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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지적하며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역사의식 없는 헌법재판소장 절대반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지적하며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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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니까 여자를 모르는 척 하지는 않겠지요? 지난 이명박 대통령도,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딸(박근혜 당선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데, 우리 문제를 그렇게 반대했던 사람을 법관으로 만들면 어떻게 합니까? 이 사람이 되면 우리는 또 다시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마이크를 잡은 김복동 할머니(88) 등 위안부 피해자와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공동대표 윤미향·한국염, 이하 정대협)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는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직시 '친일적 판결'을 내렸다며 헌법재판소장 지명에 반대했다. 윤씨는 "'국가는 위안부 문제에 책임이 없다'고 판결 내린 사람을 재판소장으로 임명한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주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인사를 박근혜 당선자와 사전에 협의했다는 사실이 이 겨울에 우리를 더 춥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 부끄럽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오른쪽)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날 이들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뒤로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반대한 사람을 지명하는 것은 속내가 빤히 보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오른쪽)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날 이들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뒤로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반대한 사람을 지명하는 것은 속내가 빤히 보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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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후보자는 2011년 8월 헌법재판관 재직 시, 위안부 피해자들이 내고 헌법재판소가 내린 헌법소원심판 결정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국가가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지 않아 위안부 피해자들이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당했다"는 헌재 결정에 반대한 것이다.

윤씨는 "앞과 뒤가 다른 이명박 대통령, 그것에 박수쳐주는 박근혜 당선자,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한 이동흡 후보자, 이렇게 3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동흡 재판관을 헌법 재판소장 후보로 지명한 날이 바로 황금주 할머니가 사망하신 날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앞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뒤로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반대한 사람을 지명하는 것은 속내가 빤히 보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그는 "이번 결정은 박근혜 당선자의 출발에도 굉장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지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직접 박근혜 당선자를 만나거나 국회에 입장을 전달하는 등 앞으로도 단체항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황금주 할머니(92)가 별세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58명으로 줄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도 '한국의 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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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할머니는 "법원에 있는 사람들은 부모도 형제도 자식도 없는가, 자기 자녀들이 남의 나라에 끌려가서 수년 동안 희생당했다면 그 사람들은 과연 그냥 있을까"라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김 할머니는 "지금껏 5년을 기다렸는데 또 5년을 더 기다려야 하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방 나와 있는 사람들도 한국의 딸입니다. 내 어머니, 내 할머니 아니라고 무심코 지나가지 말고, 이게 정말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서 다시는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자리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는 피해자들에 대해 계속 관심 가져줄 것을 당부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한편,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인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정기수요시위가 1992년부터 21년째 계속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유성애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위안부 피해자, #수요시위, #이동흡 후보자 지명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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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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