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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매서운 칼바람에 날이 저물어도 끝까지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뜻으로 유권자들을 향해 1,000배를 올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매서운 칼바람에 날이 저물어도 끝까지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뜻으로 유권자들을 향해 1,000배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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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다른 데는 땀이 나는데 발이..."

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은 발을 동동 굴렀다. 500배를 마친 후 땀이 머리를 적셨지만, 영하 8.4도(체감 온도 영하 12.9도)의 강추위는 발끝을 얼게 했다. 손끝도 속수무책이긴 마찬가지였다. 잠시 쉬는 동안 손을 연신 주무르면서 따뜻한 차로 뱃속을 녹이려 했지만 차도 금세 식게 만드는 그런 날씨였다.

26일 오후 민주당 초선의원 20여 명은 국민 앞에 대선 패배를 사죄하고 참회하는 의미로 '묵언의 절'을 올리기로 결의했다. 유 의원도 그 중 하나다. 오후 3시께 시작된 절은 오후 5시가 돼서야 500배를 채웠다. 이날 안으로 1000배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이들은 천배에 앞서 "국민들께 백배사죄 드린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에서 패했다"며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사죄를 구했다. 더불어 "대선 패배는 모두 당과 의원들의 잘못이다, 더 이상 선량한 국민들의 희생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한다, 그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 죄를 씻기 위해 당과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계파를 탈피해서 당과 국민들을 위한 대의의 길만을 가고, 이후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께 사죄를 구하고 국민들의 꾸중을 들을 것이며, 곧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을 올바로 혁신하도록 감시하고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100배 사죄 10번 하는 것... 비대위 구성 뒤 힐링 나선다"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뜻으로 1,000배를 올리고 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박홍근, 최민희, 홍종학, 김기준, 배재정, 박혜자, 신장용, 유은혜, 남윤인순, 진선미, 이원욱, 김성주 의원)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뜻으로 1,000배를 올리고 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박홍근, 최민희, 홍종학, 김기준, 배재정, 박혜자, 신장용, 유은혜, 남윤인순, 진선미, 이원욱, 김성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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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의원은 "100배 사죄하는 걸 10번 하는 것"이라며 "힘들어하고 고통 받는 시민들을 위해 뭐라고 해야할 것 같아서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가 구성되면 힐링 타운홀 미팅 등을 하면서 거리에 나서려고 한다"며 "우리가 욕을 먹더라도, 국민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그런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앞에서 이뤄진 천배는 대로변을 향하고 있었다. 국민을 향한 셈이다. 진선미·남윤인순·박홍근·이원욱 등 초선 의원들은 쉴 새 없이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땅에 댔다.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절을 하면 금세 땀이 맺혔다. 그럴 땐 옆에 마련된 티슈로 얼른 땀을 닦아내야 했다. 땀이 식으면 체온이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저려오는 다리에, 조여 오는 손끝에 하나 둘 자리를 뜨기도 했다. 다리가 불편한 김용익 의원과 얼마 전 목 디스크 수술을 한 박완주 의원도 오래 자리를 지키지는 못했다. 1000배를 마친 오후 6시 즈음엔 10여 명의 의원이 남았다. 진선미·남윤인순·최민희 의원 등은 서로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나선 민주당 초선의원

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구는 생쇼라고 할테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라고 할테지만, 했다"며 "어제 목숨을 끊은 노동자 분들의 빈소를 찾고 철탑 농성장에 갔었는데 모두가 절망의 벽 바로 앞에 서 있는 듯했다, 열심히 해볼테니 서로 위로하면서 나아가면 안 되겠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고 최강서씨와 현대중공업 고 이운남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70일 째 고공농성 중인 최병승·천의봉씨의 철탑 농성 현장도 방문했다.

이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찬 이들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의 행진을 막을 책임이 박근혜 당선자에게 있다"며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와 비정규직 대책을 실행에 옮기자고 촉구했다. 더불어 국민들을 향해 "여러분의 절망은 민주당의 잘못을 벌어졌다, 용서하지 마십시오"라며 "다만 눈 부릅뜨고 살아서 용서하지 말라, 여러분이 서 계셔야 민주당도 바뀔 수 있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문을 읽은 은수미 의원은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초선 의원 옆 한 편에서 절을 하는 이들이 또 있었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평화의섬 천주교연대등 시민단체 관계자 20여 명이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0배씩 돌아가면서 절을 하며 '해군기지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나선 터다. 이들의 절은 국회를 향해 있었다. 의원들을 향한 절인 셈이다.

문정현 신부는 "민주당 당론으로 제주 해군기지 예산 삭감을 내세워놓고 우리들은 옆에 서 있지도 못하게 했다"며 "저러니 이기지 못한 것"이라며 혀를 찼다. 문 신부는 "(박근혜 당선으로) 4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생명·평화'의 길을 가야지"라며 쓸쓸히 웃었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남윤인순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뜻으로 1,000배를 올린 뒤 동료 초선의원들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남윤인순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뜻으로 1,000배를 올린 뒤 동료 초선의원들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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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현 신부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의미로 1,000배를 올리는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을 찾아와 격려하고 있다.
 문규현 신부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의미로 1,000배를 올리는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을 찾아와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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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주당, #초선 의원, #100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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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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