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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지난 2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한구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지난 2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한구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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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진땀을 뺐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정책 업무 소관 문제로 36일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정부조직법 협상 상황을 놓고 엉뚱하게도 그에게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얘기였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른바 선진화라는 거짓말로 분칠 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우려했던 식물국회, 식물정부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며 "작년에 법 통과할 때 황우여 대표가 원내대표로서 진두지휘했던 만큼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법은) 한마디로 말해 소수파의 발목잡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소수파 발목잡기 법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국회법은 두고두고 국회를 식물로 만드는 법이고 자승자박하는 법이므로 당연히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황 대표는 국회선진화법 통과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해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쇄신파 의원들과 함께 당내 일부 중진들의 반발을 물리치고 국회선진화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를 놓고 "역시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8단)' 답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의 당 대표 당선에도 이 같은 호평이 한몫했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당시의 호평이 부메랑으로 이날 돌아온 셈이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18대 국회 당시 폭력국회 등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지만, 과도한 처방이었음이 드러났다, 국회의 코마(혼수상태) 법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심 최고위원을 거들었다.

황 대표는 이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날치기와 몸싸움이라는 야만적·후진적 정치에서 벗어나고 '폭력국회'의 오명이 국회에 발을 디디지 못하게 하려면 국민이 바라는 품위 있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자 격상시키는 법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 법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혹시라도 오용, 남용, 악용이 없도록 이 법을 적용하는 초기에 정말 조심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조직법 협상 막히니 '몸싸움 방지법' 잘못됐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새누리당 일각의 '군불 때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국회의 파행상태를 야당의 '발목잡기' 탓으로 몰고, 이를 가능케 하는 구조로 국회선진화법을 드는 것이다.

6선의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선진화법은 아주 잘못된 법으로 다수결의 원리 자체를 봉쇄해버렸다"며 "하수구가 없는 부엌과도 같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조직법 협상 새누리당 당사자인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조차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며 "이런 형태의 정치문화를 만들어가는 상황은 국회를 식물화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표결을 반드시 보장하는 제도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는 국회법 개정으로 생각을 모은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 "국회선진화법은 대의제의 기본인 다수 원칙을 포기하고 여야 합의제를 도입했다"며 "신라시대 화백 회의처럼 적어도 120석 이상을 갖춘 정당이 반대하면 의사결정이 안 되도록 하는 제도가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직권상정' 발언이 이날 일부 오해를 산 것도 이 같은 당내 분위기 탓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여야 양당의 원내대표가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한 법률을 원안대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하도록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과거처럼 집권여당 단독으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것처럼 이해됐다. 그가 지난 5일 정부조직법 협상 난항 등을 거론하며 "이런 것이 되풀이되면 도리 없이 국회 선진화법이든 인사청문회 법이든 개정해야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개정론을 펼쳤던 것도 원인이었다. 현 국회선진화법에서는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을 ▲ 천재지변 ▲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발생 ▲ 여야 교섭단체 대표 합의 등 3가지 경우로만 제한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이 원내대표는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다들 옛날식의 직권상정인지 알고 이상하게 쓴 언론이 있다길래 확실히 해명한다, 국회선진화법에 규정된 요건에 따라 직권상정을 요청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도 찬성한 법안, 뒤집기 사실상 불가능... 여당 내서도 쓴소리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 수정안이 지난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 수정안이 지난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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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국회선진화법 개정 요구는 불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마저 찬성했던 법안을 1년도 채 되지 않아 바꾼다는 데서 일단 명분이 서지 않는다. 박 대통령만이 아니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하여 이혜훈 최고위원,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등 현 당 지도부 인사들도 찬성표를 던졌다.

구조적으로도 힘들다. 국회선진화법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다 여야 간 쟁점 법안은 재적의원의 3/5(180명) 이상이 찬성해야 신속처리법안으로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새누리당 의원 수는 153명에 불과해 야당 협조 없이는 개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민주당은 이날 새누리당 일각의 국회선진화법 개정 주장에 대해 "자신들의 정치력 부재를 법의 문제로 돌리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이 '직권상정의 추억', '날치기의 향수'를 잊지 못하고 국회선진화법이 묶어놓은 '다수당의 횡포'에 대한 금단현상으로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라며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이 앞장서 개정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에 합의하고 찬성했던 만큼, 지금 이 법을 욕하는 것은 새누리당 스스로 누워서 침 뱉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당내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을 현재 구조적으로도 개정할 수 없고 실제로 가동해 운영시킨 적도 없다"며 "만약 선진화법이 없었다면 지난 4, 5일 여야는 본회의장 점거와 농성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집권여당으로서 현재 상황이 갑갑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운영의 묘를 축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불편하다고 뜯어고치는 것은 현재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남경필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현재 여야가 정부조직법개정안을 합의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력과 협상력의 문제이지 '국회선진화법'제도의 문제가 아니"라며 "제대로 운영해보지도 않고 법을 바꾸자고 해서는 안 된다, 여야가 타협이 안 될 때는 직권상정과, 단상점거, 폭력이라는 구태의 악순환을 다시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태그:#국회선진화법, #정부조직법, #황우여, #이한구,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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