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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렸다!" 신이난 목소리와 함께 낚아채는 아이의 손끝이 재빠르다. 솜바지에 부츠, 장갑, 목도리로 칭칭 감아 중무장한 몸에서 어떻게 저런 잽싼 동작이 나올까? 입에서 흰 김이 뿜어져 나오고 얼굴은 발그레 해졌지만 귀여운 빙어를 낚아 신나 하는 모습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꼭 같다.

빙어축제
 빙어축제
ⓒ 인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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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 같은 바깥 날씨 때문에 자꾸 움츠러드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런 추위를 반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얼음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전국 각지에 눈과 얼음을 소재로 한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강원도 인제에선 빙어축제가 열려 관심을 집중시킨다.

강태공들이 사랑하는 겨울축제의 원조 '제15회 인제빙어축제'가 오는 19일 강원도 인제군 소양호 일대에서 개막한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에 위치한 소양호 인제대교 일대에 도착하면 산을 하얗게 물들인 겨울풍경과 함께 대형 눈 조각·얼음터널·빙어조형물·얼음공원 등이 6000여 개의 빙어 등(燈)과 함께 전시돼 방문객을 맞이한다.

빙어낚시
 빙어낚시
ⓒ 인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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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는 설악산에서 흐르는 맑은 계곡수와 방태산에서 흘러오는 내린 천이 합수돼 형성된 호수로 겨울이면 300만 평의 빙판이 생긴다. 올해는 유례없는 '최강한파'가 지속되면서 소양호 상류의 얼음 두께가 40~50㎝로 단단해 축제 진행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빙어축제가 열리는 소양호에서는 넓게 펼쳐진 빙판 어디서나 얼음을 깨고 빙어낚시를 할 수 있고, 잡은 빙어를 곧바로 회로 즐기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빙어먹기
 빙어먹기
ⓒ 인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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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는 본래 물속 깊이 살지만 겨울철 산란을 위해 얼음 아래까지 올라와 지낸다. 때문에 두껍게 언 강에 구멍을 파고 낚싯대를 넣으면 영양이 풍부한 빙어를 낚아 올릴 수 있다.

소양호에서 자생하는 빙어를 잡을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빙어 낚시도구로 견지대를 사용하는 만큼 불량이 없는 견지대와 미끼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 얼음구멍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손목을 이용해 낚시대를 위·아래로 '톡톡' 쳐주는 고패질을 해주어야 빙어가 미끼를 잘 물게 된다.

빙어라는 이름은 조선 말기의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전어지>에 '동지가 지난 뒤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입추가 지나면 푸른색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하여 빙어(氷魚)라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빙어는 '호수의 요정'이란 별명처럼 귀여운 생김새에 맛도 일품이다. 고서(古書)에서는 빙어를 '과어(瓜魚)'라고 표기했다. 이는 빙어의 몸에서 '오이 맛'이 난다고 해 '오이 과(瓜) 자'를 써서 부르게 된 것이다.

빙어 어항
 빙어 어항
ⓒ 인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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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는 주 활동시기인 겨울철에 가장 맛이 좋다. 껍질이 얇아 터지기 쉬워 신선한 것을 통째로 요리하므로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육질이 연하고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담백한 맛으로 인기가 좋다.

빙어낚시는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낚시터에서 갓 잡은 싱싱한 빙어는 즉석에서 맛볼 수 있고, 직접 잡은 빙어를 현장에서 빙어튀김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무료로 진행된다.

축제기간 일기도
 축제기간 일기도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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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 예보에 따르면 빙어축제기간은 대체로 맑지만 추운날씨를 보이겠다. 축제시작인 19일(토)에는 최저기온 -12℃, 최고 기온 0℃로 예상된다. 일요일인 20일에는 최저기온 -9℃, 최고기온 2℃로 구름이 조금 낀 하늘을 볼 수 있겠다.

21일(수)과 축제 마지막 날인 27일(일)에는 흐리고 가끔 눈이 오겠다. 한 겨울 소양강일대에서 축제가 열리는 만큼 두툼한 겉옷과 방한용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축제를 즐기려면 여벌옷과 장갑은 필수이다.

주최 측인 인제군은 추운날씨에 대비해 행사장에 대형텐트와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일년생인 빙어는 맑고 찬물에서만 사는데 특히 겨울에는 먹이를 잘 먹지 않아 몸이 투명하게 비칠 정도다. 이들이 무리지어 헤엄칠 때는 은빛 반짝임으로 보는 이들을 매혹시킨다. 빙어는 예쁘지만 성질이 급해 오래 보고 싶다면 얼음구멍을 뚫고 빙어 집을 만들어 주는 게 좋다.

빙판 슬라이딩
 빙판 슬라이딩
ⓒ 인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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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빙어축제장에는 빙어낚시 이외에도 ▶빙어천국 ▶얼음축구 ▶놀이천국 ▶얼음천국 ▶산촌천국 등의 구역으로 조성됐다.

얼음축구는 강원·충청도에서 돌 축구라고도 불렸는데 축구공 대신 작은 조약돌을 차며 공놀이를 했던 것에서 유래됐다.

총 상금 3500만 원이 걸린 전국 얼음축구대회가 축제기간 동안 개최된다. 축구선수라 할지라도 빙판 위에서 실력을 뽐내기 쉬울 리 없다. 자칫하면 넘어지기 일쑤라서 선수들은 보호대를, 관람객은 웃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놀이천국에서는 각종 얼음이벤트가 열린다. 인간볼링은 가족이 조를 이루어 하기 좋은 놀이다. 아이스골프와 얼음썰매 타기는 상품이 걸려있는 만큼 참가자들의 승부욕을 불태운다.

이 밖에도 딱지치기·비석치기·투호놀이·윷놀이 등 놀이의 장이 펼쳐져 있다. 미끄럽고 단단한 빙판에서 맘껏 뛰고 넘어지면서 뒹굴다 보면 어느새 추위는 저 멀리 사라질 것이다.

얼음천국에는 눈 미끄럼틀과 눈썰매장이 자리하고 있어 어린 손님들이 들끓는다. 하지만 조용히 산책을 하고 싶다면 '은빛나라' 팻말을 따라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촐하지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얼음조각과 눈꽃나무들이 반짝이는 오솔길은 잠시 걷기 좋은 곳이다.

축제기간 중 정겨운 산촌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농촌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빙어축제를 즐기고 농촌에서 숙박을 하며 마을마다 특색 있는 농촌체험도 해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의 : 인제군문화재단 (033)460-8911~3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빙어축제, #인제빙어축제, #날씨, #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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