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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부터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긴장감이 조성됐다.
 오전 8시부터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긴장감이 조성됐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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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났을 때도 무섭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태어나 두 번째로 겪는 전쟁이 새해가 밝으면 끝날까 했는데 다시 또 이어진다. 어릴 적 겪었던 호환 마마보다도 더 무서워 나 죽으면 끝날까 하는 생각에 밤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부여군 산업지정폐기물 설치 반대 집회 현장에서 만난 팔순 노인의 말이다.

충남 부여군 은산면 대양리 산25-1번지 일대에 추진되고 있는 산업지정폐기물장(이하 폐기물장) 설치반대 대책위는 18일 사업자에 요청에 따라 지적공사에서 2차 측량을 하러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전 8시부터 사업예정지 입구에서 지역주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반대 집회를 열어 측량을 거부했다.

면민 4500여 명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사는 조용한 산골, 지난해 8월 폐기물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반대대책위가 꾸려지고 3차례(1차 지난해 9월 18일 1500명 참가, 2차 10월 20일 2000명 참가, 3차 12월 6일 2000명, 주최 측 추산)에 걸쳐서 집회를 했다. 집회 인원이 면민의 50%에 육박할 정도다.

18일 오전 8시 찾아간 마을 입구에는 300미터 정도의 거리에 100여 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주민 200여 명과 부여경찰서 소속 경찰 100명 정도가 인근에 도착해 있었다.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폐기물장 결사반대' 구호가 흘러나왔다. 속속 모여드는 주민들의 차량이 2차선(국도 29호) 도로변에 늘어지고, 이내 집회 참가자는 500명이 훌쩍 넘어 보였다.

"자식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막아내겠다"

주민 500여 명이 모여 사업장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주민 500여 명이 모여 사업장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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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9일부터 대양리 인근 3개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업자 측 마을진입 금지 초소를 운영하고 토지측량을 막기 위해 불침번을 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부터 대양리 인근 3개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업자 측 마을진입 금지 초소를 운영하고 토지측량을 막기 위해 불침번을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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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일 대책위 사무국장은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기반으로 밤, 오이, 딸기, 메론, 토마토, 양송이, 표고버섯, 수박 등 질적으로 매우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이런 곳에 폐기물장은 토양을 망치고, 지역주민을 죽이는 암적인 존재다"라고 사업자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해물질 폐기물장 들어오면 친환경 농산물 하락해서 우리들 다 죽는다', '영원히 함께해야 할 청정지역 내 삶의 터전에 매립장이 웬 말이냐', '쾌적한 환경에서 청소년들이 성장해야 하는데 유해물질 폐기물장 웬 말이냐', '너희들 돈 번다고 우리 은산면을 폐기장설치로 죽일 생각이냐?'라고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백아무개씨(56·남)는 "지난 3차 집회가 끝나고 오전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인근 지역 3개 마을 주민들은 돌아가면서 사업장 진입로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외부인의 진입을 막고 있다"며 "농사일도 내팽개치고 나와 있으면서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폐기물장이 들어와서 농산물을 팔 수 없다면 지금 고생에 비할까 하는 생각에 자식들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막을 것이다"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영만 대양1리 이장은 "지역주민 중에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땅을 팔았다가 속아서 팔았다는 사실을 알고서 계약을 취소하려 했지만,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법적 소송까지 가기에 두려워서 사업추진만이라도 막겠다고 반대하는 주민도 있다"며 "우리는 늙어서 다 살았다고 해서 허락을 해준다면 자식들은 어떻게 살겠느냐"고 울먹였다.

그러던 사이 대한지적공사 부여군지사의 측량 차량이 도착하면서 일순간 긴장감이 돌았지만 큰 무리 없이 되돌아갔다. 이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오늘 두 번째로 측량을 하러 갔지만 주민들이 반대하여서 하지 못했다"며 "종결처리를 하려고 했으나 신청자가 한 달간 연기신청을 요구해서 앞으로 협의를 걸친 후 다시 나갈 계획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업자 "외부세력으로 인해... 안타까운 현실"

지난 1월 9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은산면 각 마을 및 단체별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사업 철회할 때까지 하겠다"며 운영 계획을 잡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9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은산면 각 마을 및 단체별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사업 철회할 때까지 하겠다"며 운영 계획을 잡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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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현장에 다녀간 사업자 측 이사는 전화통화에서 "(전임) 이장과 마을주민 50%가 (주민동의서) 도장을 찍었고 나머지 50%도 찍으려고 하고 있어 대부분 찬성한 상태에서 사업설명회를 하고 지원책까지 다 끝난 상황이다. 최종 사업설명회를 한 번 더 하려고 했는데 반대추진위원회에서 동네까지 와서 무산시켜버렸다"며 "그래서 토지도 중도금까지 건너갈 정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하고 우리와는 타협되고 있는 상태에서 외부세력이 끼어서 전혀 타당성이 없이 주민을 현혹하는 선동성 발언을 하고 있다"며 오늘 못한 측량에 대해서는 "사업에 필요하니 서류상 항공측량을 할 것이며, 계속해서 사업장 토지에 대해서 직접측량을 시행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민고발과 관련 "지금은 민사로 들어가 있지만, 앞으로는 형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들어갈 것이다"며 "전국매립장설치 판례를 보면 주민이 혹 반대한다고 해서 안 되는 사업이 아니므로 시간이 좀 길어질 뿐이지 진행을 계속할 것이고, 언제든 주민이 협의를 원하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사업자는 반대대책위 4명을 강요죄로 신고하여 이들이 부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협의 없음' 판단이 내려진 상태이다. 또한, 지난 7일 지적공사의 측량을 방해한 혐의로 반대대책위 8명이 업무방해죄로 고발당해 22일 출두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부여군의회, 공무원노조, 이장단연합회, 환경단체 등 50여 개 단체가 반대 투쟁에 참여하고 있고 7000명 정도의 반대서명을 받아놓은 상태로, 시내에 500여 개의 현수막과 100여 개의 피켓을 걸어 반대의 뜻을 알리고 있다.

부여군 은산면 대양리 사업예정지 진입로 300미터에 100여 개의 현수막이 걸린 채 주민들이 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부여군 은산면 대양리 사업예정지 진입로 300미터에 100여 개의 현수막이 걸린 채 주민들이 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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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폐기물 매립장 , #부여군, #결사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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