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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에게 '대박 벤처' 신화를 안긴 유리 시스템즈의 이사진 사진. 아래줄 가운데 김 내장자가 앉아있고, 뒷줄 왼쪽 두번째부터 오른쪽으로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브로디 전 미국 수출입은행장, 울시 전 CIA 국장이 서 있다. (KBS <글로벌 성공시대> 방송 화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에게 '대박 벤처' 신화를 안긴 유리 시스템즈의 이사진 사진. 아래줄 가운데 김 내장자가 앉아있고, 뒷줄 왼쪽 두번째부터 오른쪽으로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브로디 전 미국 수출입은행장, 울시 전 CIA 국장이 서 있다. (KBS <글로벌 성공시대> 방송 화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이중 국적이 논란인 가운데, 김 내정자에게 '벤처 신화'를 안긴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에 울시 전 CIA(미국 중앙정보국) 국장이 이사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국적 문제와 함께 김 내정자의 'CIA 인적 네트워크'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에서 김 후보자의 과거 인터뷰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김 후보자가 스스로 울시 전 국장을 비롯해 페리 전 국방장관, 브로디 전 수출입은행장 등이 이사로 참여했다고 밝혔고, 실제로 그와 같이 찍은 사진까지 공개됐다.

유리시스템즈는 지난 1992년 김 후보자가 직접 설립해 첫 딸의 이름을 따서 붙인 회사로, ATM이라는 군사통신 장치를 개발해 98년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10억 달러에 매각해 명예와 부를 동시에 안겼다. 그는 7년간 미국 해군 장교로 근무하며 핵잠수함을 탔던 경험을 살려 유리 시스템즈에서 ATM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한 맨파워가 뒷받침"... 페리, 울시 등과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

김 후보자는 지난 1997년 9월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유리의 성공은 우수한 맨파워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대학동문은 물론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장, 커네스 브로디 전 수출입은행장 등까지 스카우트해올 수 있었던 것은 유리가 회사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그만큼 기술력과 비전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언급한 '우수한 맨파워'란 스스로 밝혔듯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장, 커네스 브로디 전 수출입은행장 등을 가리킨다.  이들은 지난 2011년 9월 10일 방송된 KBS <글로벌 성공시대>에서 공개한 사진에 동시에 등장한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07년 2월 22일 페리 전 국방장관 일행이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데 동행하기도 했다. 이 방문에는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 대사, 애쉬턴 카터 전 국방부 차관보가 함께 했다.

페리 전 국방장관은 유리 시스템즈 이사로 참여하게 된 계기와 관련해 "난 정말 유리 시스템즈 이사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냥 그(김종훈)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면서 "그는 자신과 자신의 회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의 회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가장 중요한 것은 김종훈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KBS <글로벌 성공시대>).

김 내정자의 CIA와의 관계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지난 2005년 4월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비영리 벤쳐캐피털인 인큐텔 창립(1998년)에 관여했고, 지금도 이사회 멤버로 있다. 2001년엔 여러 정보기관의 자문 역할을 하는 '인텔리전스 리뷰'의 패널로 참여하면서 고급 관리들과 자주 접족했다. 9․11 테러 직후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과도 몇 번 만났다."

김 내정자 "장관 되면 오로지 우리나라 국익만을 위해 매진할 것"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18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만약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직에 임명된다면 오로지 우리나라의 국익만을 위해 업무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18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만약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직에 임명된다면 오로지 우리나라의 국익만을 위해 업무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종훈인사청문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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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의 CIA 네트워크는 국적 문제와 함께 국가 기밀을 다루는 국가 고위 공직자로서의 적절성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인큐텔은 CIA가 미국 정부의 국방 연구개발비로 운영하는 투자회사로, CIA가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닷컴기업에 출자해 원하는 기술을 거둬들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일해야 할 장관이 미국 CIA와 깊숙이 연관된 인물로 임명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이에 따라 기술보안과 정보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의 수장으로 이미 오랫동안 미국기업과 미국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이해관계를 형성해온 사람을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18일 오후 늦게 낸 보도자료에서 인큐텔 이사를 지낸 사실과 관련해 "미국 벤처업계의 전문가로서 참여해 이사를 지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경력이 장관직을 수행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대한민국에 봉사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 포기를 결정하고 알카텔 루슨트 벨 연구소 소장직을 사임했다"면서 "만약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직에 임명된다면 오로지 우리나라의 국익만을 위해 업무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진행한 질의응답에서 '향후 한미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지금 할 얘기는 아니다"라며 "진지한 얘기는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난 8일 국적 회복을 신청해 6일 만인 14일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 내정자는 배우자와 두 딸의 시민권 포기 여부에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그:#김종훈, #유리 시스템즈, #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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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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