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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내년도 자율형사립고의 입시 전형이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교육청은 24개 자율형사립고의 제1차 원서접수를 마감하며 작년보다 지원률이 상승하였다고 발표했고, 대부분의 언론도 이를 받아서 보도했다.

2013년 모집에서도 자율형사립고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작년에 비해 경쟁률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총지원자수가 줄었고, 이화여고를 제외하면 경쟁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자율형사립고가 줄었고, 모집 정원을 줄인 학교까지 포함하면 작년보다 미달사태는 더 심각해 보인다.
 2013년 모집에서도 자율형사립고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작년에 비해 경쟁률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총지원자수가 줄었고, 이화여고를 제외하면 경쟁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자율형사립고가 줄었고, 모집 정원을 줄인 학교까지 포함하면 작년보다 미달사태는 더 심각해 보인다.
ⓒ 김행수편집(원자료 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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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은 2013학년도 서울 자율형사립고의 평균 지원율은 1.35:1로 2012년 1.30:1보다 소폭 상승했고, 미달 학교수는 10개교에서 8개교로 감소하였으며, 미달 학교의 평균 지원율은 작년 61%에서 67%로 크게 감소하였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대로라면 MB정부의 초중등교육정책 1호라고 불리는 자율형사립고가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처럼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경쟁률 상승은 착시 또는 데이터 마사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으로 보인다.

자율형사립고 경쟁률 상승은 착시 효과

작년 서울의 자율형사립고는 26개(실제로는 27개인데, 하나그룹이 운영하는 하나고는 전국단위 모집학교이기 때문에 통계에서는 제외)였는데 올해부터는 용문고와 동양고가 자율형사립고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하여 올해는 24개 학교가 신입생을 모집했다.

그 결과 명목상 경쟁률은 1.35:1을 기록하여 지난해 1차 마감 경쟁률 1.26:1보다 약간 상승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율형사립고가 작년보다 두 개가 줄어들었고, 경문고, 대광고, 우신고 등이 모집인원을 줄였다는 것을 반영하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총 모집인원은 1만 427명에서 9517명으로 910명이 줄어들었고, 지원자 수는 1만 3166명에서 1만 2867명으로 299명이 줄어들었다. 만약, 작년과 같은 모집 정원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경쟁률은 1.23:1로 오히려 작년보다 경쟁률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온다.

전체 지원자 수는 줄었지만 모집인원이 동시에 줄어들어서 오히려 경쟁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 것이다.

자율형사립고의 경쟁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 더 큰 이유는 이화여고의 지원률 상승에 있다.  대부분의 자율형사립고가 남고인데 비하여 여고는 이화여고와 미림여고 두 개밖에 없다.(이대부고, 한대부고, 현대고, 한가람고는 남녀공학) 원래부터 이화여고는 그 희소성으로 지원률이 대단히 높았는데, 특히 올해 모집에서는 지원자가 작년보다 무려 470명이 늘어났다.

그러니까, 올해 서울 자율형사립고의 총 지원자수가 작년 대비 299명이 줄어들었는데 이화여고에서만 470명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야 한다. 만약, 이화여고를 제외하고 2013년 모집총원으로 경쟁률을 환산하면 '1.22:1', 모집총원을 2012년 수준으로 유지하였다면 경쟁률은 '1.11:1'로 더 하락한다.

이는 올해의 1.35 대 1은 물론, 작년의 1.26 대 1보다 낮은 수치이다. 그러니까 자율형사립고의 경쟁률이 작년에 비해 상승했다는 서울교육청 발표는 모집정원이 작년에 비하여 910명이나 줄어들었고, 실제 지원자 수는 299명이 줄어들었으며, 이화여고에서만 470명의 지원자가 늘어난 것 등을 감안하지 않아서 발생한 '데이터 마사지에 의한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이는 각 학교별 실제 경쟁률과 지원자수를 비교해 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작년 26개 학교 중 11개가 미달이었는데, 올해는 24개 학교 중 10개가 미달이었다.(서울교육청은 8개가 미달이라고 발표했으나 사실은 공학인 이대부고와 현대고도 남학생 전형 미달) 미달학교 수는 줄어들었지만 동양고와 용문고가 자사고를 포기한 것을 감안하면 줄어들었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전년에 미달인 학교들은 올해도 대부분 미달을 기록했다. 경쟁률 상승이 이루어진 학교도 수치상으로는 거의 미미하고 그나마 대부분 작년 미달학교이며, 의미있는 상승이 이루어진 학교는 이화여고와 보인고 정도다.  지원률이 하락한 학교들 중 신일고, 미림여고, 휘문고 등에서 오히려 하락폭이 크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만 자율형사립고 유지 입장... 차기 정권서 살아남을까

자율형사립고는 MB정부 '학교다양화 300프로젝터'의 일환으로 시행된 제도로 '귀족학교,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라는 비판 속에 설립이 난항을 겪자 국회 입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설립한 학교다. 달리 말하면, 자율형사립고는 새누리당이 다수인 국회의 법 개정이 아니라 국무회의 의결로 없어질 수도 있는 불안정한 학교 체제이다.

자율형사립고는 현재 연간 공식등록금만 500만원에 이르러 귀족학교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경제 위기 속에 지원률마저 저조하여, 해마다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각 후보들은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자율형사립고를 확대 강화까지는 아니지만 교육제도를 급하게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혀 자율형사립고 유지 입장이다.

다른 주요 후보들은 자율형사립고에 비판적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자율형사립고 점진적 폐지 입장이며, 사퇴한 안철수 측은 우선선발권 폐지를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부호나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자율형사립고에 대해서 폐지 입장을 갖고 있다.

자율형사립고는 대통령선거에서뿐 아니라 서울교육감 재선거에서도 큰 쟁점이다. 자율형사립고의 인가와 폐지 권한을 시도교육감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진보 진영의 단일후보로 확정된 이수호 후보는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용린 등 보수 진영 후보들은 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민주진보 진영은 이수호 후보로 분명하게 단일화를 이루었는데 보수진영은 문용린, 남승희, 이상면, 최명복 후보 등이 난립하고 있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이수호 후보가 서울교육감으로 당선되면 서울의 자율형사립고, 특히 애초 설립 조건과 달리 입시위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자율형사립고는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현대청운고(현대중공업), 포항제철고과 광양제철고(포스코), 천안북일고(한화), 하나고(하나그룹), 하늘고(한전) 등 기업이 설립한 자율형사립고가 그나마 인기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 은성고(삼성), 한민고(국방부) 등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뒤집어 보면, 재정적 뒷받침이 되는 기업 운영 자율형사립고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율형사립고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귀족학교라는 지적 뿐 아니라, 미달 속출이라는 현실적 문제까지 겹쳐 대선과 서울교육감 선거를 거치면서 자율형사립고가 차기 정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자율형사립고, #미달, #이수호, #문용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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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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