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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동교동 함께일하는재단 사옥 앞에서 재단 노조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옥외집회를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함께일하는재단 사옥 앞에서 재단 노조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옥외집회를 하고 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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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4일 오전 10시 55분]

함께일하는재단 노동조합(이하 재단 노조)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함께일하는재단(이하 재단)이 2010년 이후 비정규직으로 공개채용하는 등 공익재단의 설립취지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실업극복을 위해 모금한 국민성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행복한 일자리, 함께 만들면 쉬워집니다"라는 홍보문구를 걸고 활동 중이지만 지난 3년간 한 번도 정규직 직원을 채용 공고한 적이 없다. 현재는 전체직원 55명 중 32명이 계약직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의 58%를 넘는다.

노조는 23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재단 사옥 앞에서 옥외집회를 열고 천막농성 돌입을 선포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1인 시위와 수요옥외집회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과 재단 내 노조활동 보장을 주장해왔다.

김창주 노조위원장은 "양심과 상식을 가장 큰 무기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천막을 치겠다"고 말했다. 옥외집회와 천막농성에는 재단 노조 조합원외에도 그린비출판사 노조와 좋은사람들 노조 등이 함께했다.

이날 농성 돌입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재단측과 약간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옥외집회가 끝난 후 비를 피해 재단 1층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단 노조 집행부는 천막농성을 준비했다. 이 때 잠깐 소동이 일었다. 노란 잠바를 입은 재단 관계자가 김창주 노조 위원장이 들고있던 텐트를 빼앗으려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여러분은 불법 점거를 하려는 겁니다"라고 말을 반복하며 텐트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집회에 참석한 인근주민은 이를 보고 관계자에게 "나도 IMF 때 돌반지 다 바쳤어요, 그러니까 잘 좀 하라구"라 소리치기도 했다. 텐트에서 손을 놓고 한 쪽으로 밀려난 후에도 관계자는 "불법입니다, 불법점거입니다"라고 외치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함께일하는재단은 2010년 이후 계약직으로 직원을 공개모집하고 있다. 재단 노조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3년간 선발한 44명(중도퇴직자 포함)의 직원을 모두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비정규직 채용 문제에 대해 정태길 재단 사무국장은 "(계약직 채용은) 근무태도가 성실한지 검증하는 한 방법"이라며 "일을 잘하면 2년 뒤에 정규직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창주 노조위원장은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공익재단이 비정규직법을 악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고 지적했다.

잘릴 일 없을 거라더니, 계약만료일 다음날 오전 내용증명 보내 '해고'

실제 지난해 10월, 2년 계약이 끝난 팀장급 직원이 명확한 이유를 통보받지 못한 채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기도 했다. 당사자는 계약만료일 다음날 오전 8시에 배달된 내용증명으로 사실상 '해고'사실을 통보받았다.

장아무개씨는 "계약만료일이었던 지난해 10월 25일에도 사업 실사를 하기 위해 송파·강동 지역에서 외근을 했다"며 "갑자기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해 의아했지만 다음날 내용증명으로 계약을 해지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만료 한 달전 '계약만료 예정 통지서'를 받고 사무국장에게 "잘리는 것이냐? 이직을 준비해야 하나?"라 물었지만 "아니다, 예정된 바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그는 주무팀장으로 진행하던 사회적기업 프로젝트 완료일이 지난해 12월 15일이었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생각하지 못했다. 장씨는 내용증명을 받은 날에도 사업 관계자와 미팅을 하고 실사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이에 대해 정 사무국장은 "장씨와 재계약하지 않은 것은 근무태도가 불량했기 때문"이라며 "114일이나 지각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씨는 "상임이사가 '성실히 일한 것으로 아는데 안타깝다'고 말했을 정도"라며 "114일 중 60%는 5분 이내 지각이고, 재계약된 직원도 60회 가까이 지각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단 노조 "장씨 재계약 안 한 건 노조원이었기 때문"

김창주 노조위원장이 23일 낮 12시 40분부터 텐트 안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김창주 노조위원장이 23일 낮 12시 40분부터 텐트 안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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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단 노조는 이에 대해 "노조원이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창주 노조위원장은 "팀장급 회의에서 재단 건물 출입구마다 CCTV가 이미 설치되어 있어 사무실 출입구에 CCTV설치를 반대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밤늦게 CCTV가 설치됐고, 그 이후에 사무국장이 노조원 중 일부에게 'CCTV에 다 찍히고 있으니 조심하라'라는 식으로 말했다. 정황상 노조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고된 장아무개씨는 "팀장급 회의에서 내가 안건에 반대하면 사무국장이 '여기는 노조회의가 아니다'라고 말하곤 했다"며 "사석에서 직원들에게 '노조특공대, 노조배후조종'이라고 지적하며 무안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재단에서 23개월 일한 김아무개씨는 "정규직, 일반계약직(2년), 프로젝트계약직(단기) 직원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사무국장이 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되는 것을 '신분상승'한다고 표현했었다"며 "회의 중에 그 발언을 해서 한 직원이 웃었더니 정색을 했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익재단이라면 비정규직 일자리를 아예 없애는 것이 맞다"며 "더군다나 국민이 만든 재단이니 창립정신에 따라 품위있는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 노조는 이번 천막농성을 계기로 재단의 비정규직 채용 문제를 2월에 열릴 이사회를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김창주 위원장은 "다른 시민단체들로부터 함께일하는재단이 변질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이사회에서 비정규직 채용 후 선별적으로 전환하는 현재 채용관행을 개선하고, 계약만료시 직원대표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 개최를 의무화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선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함께일하는재단, #천막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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