사는 큰 절이 아니다. 화려하지 않은 절집. 얇고 반듯하지 않은 기둥으로 지어진 대웅전은 그냥 부담 없이 들어가서 소원을 빌어도 좋을 것만 같이 정겹다. 작은 절집에는 신도들인지 마실 온 사람들인지 옹기종기 모여서 도란거린다. 물 한 모금 마신다. 감이 탐스럽게 익어간다. 감은 가을과 너무 잘 어울리는 과일이다.

호위무사 같은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마복산

해창뜰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린 막걸리
 해창뜰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린 막걸리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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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10경 중 팔경으로 선정된 마복산 기암절경
 고흥 10경 중 팔경으로 선정된 마복산 기암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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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로 들어선다. 길은 가파르게 오른다. 따사로운 가을볕이 온몸을 감싼다. 등산로 주변으로 갖가지 모양의 아름다운 바위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로 올라서서 잠시 쉬었다 간다. 바위 아래는 간척지로 조성된 넓은 해창 뜰이 펼쳐져 있다. 들판은 수확이 한창이다. 풍성한 계절이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산 막걸리를 한잔한다. 이름이 태백산맥녹차 막걸리다. 이름이 좋아서 골랐다. 요즘 막걸리 종류가 너무 많아 즐겁다. 지역마다 색다를 막걸리를 만들어 내서 여행객들에게 신선함을 준다. 그래서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슈퍼나 마트에 들러 지역 특산 막걸리를 한 병 사는 습관이 있다. 같은 막걸리라면 눈으로도 즐기고 싶다. 고흥 어우동흑마늘 막걸리도 한 병 샀다.

산은 바위를 타고 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아기자기한 주변 기암괴석을 보면서 쉬엄쉬엄 오른다. 바위들은 크지 않지만 나름 다양한 모양을 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치 산을 지키는 호위무사 같은 느낌이다.

바다와 들과 섬들이 어울리는 풍경

고흥 해창만간척지. 반듯한 논과 수로가 잘 어울린다.
 고흥 해창만간척지. 반듯한 논과 수로가 잘 어울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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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표지판을 가진 마복산 정상
 소박한 표지판을 가진 마복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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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오르더니 봉우리 위에 섰다. 정상인 줄 알았는데 정상은 아니란다. 해창 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이 펼쳐진다. 고개를 서서히 돌리면 간척지는 바다로 이어지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가고 있다. 바다와 어울리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런 풍경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가을이 깊어가는 갈색 들판과 파란 바다가 조화를 이뤘다. 가을 바다? 바다가 새롭게 보인다.

다시 아래로 내려섰다가 올라간다. 하늘을 가르고 있는 마복산 정상이 보인다. 마복산(538m) 정상에는 봉화대가 있다. 해안가 높은 산에서 만날 수 있는 돌무더기. 예전에는 중요한 군사시설이었지만 지금은 전망대가 됐다. 나무판자로 세운 정상 표지판이 소박하다. 주변 경치가 일품이다. 로켓 발사로 유명한 나로도가 다리로 연결돼 바다로 달려가고 있다. 바다가 한없이 펼쳐진다. 경치가 너무 좋아 내려가기가 아쉽다.

내려가는 산길은 완만하다. 바다를 보면서 내려갈 수 있다. 기분이 좋다. 바다로 뛰어들 것 같은 기분. 전망이 좋은 바위를 만나면 앉아서 쉬었다 간다. 말이 없는 바다. 산에서 바라보는 바다. 넓다. 우울한 마음도, 즐거운 마음도, 누군가에게 말 못했던 마음도 다 받아준다. 넉넉하다.

가을바다. 풍성한 들판과 바다가 잘 어울린다. 다리를 건너고 나로도가 이어진다.
 가을바다. 풍성한 들판과 바다가 잘 어울린다. 다리를 건너고 나로도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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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산에서 즐기는 바다를 보면서 걷는 산행길.
 마복산에서 즐기는 바다를 보면서 걷는 산행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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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은 해재에서 끝나고 임도와 만난다. 임도에서부터는 터벅터벅 걷는다. 길가에 핀 들꽃들이 너무나 예쁘다. 쑥부쟁이·구절초·여뀌·물봉선·미역취 등. 가을을 아름답게 하는 꽃들이다. 조금 지루할 것 같은 길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처음 산길을 시작한 곳으로 돌아왔다.

마복산 가는 길

마복산 등산 지도
 마복산 등산 지도
ⓒ 고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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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고흥방향 15번, 27번 공통 국도→고흥→15번 국도(나로도 방향)→차동리→내산마을 : 고흥버스터미널(061-835-3772)에서 1일 15회 운행하는 나로도 또는 남성 행 군내버스 이용.

주유소를 조금 지나면 마복산 주차장이 있고 여기가 산행 시작점이다.

내산마을에서 원점회귀 9.8㎞(4시간 40분 소요) : 내산마을-2.0㎞-마복사 갈림길-1.2㎞-마복산 정상-2.1㎞-해재-2.5㎞-마복사 갈림길-2.0㎞-내산마을.

마복사 갈림길로 오르는 길은 주유소 맞은편으로 마복사 입구가 있고, 마을을 지나 임도를 따라 가면  마복사 갈림길이나 해제까지 차로 갈 수 있다. 마복사 갈림길에서 한 바퀴는 6.8㎞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0월 27일 마복산에 다녀왔습니다.



태그:#마복산, #가을바다, #해창 들, #바다 산행, #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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