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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차지한 서일여고 '투정'팀. 상황극을 연출하며 자신들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대상을 차지한 서일여고 '투정'팀. 상황극을 연출하며 자신들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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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외곽노선 시내버스를 꼭 대형버스로 배치해야 할까요? 버스 크기를 소형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괴정고, 김명성 신재빈)

"시내버스 태그단말기가 내리는 문 오른쪽에만 있어 불편합니다. 왼쪽에도 추가로 더 설치했으면 합니다" (대신중, 정승민 김태영)

"동전대신 폐건전지를 넣는 게임기 어때요?" (서일고, 권용호 김세영)

심사위원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지역 중고생들이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놓고 벌인 창안대회장(대전청소년환경대상)은 박수와 웃음으로 떠들썩했다. 대회가 열린 4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청중들은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만큼 신선한 아이디어와 발랄한 몸짓이 쏟아졌다.

24일 오후 2시 대전 서구청 2층 대강당에는 대전지역 중고생들이 자리를 메웠다. 이중 24명(12개 팀)은 예선을 통과해 결선에 진출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결선에 오른 학생들을 응원하거나 참관하러온 청중들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한국가스공사충청지역본부는'블루스카이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전지역 청소년들이 대전시 환경정책과 행정에 대한 창안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대전청소년환경대상'을 벌여오고 있다. 이날 행사는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결선에 오른 12팀, 5박 6일 일본환경연수권 티켓 누구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어플을 직접 시연해 우수상을 받은 한밭고 '세원이와 경주'팀
 자신들이 개발한 어플을 직접 시연해 우수상을 받은 한밭고 '세원이와 경주'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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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떨려요.." 마음을 편하게 갖고 발표하라는 주최 측의 당부에도 결선을 앞둔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흔들렸다. 지난 9월 23일 가진 환경대상 설명회에는 무려 150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서류를 접수한 팀은 모두 58팀(116명). 이중 서류심사를 통과한 24팀(48명)이 예선에 진출했지만 절반인 12개 팀만이 결선티켓을 손에 쥐었다. 참가자들은 주어진 7분 동안 각종 자료와 몸짓과 노래를 총동원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부각시키며 지지를 호소했다.

중고생들이 내놓은 '지구를 살리는 방법'은 다양했다. '귤'팀인 반석고에 재학 중인 이효진, 최재윤 학생은 대선시기에 걸맞게 자신들의 생각을 공약으로 정리해 설명했다. 가구별 에너지 사용량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에코포인트와 에코카드 지급 등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대선 후보들을 연상시켰다. 가정용 인터폰(인)과 PC(피), 휴대전화(휴)를 연계해 에너지사용량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인-피-포 프로그램 개발과 상용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투정'팀(서일여고, 조문정 신정)은 '강남스타일'의 노래가사를 바꿔 만든 동영상으로 어려운 채식문제를 쉽게 재치 있게 풀어냈다.    

치밀한 현장조사+전문가 자문은 필수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청중평가단을 만족시키시키지 못해 아쉽게 시상을 하지 못한 대신중 1학년 학생들(그린파워 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청중평가단을 만족시키시키지 못해 아쉽게 시상을 하지 못한 대신중 1학년 학생들(그린파워 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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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원이와 경주'(한밭고)팀인  최경주, 김세원 학생은 실제 환경학습과 환경실천이 가능한 어플을 개발해 이를 소개했다. 대전지역 환경시민단체 등을 망라한 플랫폼서비스 및 정보제공에 이어 기부 플랫폼을 연결해 수익모델까지를 고민한 안이었다.

참가팀들의 치열한 조사와 실험 과정도 주목을 받았다. '크레아토르P'팀(대전고, 서대민 김태욱)은 로컬푸드 환경교육센터 정책의 실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초등학생과 고교생을 대상으로 교육과 농작물재배 체험을 하게 한 후 여론조사를 벌였다. '달려라 대전 달려라 지구'팀은 (충남기계공고, 이승한 김성현) 대전시내 곳곳을 돌며 자전거 캠페인을 펼치고 1500여명의 시민을 직접 만나 의견을 청취, 정책에 반영했다. 정책대안을 만들기 전 현장 방문과 전문가 자문은 모든 팀이 밟은 공통점이었다.

그린파워(대신중, 정승민 김태영)'와 블루우즈'팀(문지중, 김주희 우혜원)은 각각 중학교 1학년과 2학년으로 고교생들과 정책대결을 벌였지만 심사위원들로부터 "형, 누나들과 전혀 뒤지지 않는 충실한 내용과 진행으로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청중평가단 마음을 잡아라... 대선후보 상황극에 자전거 복장까지

24일 오후 대전 서구청 대강당에서 대전지역 중고생들이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놓고 창안대회장(대전청소년환경대상)를 벌였다.
 24일 오후 대전 서구청 대강당에서 대전지역 중고생들이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놓고 창안대회장(대전청소년환경대상)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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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전시 자전거 정책을 설명하던 한 청소년 팀은 "공무원들이 10분이라도 제대로 시민의견을 모니터했는지 의심스럽다" 꼬집었고, 또 다른 팀은 "버스 기사 몇 분의 이야기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개선책이 왜 아직도 시행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대전발전연구원 이재영 교통공학박사는 "전문가들의 용역발표를 듣는 것보다 더 유익하고 흥미진진했다"며 "당장 정책반영을 검토해 볼만한 아이디어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인 박정현 대전시의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고민의 깊이까지 더해 시간가는 줄 몰랐다"며 "특히 현장중심의 조사와 실험과정이 인상 깊었다"고 평했다. 청중평가단으로 참가한 한 학부모는 "구경을 하러왔다가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며 "내년에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상은 '투정'팀이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녹두'팀(서일여고, 장선혜 노수민)과 '크레아토르P'팀에게 주어졌다. 우수상은 '초록인간'(서일고, 권용호 김세영), '세원이와 경주' '달려라대전 달려라지구' 등 3개 팀이 공동수상했다. 중학생 참가팀은 30%가 반영되는 심사위원단으로부터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70%의 점수가 반영되는 청중평가단의 평가에 밀려 아깝게 수상대에 서지 못했다.              

수상한 6개 팀에게는 부상으로 내년 1월중에 5박 6일간 일본환경연수를 떠난다.


태그:#대전청소년환경대상, #일본환경연수, #대전충남녹색연합, #한국가스공사충청지역본부, #대전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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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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