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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 초하루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진자에 가서 복을 빌면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모리시리에 있는 야가와 진자 입구, 진자에서 복을 비는 모습, 진자에서 복을 기원하는 화살이나 운세 점을 사는 모습, 그리고 운세 점을 확인하고 걸어두고 있습니다.
 정월 초하루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진자에 가서 복을 빌면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모리시리에 있는 야가와 진자 입구, 진자에서 복을 비는 모습, 진자에서 복을 기원하는 화살이나 운세 점을 사는 모습, 그리고 운세 점을 확인하고 걸어두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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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일본 시가현(滋賀縣) 고카시(甲賀市) 모리시리(森尻) 마을을 찾아가서 마을 사람들의 새해맞이를 엿보았습니다. 이 마을은 예로부터 산신제를 지내오는 마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마을 사람 46세대가 세 반으로 나누어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제는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뜻으로 해마다 1월 1일에 지냅니다.

또한 마을사람들은 새롭게 새해를 시작하는 뜻에서 마을 한 가운데에는 야가와진자(矢川神社)에 가서 '하츠모데'라고 하여 진자 신에게 행운을 기원하고, 올해도 인간의 뜻이 적중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화살 장식을 사기도 합니다. 그리고 올 운세 점을 뽑아서 확인하고 걸어 둡니다.

  정월 초하루 마을 사람들이 공민관 앞에 모여서 산신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산신제에 사용할 금줄을 꼬고 있습니다. 산신제에 사용할 젓가락을 만들고 있습니다. 산신제에 사용할 츠도라고 하는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가현 산신제에서는 대부분 이 츠도를 만들어서 제물로 사용합니다. 아마도 남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생력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뜻이 잇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설에 먹는 오조니입니다.
 정월 초하루 마을 사람들이 공민관 앞에 모여서 산신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산신제에 사용할 금줄을 꼬고 있습니다. 산신제에 사용할 젓가락을 만들고 있습니다. 산신제에 사용할 츠도라고 하는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가현 산신제에서는 대부분 이 츠도를 만들어서 제물로 사용합니다. 아마도 남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생력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뜻이 잇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설에 먹는 오조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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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는 미야모리(宮守)라고 하는 제관을 뽑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전에는 마을 연장자 순으로 뽑아왔으나 최근 고령화와 소자화, 도시 집중으로 마을 사람 수가 줄어서 지금은 세 반에서 돌아가면서 산신제를 준비합니다.

정월 초하루가 되기 일주일 전부터 산신제를 지내는 마을 동쪽에 있는 마을의 야사카 진자 주변을 청소하고, 산신제를 지내는 숲도 깨끗이 정리합니다. 정월 초하루 산신제를 지내는 반에 속하는 사람들이 마을 공민관 앞에 모여서 준비를 합니다.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는 제물을 구입해야 하고, 기타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마을 사람들이 만듭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미야모리라고 하는 제관 집에서 모든 경비를 내고 그 집에서 직접 모든 제물과 음복할 먹거리까지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을 공민관에서 준비를 하고, 마을 공동 경비를 사용합니다.

이번 산신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마을 사람 장정 13명이 마을 공민관에 모여서 금줄을 꼬고, 음복에 사용할 대나무 젓가락을 만들고 제물을 놓을 대나무 받침대를 엮었습니다. 제물로 사용할 '가가미모치'라고 하는 찹쌀떡은 마을 부녀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공민관 부엌에서 만들었습니다.

오전에 제물 준비가 끝나면 일단 공민관 다다미방 도코로마에 진열해 놓습니다. 그리고 준비를 마친 마을 사람들이 축하하는 뜻으로 오조니를 먹습니다. 오조니는 지역에 따라서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에 차이가 있습니다. 대개 된장국에 찹쌀 떡인 모치를 넣어서 먹는 것으로 토란, 당근, 무 등 야채를 넣기도 합니다. 오조니는 일본 사람들이 정월 초하루에 먹는 설 음식입니다.

산신제 준비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오후 2시 다시 공민관에 모여서 제물을 어깨에 메고 산신제를 지낼 야사카 진자를 향해서 걸어갑니다. 이 때 앞에서 "에토에토"라고 하면 뒤에서 "니타니타"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갑니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마을 사람들이 집 문 앞에 나와서 수고한다고 인사를 하거나 새해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마을 남자들이 제물을 진 사람들 뒤를 따라서 야사카 진자로 향합니다. 진자는 마을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숲 옆에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야사카진자에 도착하여 음복을 합니다. 그리고 새로 뽑힌 제관에게 금줄로 고리를 만들어서 덮어씌우는 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마을사람들이 야사카진자에 도착하여 음복을 합니다. 그리고 새로 뽑힌 제관에게 금줄로 고리를 만들어서 덮어씌우는 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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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진자에 도착하면 진자 앞 하이덴에 산신제 제물을 진설해 놓고 상을 펴고 앉아서 술과 음식을 먹습니다. 이때에 먹는 음식은 한 해 동안 복을 빌며 축하하는 뜻이 있습니다. 음식물은 술, 가다랭이 회, 멸치, 삶은 우엉, 콩, 파 등입니다. 이때 산신제를 준비한 미야모리 즉 산신제 제관의 수고를 치하하고 새로운 해 산신제를 담당할 제관을 뽑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음식을 다 먹은 뒤 다시 제관을 앞세우고 제물을 어깨에 지고 옆 숲속에 마련된 산제당으로 갑니다. 그리고 산제당 앞에 제물을 진설해 놓고 금줄을 친 다음 제관의 독축으로 산신제를 지냅니다.

  마을사람들이 숲속에 있는 산신당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숲속에 있는 산신당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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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가 끝나면 산제당 앞에 준비한 갈대더미로 불을 피우고 제물로 진설한 가가미모치라고 하는 찰떡을 불에 구워서 먹습니다. 그리고 곶감, 밥, 술 등 제물로 사용한 음식을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서 먹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산신제는 주로 남자들이 중심이 되어서 지냅니다. 특히 일본 시가현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마을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지내는 산신제가 남아 있습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예로부터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서 소중히 느끼고, 감사하고 기원하던 의식의 일부로 보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가 끝난 뒤 제물로 사용한 찰떡을 불에 구워서 먹거나 밥, 곶감, 술 등을 나누어서 먹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가 끝난 뒤 제물로 사용한 찰떡을 불에 구워서 먹거나 밥, 곶감, 술 등을 나누어서 먹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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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신제, #정월 초하루, #시가현, #모리시리, #오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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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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