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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립학교가 전교조와 지역사회단체 활동 등을 이유로 특정 교사를 파면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징계 사유가 이미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적법하지 않다'고 결정한 바 있어 "전교조 교사 솎아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5일 전남 나주의 영산중에 따르면 재단인 학교법인 서구학원은 12월 1일자로 최진연 교사를 '파면'시켰다. 지난달 29일 서구학원 영산중·고 교원징계위원회 징계의결에 따른 것이다. 최 교사는 전교조 조합원이다.

징계위원회는 최 교사에게 보낸 징계의결서에서, 재단이 징계의결요구서로 통보한 ▲ 사회단체 가입 ▲ 학부모의 진정서 ▲ 이사장에게 위협적인 행동 등 5개의 징계 혐의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것이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교원소청심사위가 "적법치 않다" 결정한 사유로 징계 강행

2010년 당시 진정서에 서명한 한 학부모가 날짜가 조작됐다는 등을 확인한 사실확인서.
 2010년 당시 진정서에 서명한 한 학부모가 날짜가 조작됐다는 등을 확인한 사실확인서.
ⓒ 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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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단과 학교 측이 든 징계 사유는 지난 2010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가 적법하지 않다는 결정을 해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시에도 학교 측은 최 교사의 사회단체 활동으로 인한 수업지장을 우려하는 동문과 지역민과 학부모 등 20명의 진정서 접수를 이유로 3월 초부터 수업 배정을 하지 않았다. 이에 최 교사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청을 청구했다.

이를 조사한 소청심사위는 그해 12월 "사회단체 활동으로 인한 학생수업의 지장에 대한 뚜렷이 확인된 증거 없이 단지, 성명만 기재돼 있고 주소와 인정사항 등이 기재되지 않은 진정서만으로 교사의 본질적인 권리와 의무인 수업을 미배정한 것을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수업금지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이때 사용한 학부모 진정서를 그대로 활용해 징계 사유로 사용했다. 천 교장은 "그동안 보여온 최 교사의 행동을 소급해서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학부모 진정서는 날짜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이 밝힌 진정서 날짜는 2010년 3월로 돼 있다. 그런데 사실은 2010년 8월 중순에 받은 것이었다. 당시 서명에 참여했던 사람이 직접 작성한 사실확인서에는 "그냥 서명을 해달라고 해서 내용확인도 안 하고 서명을 해줬고 2010년 3월에 한 것이 아니고 8월 15일경에 서명했음을 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징계위원회는 "학부모들에게 확인한 결과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서명운동을 한 것이 사실이고 다시 하면 더 많은 학부모들이 서명을 할 것이라는 확답을 들었다"며 징계를 강행했다. 하지만 확인한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징계위원회는 이사 2명과 중·고 교장 2명, 중학교 교감 1명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또 나주시청 인사위원회와 나주사랑시민회 등 사회단체 활동을 두고 겸직 근무 금지와 영리업무 금지 조항을 적용해 파면한 것은 무리한 징계라는 지적이다. 최 교사는 "나주시청 인사위원회와 자문위원회 회의를 참가하면서 무단외출이나 조퇴를 하지 않았고 그때 당시의 교감의 허락을 받고 회의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난달 23일 열린 2차 징계위원회에서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징계는 부적법해 부결" 교원인사위원회 의견도 무시

파면을 당한 최진연 교사가 소속인 전남 영산중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파면을 당한 최진연 교사가 소속인 전남 영산중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부당징계저지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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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유로 지난 10월 5일 학교 측이 최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사안을 다룬 인사위원회를 열자, 교감을 포함한 5명의 위원은 "직위해제나 징계는 부적법하여 부결한다"는 심의 의견을 냈다. 한 인사위원은 전화 통화에서 "10개가 넘는 사회단체 가입도 사실에 맞지 않았고 2008년경에 일어난 일이라 징계시효도 지났다. 진정서도 학부모를 만나 확인했더니 진정성이 없었다"면서 "재단과 학교가 왜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파면'을 당할 처지에 놓인 최 교사는 2009년 이후 학교에서 생긴 과원을 이사장이 임의대로 선정해 공립으로 파견하는 데에 자신이 동의하지 않자 괘씸죄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교사는 "과원이 발생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교조 교사 5명을 골라 공립파견 교사를 보내려 했다. 2009년 8월 교사 간담회 자리에서 징계 사유와 같은 내용을 언급하기에 공개적으로 반론을 했는데 이를 위협하는 행동을 본 것 같다"고 설명하며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자 독단적인 사학 이사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 씁쓸하다"고 말했다.

나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영산중 최진연 교사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번 파면에 대해 "제왕적인 이사장의 명백한 월권행위"로 규정하고 2차 징계위 개최 전날부터 밤샘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박순용 이사장은 "학교가 전교조의 놀이터가 됐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아니다. 소청심사위 결정 뒤에도 많은 행동을 했다"며 인사위 의견에 대해서는 "선생들이 자기네들끼리 팔이 안으로 굽는 거 아니냐.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사학,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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