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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 근처에 있는 붉은 단풍
 공작단풍 근처에 있는 붉은 단풍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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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린 비 때문일까요? 아니면 갑자기 겨울이 성큼 다가왔기 때문일까요? 12일 오늘 아침 문밖을 나서니 '쏴아' 몰아치는 바람과 흩날리는 낙엽들이 그야말로 스산했습니다. '스산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몹시 어수선하고 쓸쓸하다' '날씨가 흐리고 으스스하다'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뒤숭숭하다'인데 오늘 아침 바깥풍경이 딱 그랬습니다.

아파트 내부 도로에 쌓이고 흩날리는 낙엽을 쓸어 모으는 경비원 아저씨의 손길이 바빴지만, 그 스산함까지 쓸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아침도 먹기 전에 문밖에 나선 것은 공작단풍의 빛깔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일 전부터 아파트 단지 내부 도로변 축대에서 자란 두 그루의 공작단풍 잎이 물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단풍나무들도 종류가 꽤 다양합니다. 크게 두 종류로 청단풍과 홍단풍으로 구별하기도 하지만 세분하면 신나무, 고로쇠나무, 시닥나무, 복장나무, 복자기 나무, 단풍나무, 홍단풍, 당단풍, 중국단풍 그리고 공작단풍 등 10여 종류나 됩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지켜본 나무가 다름 아닌 공작단풍입니다.

잎 모양이 공작새의 꼬리 모양과 비슷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공작단풍은 세열단풍 또는 수양단풍이라고도 불리는데 일본에서 원예종으로 개발된 것이라 합니다. 공작단풍은 홍공작과 청공작으로 분류하는데 오늘 사진으로 올린 단풍은 청공작입니다. 청공작은 이름처럼 여름에는 푸른색입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뒤늦게 물들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노란색으로 물들다가 주황색으로 변한 후 낙엽이 집니다.

6일 동안 지켜본 공작단풍 물드는 모습... 참으로 경이로웠습니다

공작단풍1, 11월 7일 모습
 공작단풍1, 11월 7일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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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1, 11월 8일 모습
 공작단풍1, 11월 8일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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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1, 11월9일 모습
 공작단풍1, 11월9일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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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1, 11월10일 모습
 공작단풍1, 11월10일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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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1, 11월 12일 아침 모습
 공작단풍1, 11월 12일 아침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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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동안 지켜본 공작단풍이 물드는 모습은 참으로 경이로웠습니다. 다른 나무들이 이미 노랗고 빨갛게 물든 후에도 여전히 푸른 잎 그대로여서 올해는 단풍이 물들지 않으려나 했는데 지난 7일부터 잎 색깔이 살짝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지켜본 6일 동안 공작단풍은 날마다 그 잎이 주황색으로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려 사진을 찍지 못하고 오늘 아침 날이 밝자마자 단풍을 보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주변의 곱던 단풍들이 어제 내린 비와 오늘 아침까지 세차게 휘몰아친 바람으로 모두 져버렸습니다. 단풍이 비에 젖은 채 나뒹구는 풍경이 마냥 쓸쓸하고 황량하기까지 했습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 도종환의 시 <단풍 드는 날> 앞부분

그래도 대부분 다른 나무들이 낙엽 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뒤늦게 물들기 시작한 공작단풍의 빛깔은 도종환의 시 구절처럼 겨울의 문턱에서 절정에 다다른 모습인 것 같았습니다. 샛노랗지도 새빨갛지도 않고 그 중간색인 주황색으로 곱게 물든 저 자태가 정말 곱지 않나요?

공작단풍2, 1월7일 모습
 공작단풍2, 1월7일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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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2, 11월8일 모습
 공작단풍2, 11월8일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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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2, 11월9일 모습
 공작단풍2, 11월9일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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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2, 11월10일 모습
 공작단풍2, 11월10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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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2, 11월 12일 아침 모습
 공작단풍2, 11월 12일 아침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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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도 예쁘고, 색깔도 고운 것이 발그레 얼굴 붉힌 새색시 같네요."

이른 아침 스산한 바람이 몰아치는 길가에 나와서 사진을 찍는 제 모습이 신기했던지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머니 한 분이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70세가 넘어 보였지만, 아직 고운 티가 남아있는 할머니의 얼굴이 어쩌면 젊은 새색시 시절 저 공작단풍처럼 고운 모습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그:#공작단풍, #세열단풍, #수양단풍, #새색시, #떠나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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