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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기만 하던 농촌마을에 경찰차와 119가 동시에 출동했습니다. 출동한 곳은 다름아닌 우리집입니다. 신고한 사람은 저입니다. 이틀 전인 20일(화) 아침 7시 경에 제가 신고를 하였습니다. 우리집 닭장에 난데없이 큰 개 두 마리가 나타난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철망을 뚫고 들어간 사냥개들
▲ 닭장입구 철망을 뚫고 들어간 사냥개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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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가로질러 닭장 안을 들여다 본 저는 혼비백산하고 말았습니다. 닭장 창살망에 구멍이 나 있고, 그 안에 커다란 개 두 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나조차도 너무 놀라서 움찔하고 물러서게 되더군요.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다가가 닭장 안을 들여다보니 키우던 닭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한 눈에 어찌된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사냥 개들이 사냥 중에 길을 읽고 헤매다가 인가로 들어온 것입니다. 사냥 본능이 있는 놈들이라 닭장을 뚫고 들어와 닭들을 물어죽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밤 중에 남의 집에 들어와 살육을 저지른 셈입니다.

그제서야 우리집 진돗개 장군이가 새벽 녁에 왜 그렇게 짖어댔는지도 알 것 같았습니다. 끔찍한 장면을 보니, 참담하기도 하고 화도 났습니다. 순간, 몽둥이를 들고 뛰어 들어가 개들을 응징하고 싶었습니다.
  
사냥개와 죽은 닭들이 보인다
▲ 닭장내부 사냥개와 죽은 닭들이 보인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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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직접 개들을 어찌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의 주인을 찾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경찰과 119에 신고하게 되었습니다.
 
개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입구를 막아선 경찰들
▲ 출동한 경찰 개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입구를 막아선 경찰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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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총을 발사하고 있다
▲ 119출동 마취총을 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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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후 사로잡는 모습
▲ 그물포획 마취후 사로잡는 모습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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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119가 협조 작전을 펼쳐서 사냥 개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그 와 중에 또 한 마리는 마취총을 맞은 채로 달아났습니다. 비틀거리면서도 산 쪽으로 달아나는 개 한 마리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과 119가 개를 잡아간 후에 비로소 닭장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닭장 밖에서도 대충은 봤었지만, 안에서 보는 장면은 더 끔찍했습니다.

사냥개가 물어죽인 토종닭들
▲ 닭장안 사냥개가 물어죽인 토종닭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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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곳곳에는 이처럼 닭과 병아리들의 시체들이 즐비합니다. 뜯어 먹지는 않고 죽여만 놓은 듯 했습니다. 키우고 있던 토종닭과 병아리 25마리가 모두 죽었습니다. 귀농 후 거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 닭을 키우는 일이었습니다. 닭이 알을 품고, 키우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그 에피소드를 몇 번 기사로 쓰기도 했었습니다. (관련기사:닭대가리? 이제 그런 말 못 하실 겁니다)

이처럼 참으로 애지중지 키워왔는 데 이런 일을 당하니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습니다. 

ps> 이런 피해를 당한 집은 우리 마을에 두 집입니다. 또 한 군데에선 닭 18마리를 물어죽였더군요. 그 집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 일겁니다. 포획한 사냥 개 한 마리는 파출소를 거쳐 지금은 군청 유기견 센터로 옮겨졌습니다. 현재까지 개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고요.

사냥을 허가해 준 의령군청에 문의해 보았습니다. 수렵을 허가해 준 주무관청이니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의령군청은 개 주인이 보상해 주어야 할 일로 자신들은 무관하다고만 주장하네요. "개 주인이 나타나질 않고 있느니 어찌해야 하나?" 물으니 같은 답만 반복합니다.

지자체에서 수렵을 허가하는 일은 신중해야할 일입니다. 사람이나 가축의 피해가 생길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냥허가는 지역민에 대한 피해까지 염두에 두고 시행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하자 정작 주무관청은 발을 빼기 바쁩니다. 이런 해당 관청의 처사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태그:#귀농, #토종닭, #의령군청, #사냥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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