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에서 17 번째 연구발표회를 열고 있습니다.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에서 17 번째 연구발표회를 열고 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지난 18일 오후 오사카 히라카타시 시민회관에서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17번째 연구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발표회에는 한남수·정점환 회원, 김리박 지회장 그리고 제가 발표에 나섰습니다.

발표에 앞서 지회장인 김리박 선생님은 한글날 566돌 기념식 참가를 위해 한국에 다녀오신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특히 한글학회의 산 증인으로 일본 강점기 때 한글학회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신 33분의 이름을 부르고, 옥중에서 산화하신 회원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한글날 566돌 기념식은 한국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것으로 행정안전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그런데 일본 간사이지회 고문으로 수고하시는 한남수 선생님은 행정안전부 초청장이 있는데도 조선 국적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방문이 거부되기도 했습니다.

     한남수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고문이 연구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한남수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고문이 연구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한남수 회원은 우리말 사전에서 서술된 단어 길과 끝에 대해 발표하셨습니다. 길과 끝은 명사로 사용되지만 가는 길에, 고생 끝에서처럼 추상적인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따라서 발표자는 단어의 뜻은 문장 안에서 단어 결합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사전 역시 단순히 단어의 뜻만 설명해놓은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단어가 포함된 예문을 제시해놔야만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한남수 선생님은 한국에서 나온 사전, 일본에서 나온 사전, 그리고 자신이 여러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뽑아놓은 카드 자료를 제시하며 구체적인 뜻과 추상적인 의미에 대해 발표하셨습니다.

두 번째로 저는 한국에서 전해지는 '칠성풀이 무가'의 변이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칠성풀이는 한국에서 잘 알려진 무가입니다. 그 가운데 전라북도 정읍시 태인면 시산리 서보익 제보자의 자료를 중심으로 발표했습니다.

서보익 제보자는 태인면에 사시는 무속 제보자로 무가를 비롯한 많은 설화 작품을 구연해 주셨습니다. 특히 칠성풀이 무가에 대해서는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두 차례 구연을 했습니다. 발표자는 두 번 구연한 칠성풀이 무가를 자료로 이 두 무가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분석해 발표했습니다. 구연자는 무가나 이야기를 구연할 때 암기해 구술하는 것이 아니고 중요한 구조를 인식해 거기에 수식을 가하면서 구연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점환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회원이 연구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장점환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회원이 연구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장점환 회원은 그동안 한글교실을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글교실 학생들의 실태를 분석해 발표하셨습니다. 장점환 회원은 현재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 아드님과 두 분이서 일본인 13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본인이 한국어를 배우게 된 동기는 드라마·여행·노래·요리 순입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는 연령대는 50~60대가 8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중·고·대학생들도 점차 한글을 배운다고 합니다. 이는 케이팝의 영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성별로는 여성이 대부분이고, 생활수준은 중산층 이상입니다. 한글교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한글뿐만 아니라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여러 문화강좌를 수강하고 있으며 수영이나 다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의 한국 방문 횟수는 한 사람당 평균 20번가량입니다. 많은 사람은 40회를 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곳에서 오랫동안 공부하지 않고 늘 새로운 곳을 찾아서 메뚜기처럼 이동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말을 배우는 것은 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말과 관련된 문화를 익혀야 제대로 말을 이해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언어의 표현만이 아니고 한국의 현실과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글의 우수성을 제대로 깨우쳐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일본에는 NHK 한국어 교재를 비롯해 한국어 교재 수백 종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각 교재는 나름대로 지은이의 능력이나 취향에 때라서 제각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연구기관에서도 이들을 분석해 보다 효과적이고 재미있으면서도 쉽고 바르게 공부할 수 있는 표준한국어교재의 연구 개발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김리박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지회장이 연구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김리박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지회장이 연구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마지막 발표에서는 김리박 지회장님께서 모토오리 노리가가 지은 고사기전을 중심으로 그 책에 나오는 말을 우리말로 해석하는 작업을 소개하셨습니다. 고사기전은 여러 한자말을 순 일본어로 바꿔 표현한 책입니다. 한자말이 넘쳐나는 우리 말 현실에서 한자말을 고유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일련(一連)의 라는 말은 한 이어짐, 한 잇달림, 한 뭉치라고 해보았고 당시(當時)라는 말은 그때, 그 즈음, 그 누리로 바꿔봤습니다. 운운(云云)은 어쩌고 저쩌고나 이다 저다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소유(所由)는 까닭, 턱, 빌미, 나위 등으로 바꿨고 전(全)은 모두, 온통, 온, 다, 깡그리, 싹, 낱낱이, 죄다, 아주 등으로 바꿨습니다.

좌우(左右)는 이러나 저러나, 이렇든 저렇든, 아무렇든, 아무튼 등으로 팔척(八尺)은 길다, 기다랗다, 길쭉하다, 기다맣다, 길차다 등으로 상통은 이어지다, 맺어지다, 뜻이 맞다 등으로 바꿔보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해마다 네 번 열리는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연구발표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회원이 늘어나고 회원들의 발표나 토론이 힘을 더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회원들이 생겨서 더욱 알찬 학회 활동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발표를 마친 회원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자리를 옮겨서 친목을 단단히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회원들이 연구 발표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회원들이 연구 발표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글학회,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김리박, #장점환, #한남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