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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내 도우미 이우정 학생. 힘들지만 교통안내가 축제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면 보람도 느낀 답니다. * 기사의 주인공인 딸 아이가 제 사진을 올리면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겠다고 해서 못올렸습니다 ㅋ
 교통안내 도우미 이우정 학생. 힘들지만 교통안내가 축제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면 보람도 느낀 답니다. * 기사의 주인공인 딸 아이가 제 사진을 올리면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겠다고 해서 못올렸습니다 ㅋ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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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아르바이트 그만둘까?"

딸아이는 퇴근한 내게 느닷없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유는 아빠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에 대해 행여 내가 불편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아빠 일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딸아이

"어이 딸! 인사드려, 아빠와 같이 일하는 계장님이셔"

산천어축제장 행정지원반에 들어온 직원에게 딸아이를 소개했습니다.

"어쩐지…."

그 직원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내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뭘까요? '어쩐지'란 의미는 딸아이가 나를 닮았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내 '빽'으로 이곳으로 데려왔단 뜻일까요. 딸과 같이 외출할 때 "딸이세요?"라고 물어본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전자는 아닌 듯 합니다. 하긴 딸이 아빠처럼 산적을 닮았다면 큰일 날 일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산천어축제 15일전 아르바이트 할 대학생들을 모집합니다. 자격은 화천에 살면서 대학재학 중인 아이들이고, 축제현장체험과 부족한 일손 돕기가 목적입니다. 매년 모집인원 보다 지원자가 많아 선착순으로 모집을 하는데, 금년 축제에도 60여명을 선발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40여개 프로그램 중에 아이들이 제일 기피하는 곳이 교통안내 도우미랍니다. 이유는 추운 날씨에도 하루 종일 밖에서 차량을 안내해야 하고, 교통이 혼잡한 날은 관광객들에게 싫은 소리도 흔치않게 듣기 때문이랍니다.

교통안내 아르바이트. 추운 날씨에도 아침 일찍 나와야 합니다.
 교통안내 아르바이트. 추운 날씨에도 아침 일찍 나와야 합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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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조직위원회에서 교통안내 도우미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단가를 높여줘야 한다는 말까지 했겠습니까! 그러나 그놈의 지침이 뭔지 차별은 안 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모양입니다.

여건이 그렇다 보니 지원한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으로의 배정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조직위원회에서 뽑기라는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프로그램명칭을 쪽지에 써 박스에 넣고 순서를 정해 뽑도록 하는 것입니다.

실내에서의 근무지를 뽑은 학생은 행복한 표정인데 반해 얼음광장이나 얼음썰매 터 표를 뽑은 학생의 표정은 시무룩해집니다. 그나마 그건 나은 상황입니다. 교통안내를 뽑은 학생은 울상이 되어 버립니다.

순서에 따라 딸아이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제발 교통안내를 뽑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표를 뽑았는데, '관광정책과' 표시가 되어 있더랍니다.

"이건 뭐지?"

옆에 있는 직원에게 물으니 관광정책과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행정지원반', '아이스발레단', '하늘가르기', '얼곰이성', 붕어섬 카트레일카'가 있기 때문에 관광정책과를 뽑은 학생들은 다시 한번 더 뽑기를 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교통안내를 뽑지 않아 다행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입니다. 아이스발레단으로 가게 되면 발레공연이 없는 날은 밖에서 관광객들 대상으로 스케이트를 대여해 주고 돌려받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또 하늘 가르기라고 불리는 짚 라인은 이용객들에게 끈도 매 주고 도르레를 타고 들어오는 관광객을 잡아주는 일 등 여학생들에게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일이겠습니다.

눈 벽돌을 쌓아 만든 얼곰이 성안은 소망엽서 적기나 기념품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얼음 터널 안에서 그것들을 판매하는 것 또한 춥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카트레일카 운영지원 또한 밖에서 하는 일이라 결코 쉬운 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관광정책과를 뽑은 학생 8명의 학생들은 모두 행정지원반 근무를 원했습니다. 따뜻한 사무실에서 손님접대와 기본적인 잔무만 처리하면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두 번째 뽑기에서 다섯 번째 아이까지는 아무도 행정지원반 표를 뽑지 못했습니다. 여섯 번째 딸아이의 순서가 되었는데, 행정지원반을 뽑았답니다.

"친구들은 모두 밖에서 일하는데 나만 실내에 있어서 미안한거야. 그래서 붕어빵 사다가 줬어."
"그래 잘했다. 축제 기간 중 네가 쓴 돈 아빠가 별도로 줄 테니까 그렇게 해라."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기자는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태그:#산천어축제, #아르바이트, #이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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