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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묘미가 ‘밀당’에 달렸다면 정치·외교·관계의 ‘묘미’는 협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연애의 묘미가 ‘밀당’에 달렸다면 정치·외교·관계의 ‘묘미’는 협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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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현직 장관과 한 명의 전직 대사(현 IBK 연금보험 상임감사)가 옮긴이(번역자)로 책을 냈다. 우스갯소리로 보이긴 하지만 책 첫머리에 들어가 있는 '옮긴이의 말'에는 '인세(돈)'도 언급해 놨다. 비록 농담으로 보일지언정 두 명이나 되는 현직 장관과 전직 대사의 이름으로 발행되는 책에 '인세'가 언급 된 것은 억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아직 대한민국의 공직사회는 장관이 허투루 하는 농담일지라도 순수하게 농담으로만 받아들일 정도로 유연하지 못할 거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아주 극소수이겠지만 소위 '알아서 하는 기는 사람'이 그들의 주변에 없을 거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이 임기가 거의 끝난 정부의 장관들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우려는 남는다. 관료사회에서 잔존하고 있는 유무형의 줄과 고리는 정권의 시종과 함께 하지 않고 비몽사몽간 작동하거나 대물림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누구의 말처럼 웃자고 한 말을 싸우자고 대드는 꼴이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언중유골, 그들이 한 농담(?)에서 뼈를 찾으려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건 농담이 아니라 또 다른 구실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애의 묘미는 밀당, 정치·외교의 묘미는 협상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 표지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 표지
ⓒ 도서출판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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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들이 쓴 책, 리 L. 톰슨 지음, 현 외교통상부장관 김성환·현 IBK 연금보험 상임감사 김중근·현재 지식경제부장관 홍석우 옮김, 도서출판 한울 출판의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은 충분히 좋다.

비록 '전문가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람들과 더불어 사회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매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삶이거나 아니거나를 가리지 않고 좀 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게 분명한 책이다.  

연애의 묘미가 '밀당'에 달렸다면 정치·외교의 '묘미'는 협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용하는 용어는 다를지라도 인간들이 살아가는 하루하루,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 자체가 밀당이며 협상 아닌가?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이 처음으로 출판되는 책은 아니다. 이들은 이미 2004년에 3판을 번역해 출간한 적이 있다.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책은 5판을 번역한 것이다. 5판 자체가 3판에 비해 약 20% 정도가 개정되며 많은 사례들이 업데이트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저자들이 장관이나 대사로 지내면서 경험하거나 쌓은 지식과 식견도 포함되어 있다.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은 제1부 협상의 본질, 제2부 협상기술, 제3부 응용, 제4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개개인간의 협상은 물론 단체협상과 다자간 협상, 3자 개입까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어 협상에 필요한 지식의 전반을 폭 넓고 깊이 있게 포함하고 있다.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자체가 '협상'

사람들은 흔히 자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지고 볶으며 살아간다'고 표현한다. 지지고 볶는다는 게 뭔가? 직장과 집, 남편과 아내, 자녀와 선생님, 선후배와 이웃 등,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 자체가 지지고 볶는 협상이다.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 사회와 사회, 조직과 조직, 사와 노, 국가와 개인, 개인과 개인 간에 무시로 이루어지는 게 협상이다. 협상은 노현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절차이자 도구가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협상하는 것이 나에게, 우리에게, 내가 속한 조직이나 단체에게, 더 나아가 양자 모두에게 유리한 결과로 귀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도 않고 공부하지도 않는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임기응변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국가 권력일지라도 소통하지 못하면 협상 또한 결렬된다.
 국가 권력일지라도 소통하지 못하면 협상 또한 결렬된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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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은 협상력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는 '협상 노-하우'를 체계적이고 다양한 사례로 전수해 주는 '협상기술' 이론서이자 매뉴얼이다. 협상에 대한 개념부터 윈-윈 협상 까지를 학술적 논리와 실제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협상이란 혼자서 목표를 이룰 수 없을 때,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통해 내리는 의사결정과정이다. 협상은 업무상의 일대일 만남은 물론, 여러 당사자들, 여러 기업, 여러 국가 간의 관계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협상은 그것이 단순하든 복잡하든, 결국 사람, 의사소통, 영향력으로 요약되며, 복잡한 거래라 할지라도 최종적으로는 일대일 관계로 귀결된다. -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 23쪽

윈-윈 협상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대부분 윈-윈 협상을 파이를 균등하게 나누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파이 나누기는 협상에서 필수적이지만, 그러나 윈-윈 협상은 완전히 다른 것을 의미한다. 아래의 경우는 윈-윈 협상이 아니다.

타협(중량), 균등분할(중략), 좋은 기분(중략), 관계형성(중략)

윈-윈 협상은 모든 창조적 기회를 철저히 활용하고, 협상 테이블에 자원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협상을 통합적이고 완전한 현상(integrative negotiations)이라 부른다. -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 125쪽

협상에 관한한 프리사이즈 지식, 프리사이즈 기술

제아무리 멋지고 튼튼해 보이는 탑도 기반이 부실하면 넘어지거나 무너진다. 예상치 못한 장마, 예기치 못한 태풍에 맞닥뜨리면 송두리째 넘어질 테니 멋지고 튼튼해 보이는 겉모습은 실속 없는 허풍일 뿐이다.

협상이 탑과 같다. 협상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야 말로 공든 탑을 버티게 해줄 기반을 튼실하게 다지는 것이 될 것이다.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협상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협상력을 터득해 나가는 게 협상기술을 공부하는 궁극적인 목표라면 이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은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에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뢰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필수적이다. 신뢰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을 위험하게 하거나 해를 끼치거나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의 표현이다. 현실적으로 신뢰는 우리가 누군가에 의해 이용당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사람들로 하여금 믿을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몇몇 동기를 제공한다. -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 208쪽

왜 사람들은 친구와 협상하는 것이 불편한가? 사람들은 종종 친구와 협상을 하면서 불편함을 느낀다, "협상은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우정은 공정성과 상대방의 입장에도 관심을 갖도록 한다." 이 두 가지 요건은 서로 이해가 상충되는 것이다.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우정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돌봐야 하고 그들의 요구에 응해야 하며, 누가 무엇을 해주었는지를 따지지 않는다'고 하는 '공동체규범'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 233쪽

소통이 잘 되고 협상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였다면 '촛불의 힘'이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통이 잘 되고 협상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였다면 '촛불의 힘'이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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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협상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와 국가, 단체와 단체 간에나 있을 법한 스케일 큰 협상도 있지만 우리들 일상 속에서 나열되는 소소한 협상, 너무 소소해서 협상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소통과 의사전달까지를 아우르고 있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삶의 지혜가 될 내용들이다. 

협상을 전문으로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전문가에 걸맞은 깊이로 읽을 내용들을 심화학습하고, 대인관계 정도의 협상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처세술이나 일반상식 정도로 소화시켜도 좋은 내용이고 구성이다. 협상력에 관한한 프리사이즈 지식, 프리사이즈 기술사용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급여협상은 당신의 향후 생활과 복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연봉의 연간 인상률이 평균 5%라고 가정하면, 초임을 5만 5,000달러에서 시작하는 종업원은 5만 달러에서 시작하는 종업원보다 직장생활 동안 60만 달러 플러스를 추가로 받게 된다. 초봉을 협상하기로 작정하는 사람들은 평균 5,000달러를 더 받게 된다. -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 556쪽, 부록 4, 취업협상 중

부록으로 실린 '취업 협상' 내용 중 일부이다. 미국의 예이기는 하지만 협상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받는 수입에서 60만 달러(대략 6억 원)나 차이 난다고 한다.

협상기술(력)은 60억 달러를 더 받느냐 덜 받느냐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의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기울게 하는 추,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시금석이라 생각해도 지나치진 않으리라 생각된다.

성공가도를 달려 왔다는 세 역자, 현 외교통상부 장관 김성환·전 인도 대사 김중근·현 지식경제부 장관 홍석우는 셋이서 함께 번역해 권하는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에 담긴 "'성공하는 협상'의 기술"을 국가를 대표하던 외교현장에서 얼마나 활용했을까도 궁금하다.

이들 세 사람이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에 담아 전하는 협상기술은 그들을 성공가도로 달릴 수 있게 해준 성공비결로만 머물 수도 있다. 그럴지라도 지지고 볶는 삶, 협상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대개의 사람들에게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에 담긴 내용은 현명한 처세술이 되고 생활의 지혜가 될 것이기에 한 번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지은이 리 L.톰슨┃옮긴이 김성환·김중근·홍석우┃펴낸곳 도서출판 한울┃2012.12.15┃값 4만 6000원



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 (반양장) - 개정판, 일반용

리 L. 톰슨 지음, 김성환 외 옮김, 한울(한울아카데미)(2012)


태그:#지성과 감성의 협상 기술, #김성환, #김중근, #홍석우,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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