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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인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투표 독려 배지.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투표 독려 배지.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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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투표 독려 포스터가 올라오는 등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의 투표 독려가 한창이다. 투표 인증샷을 찍어 오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게시물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비로 개인이 투표 독려 현수막을 내건 풍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전의 대통령 선거에 비해 많이 다른 모습이다.

투표 독려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권인 참정권 행사를 통해 자신의 주권을 챙기자는 목적을 갖고 일종의 사회 운동으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취업 전선에만 나가 있던 20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투표 독려 포스터를 만들거나 캠페인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해 대학생들이 자체 배지 제작에 나선 까닭

인제대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직접 만든 스티커 도안.
 인제대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직접 만든 스티커 도안.

지난 14일(금)부터 18일(화)까지 김해 인제대학교 정치외교학과·디자인학부 학생들은 자발적인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인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상훈(22), 진현아(20), 민대식(19), 이민영(19), 팽진우(19), 김윤후(19), 조우영(19)씨와 디자인학부 김예지(21), 김길인(20)씨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들의 투표 독려 운동은 김해를 근거지로 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경남 김해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있는 곳이라 야권에게는 의미 있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PK 지역의 민심을 얻기에 혈안이다. 김해시는 부산과 경남을 잇는, 인구 51만 여명의 도시다. 경남 지역에서의 인구 비율은 14.6%에 이른다. 그만큼 경남 민심에 있어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고 있다.

캠페인에 참가한 학생들은 "지난 4·11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이 전 연령대에 가장 낮았고, 전체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우리는 20대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래 보여도 만드는 게 쉽지가 않아요"

학생들은 업무 분담을 통해 배지와 스티커 제작을 한다.
 학생들은 업무 분담을 통해 배지와 스티커 제작을 한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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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독려 캠페인을 준비한 학생들은 1주일 동안의 회의를 거쳐 행사를 기획했다. 스티커 및 명함을 제작하자는 의견에서부터 피켓을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기획이 나왔다. 마지막에는 시민들이 가방이나 옷에 달고 다니면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홍보할 수 있도록 배지로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배지와 스티커 제작은 외부 업체의 도움 없이 100%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그 때문에 참가 학생들은 시험공부를 고스란히 반납한 채 캠페인에만 몰두했다. 디자인 학부 학생들은 배지와 스티커 시안을 디자인했다. 이들은 "20대 학생들이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디자인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시안만 디자인한다고 끝이 아니다. 배지 120개를 만드는 데만 5시간.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은 그 시안을 토대로 배지를 만드는 프레스를 찍어 대기 바빴다. 프레스는 시안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잘못 찍혀 나오는 불상사가 생겨 학생들이 애를 많이 먹었다.

학생들이 스탬프를 이용해 배지를 제작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탬프를 이용해 배지를 제작하고 있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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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배지 만드는 기계) 그냥 꾹 누르면 될 것 같죠? 잘못 누르면 배지 그림이 제대로 안 나와요. 벌써 불량품만 해도 몇 개째라니까요."

배지뿐만이 아니다. 스티커 역시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학생들은 직접 마트에서 스티커 재료를 구입해 인쇄까지 했다. 인쇄를 하는 과정에서도 사이즈가 딱 맞게 떨어지질 않아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다. 일반 학생들이 붙일 수 있는 스티커와 함께 직장인들이 차량에 붙일 수 있도록 하는 주차 스티커도 제작했다.

1시간 반 만에 완판, 차고 있던 배지도 학우들에게...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설치한 데스크.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설치한 데스크.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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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작을 마치고 나면, 이 배지와 스티커들은 투표 독려 캠페인에 나선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학생들 틈 사이로 한 학생이 '투표 참여 스티커와 배지를 드립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투표하니까 국민이다'라는 팻말이 놓인 데스크에 학생들이 앉아 밝은 얼굴로 'VOTE'라고 쓰여진 배지와 함께 스티커를 나눠 주고 있다. 받아든 학생들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먼저 받아간 학생들의 가방에는 이미 투표 독려 배지가 달려 있다.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1시간 30분 만에 스티커와 배지가 모두 동이 났다. 캠페인을 주최하는 학생들은 홍보용으로 차고 있던 배지까지 빼서 나눠줘야만 했다.

이민영(19)씨는 "스무살에 이런 뜻 깊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며 "시험 기간에 머리 맞대며 고민할 땐 힘들었지만 배지 디자인이 나오고 손수 제작한 걸 생각하면 기쁘다"고 말했다.

투표 독려 배지와 스티커를 받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의 모습.
 투표 독려 배지와 스티커를 받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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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던 진현아(20)씨는 "사실 이제까지 개인적인 일로 투표를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며 "하지만 직접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해보니 투표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표 독려 배지를 받은 이재민(23)씨는 "캠페인 하는 걸 처음 봤는데 단순해 보여도 막상 나서서 하기엔 굉장히 대단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 독려 캠페인을 기획한 정치외교학과 신상훈(22)씨는 "우리 20대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투표"라고 말했다.

덧붙여 "20대 투표율이 낮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반값등록금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진정 반값등록금을 바라고 나아가 20대를 위한 정책을 원한다면 20대인 우리가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밖으로 나와 투표 독려 캠페인을 진행하는 학생들.
 캠퍼스 밖으로 나와 투표 독려 캠페인을 진행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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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투표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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